[동서남북] 4차순환도로(상인-범물 간) 민간투자기설사업 반대운동
소진섭 (대구참여연대 간사)
대구의 남쪽에 있는 큰 산이기에 대구 시민들은, 별다른 이름이 아닌, 그저 친숙하게 ‘앞산’이라고 부르는 그곳에 대규모의 도로건설사업이 벌어질 예정이다. 4차순환도로(상인-범물간) 민간투자시설사업(이하 앞산터널공사)은 2003년 7월에 본격적인 민간투자시설사업의 추진이 시작되었다. 총연장 10.5km의 왕복 6~10차선 도로가 대구의 허파인 앞산을 가로질러 건설될 계획이며, 앞산을 관통하는 4.5km의 터널구간 등을 포함하고 있고, 현재 총사업비는, 민자 2,444억 원, 국비 345억 원, 시비 835억 원 등으로, 총 3,624억 원으로 발표되었지만, 향후 5,000억 원 이상까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10월 26일 대구시의회 부의장실에서 진행된 건설환경위원회의 최문찬 시의원과 앞산터널을 반대하는 시민대표단과의 면담 중에, 최 의원은 3,124억 원이라고 발표된 기존의 공사비에, 보상비 500억 원이 추가되어서 현재 총공사비는 3,624억 원이며, 공사가 진행되면 공사비는 5,000억 원 까지 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구시의 관료들은 도시발전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기 인프라 시설확충, 교통정체로 인한 공해유발 및 간접 물류비용 증대의 해소와 상화로, 범안로, 신천대로와 연계처리로 교통난 완화 등을 앞산터널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앞산순환도로에서 일부 시간대에 발생하는 정체는 신천대로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병목구간이 주된 원인이며, 이 병목구간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필요한 조치이다. 작은 노력으로 큰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효율적인 행정일 것이다. 대구에서 교통순환이 최상급인 앞산순환도로의 정체를 해결하려고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앞산에 터널을 4.5km나 뚫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교통수요 예측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엉터리이며, 도시 발전과 경제 활성화는 앞산터널공사와 같은 불필요한 개발 사업을 통해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인프라는 앞산과 같은 자연이며, 이 자연환경을 잘 가꾸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투자이다.
이에 지역의 주민들과 대구의 시민단체들은 2005년 9월 ‘앞산터널반대 범시민 투쟁본부’를 구성하여,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고, 대규모 환경파괴를 가져올, 무책임한 앞산터널공사에 대한 반대운동을 전개하였고, 2년 이상 성공적으로 공사를 저지시켜왔다. 앞산터널반대 범시민 투쟁본부는 공개되지 않았던 부대사업인 한실들 택지개발사업을 공개하여 무산시켰고, 대구시의 재정지원을 15년에서 5년으로 축소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수익률의 악화와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의 저항에 대한 부담으로, 신한맥쿼리 금융자문회사 등으로 구성된, 재무투자자 중 53%를 투자하는,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회사가 투자를 포기하였다. 그러나 곧 우리은행(43%), 대구은행(15%), 부산은행(10%), 산업은행(10%)으로 새로이 투자자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앞산터널반대 범시민 투쟁본부’의 활동만으로는 기계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되는 앞산터널공사를 더 이상 막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대구시의 관료들은, 대구시-시민단체 공동협의회와 시의회 보고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들의 내용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이런 절차들을 형식적으로 거치면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대구시 관료들의 앞산터널공사에 대한 기정사실화를 위한 거짓 정보, 선전 공세와 주민들의 보상논의 등을 위해, 기존의 반대세력을 포함하여, 지역의 기득권 세력들로 광범위하게 구성한 지역발전주민협의회 등은 앞산터널공사의 진행이 곧 지역의 발전이라고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반대의견을 기술적으로 종식시키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11월 5일부터 겨울바람이 차디 찬 오늘까지, 앞산 달비골에서는 무분별한 앞산터널공사의 강행에 반대하는, ‘앞산을 꼭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임’인 ‘앞산꼭지’가 천막농성을 통한 앞산터널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앞산터널반대운동을 새로이 전개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개인들로 결성된 앞산꼭지는 이상옥씨를 중심으로 앞산터널의 서쪽의 시작지점인 달비골에서 2008년 1월 3일 현재 60일차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달비골’은 계곡에 비치는 고운 ‘달빛’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이번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범안로에 대한 154억 원의 재정지원예산 전액을 삭감하였다. 민간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대구시의 극심한 재정 부담이 그 이유이다. 이는 우리에게 그 필요성이 증명되지 않은 앞산터널공사에 대한 재검토의 타당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앞산터널공사에는 앞으로 또 얼마나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를, 우리는 범안로를 거울삼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은 살림의 기본이다. 달비골의 앞산터널반대 천막농성은 우리들에게, 그 어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견해가 아니라, 이 기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시민들에게 앞산은 돈으로는 감히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정서적 가치와 풍부한 환경적 가치를 가진 산이다. 푸른 산을 바라보며 사색하며, 숲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아를 탐구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다. 사람은 아황산가스 따위가 아니라 산소를 마셔야만 산다. 피를 말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오로지 생존을 위한 무차별적 경쟁에만 골몰하는 것은 자율적인 인간의 삶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에 의해 사육당하는 비참한 노예의 자폐적인 삶과 다름이 아니며, 진정 ‘삶’과는 거리가 먼, 희망이 없는 ‘죽은 삶’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한 희망의 토대는 앞산과 같은 자연이며, 앞산을 파괴하는 터널을 막는 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직접적인 행동일 것이다. 국가적인 규모의 환경재난이 터지면, 사건의 앞뒤도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현장으로 뛰어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자칫 우리의 선행이 도리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잘못된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우리 앞에 전개된 사태에 대한 비판적 판단에 근거한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 대구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앙에 대응하는 우리의 행동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우리 자신과 아이들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이제 새로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그 사람도 우리의 선택과 상관없이 강요된 인간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은 인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만 하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비싼 값을 치러야만 한다. 한반도 대운하와 같이 그 영향을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우리의 선택에 대한 선물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앞산터널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결정 또한 그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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