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의료의 공공성을 부탁해

제2기 참여연대 희망복지 학교 셋째 날,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님께서 ‘의료민영화, 한국의료의 대안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셨다.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논쟁은 꽤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내심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조금 진부하고 재미없는 주제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의료민영화는 분명 위험한 시도이지만, 지금까지 언론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한 정보만으로도 대략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이진석 교수님의 탁월한 강의 앞에서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인기강사’라는 손대규 간사님의 소개가 결코 단순한 형식적 멘트가 아니었다. 문제의 배경, 실태, 원인, 해결책까지 체계적으로 구성된 강의는 이진석 교수님의 뛰어난 언변과 함께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전공의로서 터득한 현장의 생생한 지식을 당신의 문제의식과 결합시키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2시간의 강의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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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보건의료체계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 국민을 중심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료보장의 재원 확보가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매년 증가하는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건강보험의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현행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전체 의료비 지출의 65%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낮은 보장성은 곧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현행 건강보험은 국민, 의료계, 정부-보험자 입장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취약한 보장성과 ‘행위별 수가제’라는 비용 유발적인 구조로 인해 국민의 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건강보험의 재정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있는 것이다. 국민은 국민대로 과도한 치료비 지출에 허덕이고,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낮은 건강보험수가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정부는 정부대로 비효율적인 지출 구조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국민들이다.

교수님께서 의료계를 무작정 이기주의적인 집단으로 몰지 않고, 비교적 공정한 시선으로 그들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설명하셔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특정한 시스템이 의도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법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가 의도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의사와 환자, 정부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입장이 엇박자를 만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건강보험의 취약한 보장성을 무작정 의료계의 이기주의나 정부의 의지 부족 탓으로 몰지 않고 좀 더 심층적인 관점에서 다룬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었다고 생각된다.

중간 질문 시간에 교수님께서 소개한 영국의 ‘주치의 제도’는 이러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조정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가 아파야 의사가 많은 돈을 버는 현재의 구조로는 도저히 의료비의 과잉 지출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철저히 책임지고 관리하는 ‘주치의 제도’ 하에서는 환자가 건강해야 의사도 편해지기 때문에 예방적 치료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주치의 제도’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증진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해져 있는 상태다. 만약에 주치의 제도를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이루어진다면 뿌리 깊은 불신을 제거하고 상호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의는 이제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의료공급체계는 현재 의료기관의 무제한적 증가,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역병원 사이의 양극화, 이로 인한 환자의 부담 증가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형 병원 중에서도 빅4 라고 불리는 일부 초대형 병원들이 압도적으로 환자를 독점하고 있어서 다른 대형 병원들조차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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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원들마저 이런 상황인데, 지방 중소병원들이 겪는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역시 국민이다. 지역 병원이 뒤처지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에 사는 환자들은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들어질 것이고,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대형 병원들은 이미 많은 환자들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수요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의료서비스의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높은 의료비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최선의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알려주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의료기관 사이의 경쟁이 환자들의 선택권을 강화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병원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의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건의료체계가 처한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수님께서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셨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강조하신 것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씀하셨다. 국민 스스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요구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시킨다면 의료민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가 될 수 있음은 물론 보건의료체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국민에 대한 설득과 홍보이다.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조금 더 많이 내서 지금보다 훨씬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건강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또 그렇게 한번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시키고 나면 그 혜택을 입은 국민들은 이제 건강보험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의료민영화에 대한 시도를 저지시키는 데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희망적 메시지를 남기시면서 강의를 마무리하셨다. 

이번 강의는 적어도 보건의료체계에 있어서 ‘복지국가’를 향한 희망적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포괄수가제 도입’이나 ‘주치의 제도 시행’ 등 각종 의료 공공성 강화 정책과 맞물린다면 가지고 있는 돈과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사회는 결코 꿈이 아니다.

현재의 부조리한 구조를 옹호하는 이들은 언제나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훌륭하고 체계적인 대안이 버젓이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대안을 현실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이다.

아무리 좋은 대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관성을 타파하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없으면 현재의 잘못된 구조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현실을 타개해나가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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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준(서울대 3학년, 2기 복지학교 참가자)
2009/07/01 11:44 2009/07/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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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미숙 2009/07/04 03:2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좀 쉽게 생각합시다. '보험료'는 '의료비 선불제'를 한 것입니다. 의료공급을 받고서 의료비를 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의료비부터 내고 의료공급을 받는 것이지요. 문제는 '양다리보험'을 가입하고 '선불제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과 영리보험사에 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국민건강보험료는 '의료기관의 수입용'으로 내야 할 의료비인데, 영리보험사 보험료는 '의료기관의 수입용'은 '쥐꼬리'이고 몸통은 영리보험사 주주 주머니 돈으로 가게 되어 있지요. 국민건강보험은 보험료 낸 만큼만 보험금으로 지급하겠다고 꽉 막아 놓고, 더 내고 싶은 가입자들의 '욕구'는 영리보험사 보험을 사고 보험료를 그 쪽에다 내라고만 합니다. '선택의 권리'가 박탈되어 있기에 영리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리보험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느 것이지요. '세금'으로 '국민건강보험 보험금 지급액을 높이자'는 주장보다는, 영리보험사에 내고 있을 보험료의 일부만 국민건강보험료 더 내게 하는 것이 '선불제 의료비 100%'를 한 보험자에게 낸 셈이 됩니다. 실제 발생한 의료비가 100만원이라면, 국민건강보험은 6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60만원의 보험금을 받으라고 하는 것이지만, 영리보험사는 40만원의 보험금을 줄테니 400만원의 보험료를 내라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과 영리보험을 제대로 비교 분석해서 어떤 방법이 '의료비 100%'를 보험금을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 어느 누구도 '영리보험사'에 '선불제 의료비의 일부'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쉬운 길'이 있는데 어려운 얘기만 하고 계신듯 싶어서 조금은 맘이 불편합니다.

  2. 김미숙 2009/07/04 03:3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또 하나, '의료공급자'는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기관'에서 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데, 반대를 주장하시는 분들은 당연지정제 폐지는 절대 불가라고 얘기하십니다. 그런데, 당연지정제 폐지하고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들이 특별하게 정한 의료기관만을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보험 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상품 값을 내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현금박치기'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외상'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보다는 현저하게 물건값을 깎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저수가'를 얘기하면서 '비급여진료'를 하거나 부정청구를 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 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이 직접 '의료기관'을 만들어 운영해도 될 일인데, 왜 이렇게 하지 않는지도 궁금합니다. 국민건강보험료는 '세금'이 아닙니다. 보험료 낸 가입자와 그 부양자가 보험금을 지급 받을 자격을 부여받는 것인데, 왜 가입자들이 국가의 눈치를 봐야하고, 의료기관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좀 더 공격적으로 의료기관과 '공동구매' 하듯이 가입자가 원하는 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이용하도록 하겠다고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공급체계'는 '영리의료기관'에 맡겨 두고 보험료만 인상하면 보험금 지급액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3. 김미숙 2009/07/04 03:46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매년 증가하는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건강보험의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제발 이런 단어 쓰지 말아주세요. 영리보험사는 실손의료보장보험을 판매하면서,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해 주는 65%의 의료비를 공제한 나머지 35%를 지급해 주는 조건이면서도 '본인부담의료비 100%'를 지급해 준다고 광고합니다. '본인부담의료비' 기준 10배의 '선불식의료비'인 '보험료'를 받은 것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총의료비 기준 35%만을 지급해 준다고 하면서도 '100%' 다 지급해 준다고 얘기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은 100원을 내면 179원을 돌려준다고 했습니다. 직작인과 지역에서 낸 보험료에 기업과 정부가 부담한 보험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영리보험사가 광고하듯이 한다면, 국민건강보험은 보험료 100%를 내면, 보험금은 179%를 준다고 선전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는 못할 망정 '재정 악화'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하면서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곤 합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국민에겐 좋은 일 아닌가요? 또 다른 이유로는 의료기관의 과다한 보험금 지급 요구로 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현행 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은 전체 의료비 지출의 65%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금 지급 수준이 65%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낸 보험료보다 훨씬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해야 맞는 것 아닙니까? 다만, 총의료비 기준 65%만을 지급 받도록 '보험료'를 더 이상 못 내게 한 국민건강보험법의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낮은 보장성은 곧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렇게 낮은 보장성이 아니라 지급될 보험금에 훨씬 못 미치게 내는 보험료를 보험금(의료비 100%)에 딱 맞게 낼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점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불안을 조장하는 표현부터 바꿔 썼으면 합니다.)

  4. 김미숙 2009/07/04 04:00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뜻하는 것이지요? 그런데요, '건강보험'은 '영리보험사'인 '생명보험사'에서 '상품명'으로도 쓴답니다. 문제는 생명보험사의 '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과는 '보험금 지급 조건'이 현저하게 다른 상품으로 보자면, '수박'과 '호박'처럼 굉장히 다른 조건입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만 '의료비'를 지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급여'에서도 '의료비'를 지급해 주고 있지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합해서 '의료보장보험'이라고 정확히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건강보험'이라고 하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이라고 풀어서 쓰면서 생명보험사의 상품 이름과 차별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리보험사가 죽어야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가 생존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를 통합해서 의료보장보험이라고 하던가 뭔가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