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재정악화와 지방소비세, 소득세 신설

 

정세은(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정부는 지난 9월 16일 제2차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에서 2010년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지방재정 지원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다.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은  지자체에서 마련하는 자체재원(지방세)과 중앙으로부터 받는 의존재원(교부세+보조금)으로 구성되는데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를 도입함으로써 자체재원 비중을 더욱 늘려 지방의 재정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편은 그 방향성에서는 환영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심각한 재정악화를 겪고 있는 지방정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또한 지역 간 재정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지방세 개편의 주요 배경은 무엇보다 2008년 이후 소득세율·법인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세제개편 등 대규모 감세가 진행되어 지방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소득세, 법인세와 같이 중앙에서 걷는 국세의 세수축소는 지방으로의 이전재원 뿐 아니라 지방의 자체재원도 축소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중앙정부의 감세로 인해서 중앙에서 거두어들이는 세금인 소득세, 법인세 수입이 감소하게 되면 지방정부로 내려 보내는 이전재원이 일괄적으로 감소한다. 여기에 더해 지방에서 거두어들이는 주민세는 소득세·법인세에 대해 그 10%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추가적으로 징수하기 때문에 소득세, 법인세 감세는 지방정부의 자체재원 수입도 감소시킨다. 이와 별도로 전액이 지방으로 내려오던 종합부동산세도 세제 완화로 인해 그 수입규모가 줄어들게 되므로 지방정부의 수입은 더욱 줄어들게 되었다. 이와 같이 감세로 인해 지방정부의 재원은 줄어들었지만 법률에 의해 지방정부가 수행하게 되어 있는 의무적 지출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재정운영 상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재정압박을 받게 된 지방정부는 의무지출이 아닌 복지지출을 축소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지방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왔다. 이와 같이 지방의 불만이 거세지자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에 새로운 재원을 마련해 주고 재정자립도를 높여준다는 취지에서 이러한 소비세를 도입할 것을 결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지방세 도입이 지방재정 악화의 문제를 크게 완화시켜 줄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에서 걷던 국세인 부가가치세 45조 6천억원 중 5%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함으로써 2조 3천억 원이 지방으로 이전되는데 감세로 인한 이전재원 축소가 9천억 원이므로 지방정부는 총 1조4천억 원이라는 추가적 재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자체재원이 될 것이므로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53.6%에서 55.8%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의 이러한 계산은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지방재원 감소를 과소 계산하고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증가하는 수입은 과다 계산한 결과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감세의 지방재정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감세로 인해 2008년부터 2012년 동안 중앙정부의 세수는 총 90조 1,533억 원 줄어들 것이며 지방정부의 세수는 같은 기간 총 30조 1741억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편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인해 지방재정 세입은 2010년-2012년 동안 4조 4355억 원 순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결국 감세와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지방재정 세입은 2008년-2012년 동안 25조 7387억 원 순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결국 감세 정책 하에서의 국세의 지방세로의 전환과 재정자립도의 증가란 지방의 총재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지방이 걷는 부분을 증가시켜 준다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원 총액의 증가 없이는 현재 지방정부들이 당면한 근본적인 재원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중앙에서 걷던 세금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은 지방재정분권 차원에서 보면 환영할 만한 개편이기는 하다. 그간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재정운영 상황을 보면 지방자치제의 시행으로 지방이 처리해야 할 업무가 계속 중앙으로부터 이양되어 온 반면 재원 마련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을 중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앙에서 내려오는 교부세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보니 중앙정부는 이를 가지고 지방을 통제하려고 하고 지방은 이를 조금이라고 더 타내기 위해 중앙에 ‘잘 보이려 애쓰게 된다’.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서 일해야 할 국회의원들도 자기 지역구의 특정 사업에 국고를 지원하도록 예산 심의 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마저도 벌어진다. 따라서 지자체에게 중앙의 행정 권력을 이양한 만큼 재정자립도 이루어 내야 한다는 요구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국세의 일부를 이양하여 지방세로 돌리고 중앙으로부터 받는 이전재원을 그만큼 줄이자는 것이다. 이 경우 지방은 그에 해당하는 재원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되므로 예산을 따오려 필요 없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자체 재원의 한계 내에서 사업을 기획하게 되므로 자기 책임성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지만 자체 재원 비중의 증가가 긍정적인 효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다. 이전재원 부분을 줄이고 자체재원 수단을 강화시켜 주면 재정자립도는 올라갈지 모르기만 지자체 간의 경제력 격차로 인해 세수 규모에서 큰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조세를 거두어 지방에 내려 보내는 현 제도는 경제력의 격차에 따라 각 지역을 차등 지원함으로써 이를 시정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50% 정도로서 중앙으로부터 50%정도를 지원받고 있는데 예를 들어 전남 완도의 경우 7.2%로서 중앙으로부터 93%이르는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또한 지방에 과세 자주권을 더욱 이양해 주었을 때 우월한 지위에 있는 지자체가 과세권을 남용하여 국자의 조세정책의 기조를 흔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참여정부가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자 강남구에서 재산세를 인하해 줌으로써 조세부과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는 정부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킨 사례가 있다. 따라서 중앙으로서는 ‘좋은’ 의미에서 지방을 통제하기 위해 현재의 지방재정 조정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체재원 비중을 높임으로써 재정자율성의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일적인 조세정책의 운용, 지방 경제력의 격차 해소와 같은 상충되는 목표들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면서 추진되어야만 한다. 물론 이러한 격차를 시정하기 위한 장치를 현정부가 마련해놓기는 했지만 미진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회예산정책처의 추정에 따르면 지방소비세를 도입할 경우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도의 경우에는 그 이전보다 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 감세와 지방소득세 도입 이후 예를 들어 지방재정 감소액은 광주시 5091억원, 전남도 2조60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즉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지자체간 재정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이 지방재정의 큰 문제이므로 지방소비세 도입이 자치단체간 재정불균형을 심화시키지 않을 방안이 진지하게 제시되어야만 한다.

  결국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자주재원 확보가 늘었다는 것은 환영할만할 일이지만 전체적으로 재원이 줄어 재정운영이 핍박을 받고 지역격차를 확대하는 가운데 자주재원이 증가하는 것이 어떤 의의를 가질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감세’라는 잘못된 조세정책을 밀어붙인데 있다. 감세로 무력화된 종부세를 예로 들어보자. 종부세는 지방에서 걷지 않으므로 재정자립도 수치 자체를 낮추지만 사실 특별한 조건 없이 지방의 격차를 고려하여 지방의 배분되어 왔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중앙정부 조세정책의 일관적인 추진, 지방정부의 재정확충, 지방정부간 격차 시정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균형 있게 충족시켜 온 재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소비세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역진적 조세이고 종부세는 부동산 과도보유자에게 누진적으로 걷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종부세는 소득재분배 기능까지도 수행했다. 이러한 종부세를 무력화시킨 이후 도입하는 지방소비세이기 때문에 지방소비세는 재정자율성 향상이라는 의의는 있겠지만 매우 제한적이며 지방정부 재정악화에 대한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간 격차 발생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방세 개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09/11/01 16:35 2009/11/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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