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백승호(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의 담론 장악능력은 대단해 보인다. ‘중도실용’을 내세우며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을 유연하게 돌파했다. ‘친서민’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실질적 토건국가의 이미지를 탈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은 중도실용과도 친서민과도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반면에 재야의 정치세력과 시민운동세력들의 정치력은 무능력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지난 1년 반여의 시간동안 그 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기에만 급급했다. 담론도 장악하지 못했고,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서의 이미지도 구축하지 못하였다.

이제 비판을 넘어 대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복지정책에서의 대안은 더더욱 중요하다. 기존의 복지정책에 대한 미시적 조정은 그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자리 잡기에 부족해 보인다. 소득보장영역에서의 혁명적 대안에 대한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보건의료영역에서의 혁명적 대안에 대한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 및 시민운동세력에게 대안은 더더욱 중요하다. 이들의 역할은 실현 가능한 정책안들을 제안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들이 정책의 실현가능성에만 매몰되어 있을 때 그 생명력은 사라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운동이란 실현 불가능한 것을 실현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시민에게 아무런 조건을 부과하지 않고 일정액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을 상상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 시민들에게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아동발달계좌를 확대하여 전체아동에게 아동발달계좌를 갖도록 하는 제안을 상상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상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운동을 조직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실현가능성이 없어서? 처음 시작하는 모든 것은 힘들고, 장애도 많고, 많은 역경과 고난의 길이 눈앞에 펼쳐지기 마련이다. 그런 길을 개척해가는 것이 운동이다. 열린 사고를 가지고 그러한 다양한 상상들에 대해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그러한 비판에 기반해서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작업을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시킬 때가 되었다. 수세적 비판만은 이제 그만하자.

이번호 복지동향에서는 주거복지정책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주거복지는 현재의 한국적 상황에서는 너무 생경한 단어지만, 서국 복지국가가 건설되는 초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먹고 입고 자는 문제야 말로 인간의 기초적 욕구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주택은 부를 창출하는 수단일 뿐이다. 국가도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주택을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정도로 밖에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주거복지야 말로 한국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과제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주택정책에 대한 진단을 통해 주거복지운동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행정구역개편과 사회복지전달체계, 영유아보육법 개정방향, 무상급식운동, 신종플루 대책 등의 주제가 이번호에서 다루어진다.



2009/10/01 17:23 2009/10/0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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