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회권위원회 대한민국 제3차 최종견해에 관한 토론회 후기


지난 2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대한민국 제3차 최종견해 평가 및 이행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자료집 다운로드)’를 개최했습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5년마다 조약 당사국에 대한 사회권 상황 검토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0년에 유엔 사회권 규약에 가입해 2009년 세번째 사회권 정부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였고, 참여연대는 민변, 인권운동사랑방 등 55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부보고서에 대한 NGO 반박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고 심의 과정에도 적극 대응하였습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2009년 11월 23일 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밝힌 한국 사회권 상황에 대한 심의 결과를 살펴보고,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권고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5기 참여연대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영실씨가 토론회에서 언급된 중요한 내용들을 간단히 후기로 작성하였습니다. 

유엔 공무원’ 경력을 갖고 계신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크게 받아, 막연하지만 장래 희망이 ‘유엔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말해 왔던 나에게, 이번 토론회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유엔의 업무를 알 기회를 제공해 준, 참으로 뜻 깊은 참관 경험이었다. 1990년에 우리나라가 유엔 사회권 규약에 가입한 이래, 1995년과 2001년에 사회권 규약 이행 여부 심사가 있었고, 그로부터 8년 후인 지난 2009년 11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의 심의 결과로 우리나라 사회권 분야에 대한 제3차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가 발표되었다. 그 발표에 이어, 2010년 2월 3일,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대한민국 제3차 최종견해 평가 및 이행 전략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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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토론회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인권위 인권위원)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박찬운 한양대 법학대학원 교수,  이숙진 전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김현미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김인재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 윤홍식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등이 참석했다.


한국의 주거권, 노동권, 교육권 등에 있어 정부의 개선을 요구하는 권고에 우리나라 법무부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항의서한을 보내었고, 이에 반해 참여연대를 비롯한 56개의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그 항의 서한에 반박하는 글을 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이같이 사회권위원회의 최종 견해에 대한 입장이 극명히 나뉘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여러 관련 단체와 법무부 관계자가, 보고서 심의와 그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대안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토론은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발표자들은 위원회의 권고 주제별로 사회권규약과 최종견해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평가 및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정부의 역할을 제시하고 촉구하였다. 중차대하고 방대한 내용을 짧은 시간 내에 발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했으나, 대체로 토론회의 참가자들은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권고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가 이를 반박하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며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순위는 날로 향상되어 가는데, 인권의 측면에서는 국제적 위상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고 부끄럽게 느껴지면서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의구심을 갖고 참관에 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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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한국의 사회권 현실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유엔이 우리나라에 사회권 개선을 요구한 권고가 95년에는 20건, 2001년에는 30건, 2009년에는 83건으로 계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무부 측에서는 권고의 개수가 국가의 사회보장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에 권고 수치가 증가한 것이 곧 사회권 후퇴가 아니며, 분발을 촉구한 것일 뿐이라며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거나 오히려 반박 내지는 변명하는 입장이어서 듣기 민망하고 편치 않았다. 또한 사회권규약 위원회의 심의에 있어 ‘절대적 기준은 없으며, 이는 환상일 수’ 있고 심의시간이 7시간 밖에 되지 않아 한계나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는 등 사회권위원회의 국제적 근간을 흔드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반해 박찬운 한양대 교수는 권고 증가의 원인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사회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각종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또한 용산참사와  일제고사, 비정규직 증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선 등 권고의 내용이 한층 구체적이고 방대하다고 밝혔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역시 정부가 유엔의 권고를 ‘점진적 실현이라고 협소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입장이 계속되는 동안 당사자들은 인권침해로 고통 받기에 당사자의 입장에서 제도를 만들어내고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사회복지학’ 전공자로서 사회복지라 함은 사회구성원의 복지와 사회질서의 기능을 위하여 기본적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권의 보장이라 배웠다. 그런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사회권 개선을 위한 권고가 날로 증가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필요가 결핍된 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턱없이 부족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빈부격차의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IMF 시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긴 이후 점차 빈부격차가 줄어들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만 보아도 취약,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보다는 상류층에 대한 관심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개발사업과 도시 재개발에 있어 퇴거 대상자에게 사전 통지와 임시 주거의 보장과 같은 과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용산참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학 졸업을 며칠 앞둔 이 시기에 겪은 이번 체험은 사회복지학 전공자인 내 자신의 안목을 더 깊고 넓게 열어준 절호의 기회였다. 평소에 가졌던 취약,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과 국제적인 차원에서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하는 체험이었다. 원래부터 사회정책 쪽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원에 가서도 그 방면으로 공부를 더 하고자 하였기에 나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각 분야별로 분석과 평가를 해야 하고, 또한 토론을 통해 정부와의 입장 차이를 줄이며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계속 방치하기에는 국제적 수치를 당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혼모의 권리에 대해 참석자 모두의 마음이 모아진 점은 뿌듯한 수확물이었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권 규약에 대한 이해의 폭과 방향이 입장마다 많이 다르다는 점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미래에 내가 발표자가 된다면 어느 입장에 서 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끝으로 조국 교수의 말대로 여러 전문가집단과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의 관심과 감시 가운데 정부의 조속한 세부계획 발표와 이를 위한 이행 노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의 공의에 어긋남이 없이 인권 존중의 국가로 상향 조정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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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5기 인턴 권영실
2010/02/09 15:29 2010/02/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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