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바람이 차다. 날이 일찍 어두워진다.

바람이 많아서 라기보다는, 밤이 서두르기 보다는 가을이 왔기 때문이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스러운 자연인데 한마디씩 주고 받는다. 새해 덕담같이.

제 때에 나는 과실이 몸에도 좋다고 한다. 서두르지도 않고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무 탈 없이 순조롭고 편안하다고 한다.

아마도 모양이 나지는 않은 것들도 제 때를 기다려주면 다 이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 졌다. 세상은.

엇그제 고속도로에서 우거진 햇볕을 정통으로 받고 있는 기다랏고 여러 뭉텅들의 산을 보았다. 기분이 들썩였다. 생각해 보니 이유가 있었다.

사회복지학과는 무엇을 배우는 학과인가? 사업해서 돈 버는 과. 사회복지에 대한 나의 첫 대답이었다. 그리고 복지사회를 이루려는 사회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복지와 8년 9월간 인연을 맺어 가고 있다.

청주에서 제일 큰 마트도 있고 경운기 소리도 들리면서 항상 차들이 빽빽한 도로가 있는 곳에 46,000명 주민의 동사무소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며 장애인 760명, 수급자 230가구, 노인 1,820명과 한부모 가정 65가구와 잠시 인연을 맺고 있다.

사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알아보는 자리도 흔치 않을 것이다. 사람들을 잘 기억하고 알아봐야 한다는데 그렇지 못하다.

내가 먼저 알아보고 찾아봐야 하는데. 그래서 항상 우리 동 주민은 상대적으로 복지권에 소홀함을 받는다고 하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된다.

작년 계절의 변화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출범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런 게 혹시 한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 자질도 생각해 보았다.

한 채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역할과 역할들이 잘 어우러지고 분명 틀림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언제고 건실하면서 편리하고 보기도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그런 집을 짓기 위해서는 내 집을 짓는다는 생각은 물론이요 치밀한 도면과 때를 기다리고 때에 맞는 공정과 순서에 의해서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그런 집은 보는 사람도, 짓는 사람도, 살 사람도 모두 흡족할 것이다.

나는 이 집에 어떤 역할을 자처 할 것인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무작정 시간만을 내밀 것인가? 자리매김, 정체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견딜 수 없는 시간만이 기다릴 것 같다. 많은 동료들이 이 길을 떠난다. 자진해서 떠난다.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에겐 가정과 친구, 선생님 그리고 사회의 지극한 관심을 보인다. 되돌아 와야만 하기 때문이다.

생산이란 소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생산과정에는 역할이 있고 그 역할자체가 생산적인 사회일 것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가?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대화하기는 그리 쉬운 일만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어려운 일은 만나야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야만 하고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일터에 있는 사람을 만나자고 하기에는 어렵다. 금융자산 조회 후 많은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어떤 느낌을 갖고 있을까?.

눈물을 갖고 와서 대책 없이 풀어버린 사람, 거침없이 말을 하는 사람, 귀에 가까이 대야만 하는 할아버지 모두 다 나를 찾는 소중한 사람이다. 때론 이 소중함이 한가지로 인해 상처받고 의기소침하게 할 수 있다. 복지사회는 사람이 사람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의 역할을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할 수 있도록 또한 복지사회는 관심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출장을 갔다 올 때까지 내 책상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들어오기 무섭게 덥썩 손을 잡는 할머니의 반가움을, 어린 자녀를 키우기에 막막한 한 가정 어머니의 막막한 눈물을,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나를 볼 때면 개구진 소년소녀가장의 장난을 항상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내가 있었으면 한다.

혼자 되신 어른신에게 생신상 차려드리기를 자원봉사자가 한다. 미역국 끓이고 몇 가지 나물 무치고 떡을 챙겨 찾아가면 공원 친구들을 모시고 와서는 아들 손자 부럽지 않은 칭찬을 아낌없이 하신다. 아름다운 복지사회의 모습이 이런 것일 것이다.

고령화 사회라 한다. 지식정보화의 사회라 한다. 세계화라고 한다. 그래서 복지사회는 더욱 더 필요하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 직업의 직장인으로 머물게 할 것인가? 복지사회 자원으로 인식 할 것인가?

부분의 역할이 무엇이며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 한 것일까?

이제는 정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

이상종/청주시 산미분장동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2001/09/10 00:00 2001/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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