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의보통합 입장번복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건강보험 :
2001/10/29 06:33
건강보험 재정분리 입법추진에 대한 논평
1. 10월 26일 "내년 1월로 예정된 지역과 직장건강보험 재정통합을 하지 않는다"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등이 발의한 건강보험법개정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되었다. 이 건강보험법개정법률안이 다수당인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자민련까지 공조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랜 동안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 건강보험 통합 노력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져,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2. 이번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세 가지 점에서 국민들에게 명확히 답해야 한다. 첫째로, 한나라당의 이번 법안 추진은 일관성을 상실한 것이다. 건강보험의 조직과 재정 통합을 내용으로 한 국민건강보험법의 제정은 국회에서 만장일치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고, 한나라당의 대선공약이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예정된 재정통합을 뒤엎고 재정을 분리하여 운영하여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3. 둘째, 건강보험 재정분리에 대한 정책적 근거가 없다. 한나라당은 올 초 건강보험 재정위기가 표면화된 시점부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재정을 분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개정법률안도 그러한 연장선 속에서 지난 4월 국회에 제출된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재정위기와 통합이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근거를 밝혀야 한다. 현재 직장과 지역의 관리운영조직이 통합되어 있을 뿐, 재정의 통합은 내년 1월로 예정되어 있어 통합으로 인한 재정의 고갈이나 위기는 현실화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악화의 원인이 재정통합에 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재정위기의 대안으로 재정분리가 답이 될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4. 더욱이 지금까지 통합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지역가입자들의 소득파악율이 낮아 유리지갑인 직장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지역가입자들에게 흘러간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반전되어 현재 지역보다 직장건강보험의 재정 적자가 더 심각하여 내년부터는 지역조합의 재정에서 직장조합의 재정을 지원해야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역조합의 경우 적자분에 대한 국고지원이 가능하지만 직장조합의 경우 국고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재정이 분리된다면 직장건강보험 재정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직장보험료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현재 한나라당의 주장과 법안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5. 세째, 재정분리는 새로운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시킬 것이다, 건강보험의 통합은 수년간 사회적인 갈등을 수반하며 어렵게 이루어낸 합의사항이다. 현재 다시 재정을 분리시키면 현재 통합된 관리운영조직의 분리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는 통합과정에서 지불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무화시키고 새로운 사회적 갈등과 비용유발을 초래할 것이며, 겨우 안정단계에 들어간 공단 조직의 갈등과 동요를 발생시킬 것이다. 아울러 통합의 장점을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없이 재정만 분리하고 보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6.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한나라당이 중요한 정책에 대한 입장을 근본적으로 번복하면서 입장 번복의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충분한 정책적 검토와 의견수렴 없이 정치적 다수의석이라는 힘을 통해 밀어 부치려한다는 것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의보재정위기로 인해 조성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여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건강보험재정분리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면 이는 수권정당을 표방하는 원내 제1당으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즉각 의보재정 분리 방침과 법안처리 계획을 철회해야 하며, 계속 법안개정을 추진한다면 지난 10여년간 의보통합을 요구해온 전 시민, 사회, 노동, 농민단체들은 한나라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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