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정부는 노인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노인장기요양보호정책기획단을 구성하여 고령사회의 노인의료비 증가와 가정의 노인부양 기능 약화에 대처하는 장기요양보호 종합대책을 마련중이며,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장기요양보험의 형태와 서비스 종류, 제공방식, 재원조달, 시행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령화사회의 도래에 따라 만성질환노인을 위한 장기요양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노인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한다. 장기요양시설에 대해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보험자, 사회복지법인 등이 다양한 수요에 맞춰 지역단위로 설립하도록 하고 지역실정에 따라 지방공사 의료원을 장기요양병원으로 전환을 유도한다. 노인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에 부가하여 치매·뇌졸중 등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에게 간병·가정간호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가입대상은 모든 피보험자가 자기 또는 부모를 위하여 희망하는 경우에 가입하며(일정기간 보험료 납부 의무화), 재원은 보험료와 정부·지방비 그리고 자부담으로 하며, 관리운영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당하게 한다」고 되어 있다.

노인요양보험, 실험적 접근은 위험

이러한 노인요양보험의 필요성과 실시방안에 대해서는 보건사회연구원 등 일부에서 논의된 바 있지만 정부가 그것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제도에 대하여 앞으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염려되는 것은 사회보험과 노인시설의 인프라가 빈약한 우리 현실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제 5의 사회보험인 노인요양보험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글에서는, 비록 정부의 확정된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노인요양보험제도 도입에 있어서 몇 가지 고려사항을 검토하고자 한다.

먼저, 이 제도의 도입이 거론되는 배경에 관련된 문제이다. 지난 2001년 5월 31일에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주요 내용 중에 건강보험의 근본적 재정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의 하나로서 노인요양보험이 포함되어 발표된 바 있다. 그 후 7월 19일에 중산층 육성 및 서민생활 향상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에서는 만성질환 노인을 위하여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즉, 한편에서는 건강보험의 재정안정대책으로서, 다른 한편에서는 노인보건복지대책으로서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것은 노인요양보험제도가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필자는 노인요양보험제도가 건강보험의 재정안정 대책으로서 도입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고려해 볼 수도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대책으로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 2000년 4월에 개호보험제도를 도입하였는데, 그것을 도입하게 된 숨은 배경이 의료비 문제였으나 이 제도가 의료보험재정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하여 이 제도를 둘러싸고 제도의 도입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자인 시·정·촌(市町村)을 비롯하여 여러 관련단체와 시민단체들이 국가에 대해 제도의 수정과 개선, 국가의 재정지원, 충실한 기반정비를 요구하였다. 또한 직접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현장과 개호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와 그 가족 등 일반 국민들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초기임에도 법개정이나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그러므로 노인요양보험제도는 건강보험의 재정안정보다는 오히려 노인복지적 시각에서 도입의 목적이나 필요성을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노인요양제도로서 보험방식과 조세방식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보험방식과 조세방식은 각각 장단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어느 것이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며,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지금 실시되고 있는 사회보험들은 국민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못한 채 도입되었는데, 그 이후 많은 논란이 발생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정조달 방식(또는 제도의 형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시설과 인력 등 공급체제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표 1에서 보듯이 요양시설은 유료인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2000년 현재 256개 시설에 15,728명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것은 노인인구가 337만명이고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율이 86.7%이고 치매노인이 27만 7천명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노인요양보험이 도입되더라도 시설이 부족하여 서비스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경우 1989년부터 골드플랜을 통해 서비스 공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장기간 노력하였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요양보호 서비스 공급기반을 구축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정비가 불충분하다면 '보험은 있으나 요양은 없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다. 고령화의 가속화에 따른 요양서비스의 증가량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접근자세로는 재가서비스나 시설 분야에서 앞으로 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확보하여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자동적으로 서비스제공 시설이 확대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보험료가 서비스 제공시설을 증대시키는 데에는 거의 지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노인요양보험제도의 도입 여부에 관한 논의보다도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서비스 공급기반을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 이미 이 제도를 도입한 독일이나 일본의 사례를 고려할 때 노인요양보험의 적용을 받게 될 대상자가 매우 한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급여 수급여부는 인정 기준이나 심사방식 여하에 따라 결정되므로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독일의 경우에 신청자의 약 30%가 거부되고 있는 것을 볼 때 상당수가 적용거부될 우려가 있다. 또한 의료보험과 달리 서비스를 받으려면 복잡한 요양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정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어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게 될 수 있다.

보험재정 안정만을 기해서는 안될 것

셋째,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다면 건강보험과의 급여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양 제도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건강보험의 재정안정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급여체계를 분리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도의 도입목적으로서 요양보호의 사회화와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요양보호의 사회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양 제도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지만, 재정안정대책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느 한쪽만 이용하게 될 것이다.

넷째, 노인요양보험이 도입된다면 재가서비스와 관련하여 영리기업 등 민간사업자가 중요한 서비스공급자로 등장하게 될 것인데, 영리기업의 채산성이 보장되지 않는 수준에서 요양보호 수가가 결정된다면 영리기업은 사업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공급부족이 발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요양수가가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에는 사업자의 참여를 확보하기 위하여 홈헬퍼 서비스의 신체개호 단가를 대폭 인상한 바 있다. 요양보호 수가의 인상은 서비스 이용료 인상 또는 보험료 인상을 의미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에는 보험료 납부에 대한 반발이 상당히 커질 것이다. 이처럼 요양보호 수가를 인상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인상하기 어렵게 되면 결국 정책적으로 남은 방법은 보험급여를 억제하는 것뿐이다.

표1 우리나라 노인복지시설의 현황(2000.12.31)







































































































구분














무료시설








설비시설








유료시설




합계




양로




요양




전문요양




양로




요양




전문요양




양로




요양




양로




요양




개소수




247




119




103




25




93




77




25




4




13




22




13




입소노인




13,558




5,694




5,759




2,105




4,872




4,692




2,105




120




711




702




356




출처 : 보건복지부, 2001년도 노인보건복지 국고보조사업 안내

서비스 공급기반 확보 노력 시급

기타의 문제로서, 우리나라의 경우에 현재의 노인보건·복지서비스가 저소득노인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그 절대량이나 서비스 수준이 워낙 빈약하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다면 저소득층은 중산층과 경쟁해야 하므로 (자부담 등으로 인해) 서비스이용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어 계층화가 발생될 소지가 크다. 또한 우리의 경우에 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요양보호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업무 등은 공공행정기관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될 경우에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인력 증대가 시급히 필요하다. 만약 앞으로 현재와 같은 인력규모에서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면, 과거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부족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대신하여 민간기관인 사회복지관의 인력을 강제로 차출한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될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가 의료집단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노인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요양(의료)수가 인상과 이로 인한 급여비 증대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인요양보험제도가 노인을 위한 보건복지제도로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비스 공급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와 동시에 제도의 형태로서 보험방식이 적절한지 조세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 재 호/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2001/10/10 00:00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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