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간 사람과 못 들어간 사람들의 문제
월간 복지동향/2001 :
2001/10/10 00:00
서울시는 지난 12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에서 탈락한 자 등 영구임대주택 입주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2회에 한해 계약을 갱신하고, 4년 이후에는 퇴거하도록 규칙을 바꾸었다. 이에 대해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영구임대주택의 형평성 문제
서울시가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지 않은 가구들 중에서 생활이 어려운 희망자들이 많은데 입주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더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실제 퇴거 과정에 막대한 행정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집단적인 갈등은 물론이고 자살 등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에 해당되지 않는 가구 중에는 서울시내 민간임대주택을 부담할 능력을 없기 때문에 영구임대주택에서 나가면 주거빈곤상태로 떨어질 수 있는 가구들이 많다. 주거빈곤 해소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문제를 일부 해결하면서 다시 그만큼의 주거빈곤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셋째,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면 생계급여 등과 함께 영구임대주택에서 퇴거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서 소득을 높이는 것보다는 소득을 줄이고 수급권자로 남는 것을 선택하는 복지정책의 노동의욕저하(disincentive)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새로운 주거지에 정착하는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형성된 사회적 관계 또한 상실될 것이다. 다섯째, 영구임대주택 단지 내의 주민들의 구성은 수급권자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게 되고, 그들은 거주기간은 짧아질 것이다. 이는 공동체 형성에 장애가 되고 지역사회가 침체하기 쉬운 원인이 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형평성 문제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났던 것이다. 기존 입주자의 소득이 입주할 사람들의 소득상한선보다 높아지고, 그들이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차지하고 있고 아직 입주하지 못하는 소득이 낮은 가구가 많을 때는 형평성이 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기존 입주자의 소득 수준이 향상된다고 해서 공공임대주택에서 퇴거시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득이 상승해서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에는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다른 주택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임대기간을 고정하는 방법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이 또한 다양한 주민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결국 주민들의 반발로 이내 철회되었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층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부과기준은 타당한가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누구에게 제공하는가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단지 영구임대주택의 입주자격 탈락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최초 입주자를 선정할 당시 생활보호대상자 중에서도 영구임대주택의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시장가격에 비해 임대료가 매우 싸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활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층에게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영구임대주택의 대상계층이었지만 신청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국민임대주택기금이 건설비용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초기에는 재정도 투자되었던 50년 공공임대주택은 청약저축가입자들에게 제공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소득 3-4분위에 속한다. 따라서 청약저축을 가입할 여력이 없는 최저소득계층은 실질적으로 배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50년 공공임대주택도 임대료 등의 부담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에서 저소득층이 부담능력 때문에 배제되는 것은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가 부과되거나 부담능력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할인 혹은 보조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에 대해서 소득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50년 공공임대주택은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이 결정되고, 청약저축가입자로 신청해서 추첨만 되면 거의 아무런 조건 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의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인하여 퇴거를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개발·주거환경 공공임대주택의 제공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입주한 가구의 소득 수준은 매우 다양한데, 동일한 조건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될 필요도 있다.
또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개별 주택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의 질을 고려하여 결정되지 않는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공급되는 지역에 따라 급지별 가격을 정하고 있고, 나머지 공공임대주택은 비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단지 건설원가에 따라 임대료가 다르다. 따라서 공사가 힘든 지역의 임대료는 입지가 나빠도 비싸게 책정되고, 토지가나 자재비가 상승하는 시기에 건립된 경우의 임대료가 비싸게 책정된다. 이용자들이 느끼는 편익과 가격체계는 관련이 없으며, 이 때문에 단지간 형평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홍콩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산정에 교통, 환경 등 단지 특성뿐만 아니라 개별 주거단위에 대해서도 층, 향, 기계실이나 출입구와의 거리 등의 변수까지 고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임대료 보조제도의 제기
이상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도입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서구 사회에서는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임대료 보조가 광범하게 실시되고 있다. 이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부문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고, 공공임대주택에서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정해지더라도 소득이 낮은 가구를 보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대료 보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주거급여가 최근 도입되었지만, 아직 적용 범위가 협소하고 실질적으로 주거비를 충당하는 기능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에서 임대료 부담이 큰 가구에 대해서 추가로 임대료를 할인하는 것은 다른 부문에 대한 지원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은 일본과 비슷하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1997년 공영주택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서 시도된 것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1997년 이전까지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정했는데, 이를 응능응익제를 도입하여 수정한 것이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공영주택에 장기 거주하는 것이 문제시되면서 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자에게 공영주택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임대료 체계는, 먼저 입주자의 수입기준을 두고 임대료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하고, 일정액 이상의 고액소득자에게는 인근 지역의 유사한 임대주택의 시장 가격을 부과했다. 사업주체는 매년 입주자의 신고를 기초로 하고, 이밖에도 주택의 입지 여건, 규모, 경과연수 등 주거서비스의 수준을 고려하여 임대료를 정한다. 이 제도의 도입은 일부 공영주택 거주자들이 임대료 인상을 이유로 반대를 했지만, 여론이나 전문가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주자의 소득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주자에게 소득을 신고해야 할 의미가 부과되었다.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인접한 동종 주택의 시장임대료를 부과하는데, 이를 사업주체는 미리 충분히 주지시킨다. 또 사업주체는 수입에 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만약 이러한 조사에서 수입 신고가 사실과 크게 다른 경우에는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영주택에서 수입 신고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공영주택의 저렴한 임대료를 일종의 공적 급여로 보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을 근거로 한 정책은 무엇보다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한 수준을 주거를 거의 무제한 제공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한,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이나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 부과를 위해서 소득에 대한 파악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체계의 개편이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정한 부담이 되도록 차등화하고, 또 주택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따라서도 차등화하는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시장임대료를 부담하도록 하여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이주하도록 유도한다. 현재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격에 따라 각각 다른 임대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매우 임기응변적으로 도입된 것이고,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는 본격적인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임대료 체계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때만이 아니라 재계약 시에도 계속 소득 수준을 파악하여 수정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주거소요가 큰 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소득이 높은 가구의 경우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하거나 주택을 구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체계를 재편할 때에는 주거소요에 대응하는 적정한 주거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고주거기준을 두어 그것을 초과하는 과다소비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규모가 작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임대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임대료 보조가 실시되고 있는 서구에서 이와 유사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임대료의 시장화라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소득이 높은 가구에 대해서는 임대료의 시장화를 의미하고, 소득이 낮은 가구의 경우 추가적인 지원책이 도입된 것이다. 서구나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서 이러한 임대료 체계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가 계속 거주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이에 더하여 최저소득계층이 적정한 부담으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구임대주택에서 나타난 형평성의 문제는 이상과 같은 임대료 체계의 개선만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오히려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비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부담능력에 맞는 적절한 주택의 수가 부족한 것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이 주거빈곤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도록 그 성격을 규정하는 제도의 정비와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영구임대주택의 형평성 문제
서울시가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지 않은 가구들 중에서 생활이 어려운 희망자들이 많은데 입주자격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더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실제 퇴거 과정에 막대한 행정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집단적인 갈등은 물론이고 자살 등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에 해당되지 않는 가구 중에는 서울시내 민간임대주택을 부담할 능력을 없기 때문에 영구임대주택에서 나가면 주거빈곤상태로 떨어질 수 있는 가구들이 많다. 주거빈곤 해소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문제를 일부 해결하면서 다시 그만큼의 주거빈곤을 발생시키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셋째,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면 생계급여 등과 함께 영구임대주택에서 퇴거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서 소득을 높이는 것보다는 소득을 줄이고 수급권자로 남는 것을 선택하는 복지정책의 노동의욕저하(disincentive) 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새로운 주거지에 정착하는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형성된 사회적 관계 또한 상실될 것이다. 다섯째, 영구임대주택 단지 내의 주민들의 구성은 수급권자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게 되고, 그들은 거주기간은 짧아질 것이다. 이는 공동체 형성에 장애가 되고 지역사회가 침체하기 쉬운 원인이 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형평성 문제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났던 것이다. 기존 입주자의 소득이 입주할 사람들의 소득상한선보다 높아지고, 그들이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차지하고 있고 아직 입주하지 못하는 소득이 낮은 가구가 많을 때는 형평성이 문제가 되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기존 입주자의 소득 수준이 향상된다고 해서 공공임대주택에서 퇴거시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득이 상승해서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에는 높은 임대료를 부담하도록 하여 자연스럽게 다른 주택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임대기간을 고정하는 방법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이 또한 다양한 주민들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었고 결국 주민들의 반발로 이내 철회되었다.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층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부과기준은 타당한가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누구에게 제공하는가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단지 영구임대주택의 입주자격 탈락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최초 입주자를 선정할 당시 생활보호대상자 중에서도 영구임대주택의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시장가격에 비해 임대료가 매우 싸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활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층에게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영구임대주택의 대상계층이었지만 신청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국민임대주택기금이 건설비용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초기에는 재정도 투자되었던 50년 공공임대주택은 청약저축가입자들에게 제공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소득 3-4분위에 속한다. 따라서 청약저축을 가입할 여력이 없는 최저소득계층은 실질적으로 배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을 통해 공급되는 50년 공공임대주택도 임대료 등의 부담 때문에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에서 저소득층이 부담능력 때문에 배제되는 것은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가 부과되거나 부담능력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할인 혹은 보조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에 대해서 소득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임대료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50년 공공임대주택은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이 결정되고, 청약저축가입자로 신청해서 추첨만 되면 거의 아무런 조건 없이 일률적으로 동일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의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인하여 퇴거를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개발·주거환경 공공임대주택의 제공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입주한 가구의 소득 수준은 매우 다양한데, 동일한 조건에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될 필요도 있다.
또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개별 주택이 제공하는 주거서비스의 질을 고려하여 결정되지 않는다.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공급되는 지역에 따라 급지별 가격을 정하고 있고, 나머지 공공임대주택은 비용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단지 건설원가에 따라 임대료가 다르다. 따라서 공사가 힘든 지역의 임대료는 입지가 나빠도 비싸게 책정되고, 토지가나 자재비가 상승하는 시기에 건립된 경우의 임대료가 비싸게 책정된다. 이용자들이 느끼는 편익과 가격체계는 관련이 없으며, 이 때문에 단지간 형평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홍콩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산정에 교통, 환경 등 단지 특성뿐만 아니라 개별 주거단위에 대해서도 층, 향, 기계실이나 출입구와의 거리 등의 변수까지 고려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임대료 보조제도의 제기
이상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도입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서구 사회에서는 공공임대주택과 함께 임대료 보조가 광범하게 실시되고 있다. 이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부문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고, 공공임대주택에서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정해지더라도 소득이 낮은 가구를 보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임대료 보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주거급여가 최근 도입되었지만, 아직 적용 범위가 협소하고 실질적으로 주거비를 충당하는 기능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에서 임대료 부담이 큰 가구에 대해서 추가로 임대료를 할인하는 것은 다른 부문에 대한 지원과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은 일본과 비슷하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1997년 공영주택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에서 시도된 것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할 가치가 있다. 1997년 이전까지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정했는데, 이를 응능응익제를 도입하여 수정한 것이 개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공영주택에 장기 거주하는 것이 문제시되면서 주거빈곤을 겪고 있는 자에게 공영주택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임대료 체계는, 먼저 입주자의 수입기준을 두고 임대료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하고, 일정액 이상의 고액소득자에게는 인근 지역의 유사한 임대주택의 시장 가격을 부과했다. 사업주체는 매년 입주자의 신고를 기초로 하고, 이밖에도 주택의 입지 여건, 규모, 경과연수 등 주거서비스의 수준을 고려하여 임대료를 정한다. 이 제도의 도입은 일부 공영주택 거주자들이 임대료 인상을 이유로 반대를 했지만, 여론이나 전문가들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입주자의 소득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입주자에게 소득을 신고해야 할 의미가 부과되었다. 소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인접한 동종 주택의 시장임대료를 부과하는데, 이를 사업주체는 미리 충분히 주지시킨다. 또 사업주체는 수입에 대해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만약 이러한 조사에서 수입 신고가 사실과 크게 다른 경우에는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영주택에서 수입 신고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공영주택의 저렴한 임대료를 일종의 공적 급여로 보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을 근거로 한 정책은 무엇보다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일정한 수준을 주거를 거의 무제한 제공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한,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 선정이나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 부과를 위해서 소득에 대한 파악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공공임대주택 임대료체계의 개편이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소득 수준에 따라 적정한 부담이 되도록 차등화하고, 또 주택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에 따라서도 차등화하는 원칙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시장임대료를 부담하도록 하여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이주하도록 유도한다. 현재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입주자격에 따라 각각 다른 임대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매우 임기응변적으로 도입된 것이고,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하는 본격적인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임대료 체계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때만이 아니라 재계약 시에도 계속 소득 수준을 파악하여 수정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은 주거소요가 큰 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소득이 높은 가구의 경우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하거나 주택을 구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체계를 재편할 때에는 주거소요에 대응하는 적정한 주거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고주거기준을 두어 그것을 초과하는 과다소비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규모가 작은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임대료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임대료 보조가 실시되고 있는 서구에서 이와 유사한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임대료의 시장화라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소득이 높은 가구에 대해서는 임대료의 시장화를 의미하고, 소득이 낮은 가구의 경우 추가적인 지원책이 도입된 것이다. 서구나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에서 이러한 임대료 체계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가 계속 거주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이에 더하여 최저소득계층이 적정한 부담으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영구임대주택에서 나타난 형평성의 문제는 이상과 같은 임대료 체계의 개선만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오히려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비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부담능력에 맞는 적절한 주택의 수가 부족한 것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이 주거빈곤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도록 그 성격을 규정하는 제도의 정비와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