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와 수가 결정 위원회, 가입자 과반수 비율 확보되어야 한다.
건강보험 :
2001/11/27 14:21
허울뿐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면 참여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5·30 건강보험재정안정화대책에서 현재의 수가 및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구인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와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를 통합, 새로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두고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한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이 법률안은 국회에 계류·심의 중인 바, 우리는 이 법률안의 많은 문제점 중에서 정책심의위원회에 관한 조항에 명백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내용이 확정된다면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는 위원회 참여를 재고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법률안에 의하면 정책심의위원회는 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이 되어 가입자단체 8명, 의약계대표 8명, 공익대표 6인 등 모두 2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가입자단체와 의약계대표를 8명 동수로 책정한 것은 지극히 형식논리에 입각한 것이며, 수가 및 보험료 책정에 있어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약계의 지분을 과도하게 넓혀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의약계의 힘에 밀려 의약분업이 왜곡되는 것을 방관하고 수가를 무리하게 인상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정책심의위원회에 의료계가 다수 참여하게 되면 수가를 넘어 보험료의 결정과정에 까지 의료계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하게 될 것이고, 결국 건강보험의 재정의 안정화는 멀어지고 의료비 지출구조의 왜곡은 바로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올해 건강보험재정은 작년대비 50% 가까이 증대된 15조에 육박할 전망이며 약 2조원의 적자는 차입금으로 대신하는 등 건강보험의 근간이 흔들릴 지경이다. 그간
우리는 재정운영위원회를 통해서 이러한 재정지출 폭증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의약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당한 수가를 인하하면서 가장 최소한의 적절한 보험료만이 부과되도록 부단히 노력하였다. 2001년 보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10차례의 위원회와 5차례의 소위원회를 개최하여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보장의 틀이 정상화되면서도 보험료의 적절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한 끝에 지역가입자는 15% 보험료 인상, 직장가입자는 소득기준 3.4%의 보험료율 등을 작년 12월 14일에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그로부터 며칠 뒤 의료수가의 7.08% 인상을 발표함으로써 재정지출 요인을 증폭시킨 주요인을 제공하였다.
이같이 건강보험제도의 운영과 관련하여 복지부가 지니고 있는 이런 비상식적인 입장과 태도, 그리고 의약계가 보여주고 있는 집단이기주의 경향을 볼 때 우리는 정책심의위원회 구성이 적절하지 않았을 때 올 수 있는 부정적 결과가 너무도 명백해 보인다. 현 법률안에서 보건복지부의 의지가 관철되는 공익대표 6명은 그렇다치고 의약계가 가입자단체와 동수로 구성됨으로써 피보험자를 대표하는 가입자단체의 비중이 23명 중 8명에 그치게 한 것은 너무나 부당하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서 이러한 안에는 결코 찬동할 수 없다.
현재의 정책심의위원회 구성안이 불합리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 건강보험의 수가체계로는 의약계는 수가를 올리고 이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책정하려는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가입자 대표와 같은 지분을 준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이익을 의약계의 이익과 똑같이 취급한다는 발상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둘째, 「특별법」에서 제시한 안은 현재보다 훨씬 개악된 의미가 있다. 현재는 심의조정위원회에 가입자대표, 의약계대표, 공익대표가 6 : 6 : 8의 구성을 이루며, 또한 재정운영위원회에는 이 구성비가 20 : 0 : 10을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하여 「특별법」안은 8 : 8 : 6이 되어 있어, 종전 수가결정과정에만 참여하였던 의약계가 보험료를 결정하는 과정에도 대거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누차 지적한대로 현재의 재정위기의 상당원인이 의약계의 과도한 이익챙기기에 있음을 인정한다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구상이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 각종 위원회에 들어있는 공익대표란 사실상 공익대표가 아니라 정부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는 바,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형식적인 균형 구도를 앞세워 정부의 의지대로 수가 및 보험료를 책정하겠다는 발상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정부의 건강보험제도의 운영 상 신뢰할 수 없는 무소신과 무원칙, 무기력을 생각한다면 이 위원회를 그러한 정부 정책의 통과의례기구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특별법」안대로 정책심의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은 수가 및 의료보험료 결정에 있어 중대한 오류를 낳는 것이라고 보고 만일 이러한 구도가 된다면 향후 위원회 참여를 재고할 것임을 분명히 선언하는 바이다. 이러한 개악을 할 바에는 차라리 현재의 심의조정위원회와 재정운영위원회라는 이원화체제가 더 바람직하므로 굳이 법 제정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끝으로 이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가 이러한 우리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여 정책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 적어도 가입자단체가 과반수를 차지할 수있도록 규정해 주도록 요구하는 바이다. 이것이 앞으로 시민사회노동경제단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를 지키는 길이며, 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에 기여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2001.11.26.
경실련, 전농, 참여연대,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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