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뒷전에 머무는 장애인 복지

소외계층 중에서 장애인들의 복지 문제는 가장 심각한 수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체 장애로 인한 어려움으로 인해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삶에 더욱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대책을 펴고 있지도 않다. 막말로 막노동을 할 수도 없는 장애우들은 적절한 소득보장 정책이 세워지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버겁다. 장애인들은 경제 발전의 미명하에 복지 정책을 외면하는 역대 정부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두 자리 수 경제 발전을 거듭했던 시절에도 선진국 진입을 앞두었다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시절에도 장애우 복지는 늘 뒷전으로 밀려났다.



장애수당, 하루 1,666원

내년 장애인복지 예산의 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첫째 수당의 문제이다. 내년 장애인 수당은 월 4만5천 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돼 11만 명의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예산 666억 중 32.8% 삭감한 447억8천만원이 장애인 수당 예산으로 책정되었다. 국가유공자의 기본연금이 월 53만5천 원에서 60만 원으로 6만7천 원 인상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5만 원이란 액수는 하루 1,666원에 불과한 액수로 수당의 목적이나 액수 산정의 근거가 애매모호하다. 장애수당은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해 주는 성격으로 누구에게나 지급해야 하는 보편성을 띄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 수당은 액수 산정에 근거가 없고 장애가 있는 누구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중 1급, 2급, 3급 중복장애인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수당 본래의 목적과 부합하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펴낸 2000년 장애인복지예산이라는 문건 중 2001 중점예산확보사업 계획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02년 장애인 수당 예산을 장애인 추가비용(1995년 기준)을 고려해 산정하고 있으며 그 대상자도 생활보호 대상 장애인 전원을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애수당 확대지급 계획]


(예산액 단위 : 백만 원)











































































구분




1999




2000




2001




2002




대상인




60,658




76,899




134364




194,908




예산액




20,742




27,656




74,491




171,347




지급단가




45,000




45,000




70,000




110,000




지급대상




1·2급, 3급 중복




좌동




1·2· 3급 전체




생보자 전체




출처 2000년 장애인 복지 예산

※ 1995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장애인가구 월평균 소득(91만원)이 일반가구(191만원)의 50%수준이며 의료비 등으로 월11만원 추가 지출

보사연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평균 15만7천9백 원으로 산정되어 있으며 등록 장애인도 95년에 비하면 두배 정도 늘어나 더욱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보건복지부는 나름대로 장애인 수당 정책을 연차적으로 세워 두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의 예산 정책은 각 부서의 고유 권한을 묵살한 채 경제 논리에만 의거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이러한 권한 집중은 결과적으로 보건복지부의 정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장애아동부양 및 보호수당, 폐기처분

다음으로 장애아동부양수당과 장애인 보호수당의 문제이다.

9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신설된 장애아동부양수당과 장애인보호수당이 3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 수당들은 장애인복지법 45조에 따른 의무사항으로 장애아동을 부양하고 있거나 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자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가 3년째 예산을 책정하고 있지만 기획예산처가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01년 중점 예산확보 계획에 따르면 장애아동부양수당 및 장애인보호수당은 장애인복지법 제45조에 의거 장애로 인한 추가적 비용보전을 위해 장애아동 보호자에게 그 양육비용으로 장애아동부양수당을 지원하고 상시적으로 보호수발인이 필요한 1∼2급 중중장애인의 보호자에게 보호수당을 지원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2001년도 사업계획에 따르면 장애아동부양수당과 보호수당은 각 가구당 3만5천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보다 줄어든 7억 5천만 원으로 내년 장애아동부양수당 예산을 제시했는데 중증장애아동 보호자 2,200명에게 월 4만5천원씩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획예산처와의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폐기처분 되었다. 지난해에도 기획예산처는 마찬가지 이유로 전액 삭감한 바있다.



법에만 명시된 편의시설 촉진

두 번째로 장애인편의시설 촉진기금 정부출연금 문제이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기금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이 규정한 의무사항으로서 제18조(편의시설설치촉진기금의 설치)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은 편의시설설치를 촉진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편의시설설치촉진기금(이하 '기금'이라 한다)을 설치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고, 기금에 대한 정부의 출연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정부 출연금 해당 예산 30억 원은 전액 삭감되었다. 법으로 보장된 내용마저도 묵살하는 기획예산처의 태도는 법을 넘어서 예산집행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재활보조기구 연구개발비 전액을 삭감하고 있고 달팽이관 수술비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달팽이관 수술은 청각장애를 회복시키는 유력한 수단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시술법이다. 그러나 인공 달팽이관 값만 2천만 원이 들어 대부분 염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금액은 26억으로 130명을 시술할 수 있는 액수였다. 그런데, 기획예산처는 청각장애인들의 여망을 뒤로한 채 6억으로 대폭 삭감을 하고 만 것이다.

다음으로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재활보조기구 연구개발비 4억은 전액 삭감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장애우 재활기구 연구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국내는 관련 산업에 있어서 불모지대나 다름없다. 장애 영역별로 필수로 필요한 보조기구들을 구하려면 비싼 관세를 부담하고 수입하는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재활보조기구 개발 계획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으로 많은 예산이 투여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기획예산처는 재활기구 개발의 싹을 송두리째 베어버리고 있다.



내년 장애인복지 예산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 장애인복지 발전 5개년 계획과 관련된 예산이다. 98년부터 2002년까지 5개년 동안 시행되었어야 할 이 계획은 아직까지 예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뒤늦게 내년 예산안으로 제시한 금액은 불과 2억 원, 그나마 기획예산처는 아예 반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은 95년 3월 김영삼 전대통령의 삶의 질 세계화 선언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대통령이 노인 및 장애인복지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구체화하였다. 이어 96년 12월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장애인복지대책위원회」에서『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토록 결정하였다.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의 기본방향]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 보장
















가족·이웃·지역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하는 복지 실현


































福祉 擴大








特殊敎育 强化








雇傭 促進




·장애발생의 예방

·장애인의 생활 안정 지원 강화

·사회참여 확대 및 편의시설 확충

·장애범주의 확대









·장애아 교육 기회 확대

·특수교육의 내실화

·특수교육 지원체제의 효율화








·장애인 직업능력 개발 증진

·중증장애인 고용 환경 개선

·사업체의 장애인 고용 촉진 지원




그러나 이와 같은 화려한 청사진은 계획 첫해인 98년부터 삐꺽였다. 당시 재정경제원이 IMF로 인해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예산과 사업별 추진일정을 전면 보류시킨 것이었다. 이 계획을 추진한 주무 부처인 복지부조차도 5개년 계획에 대한 세부계획이나 일정을 마련하지 못했다.



장애인 복지 덜미 잡는 기획예산처

장애인들은 항상 기획예산처가 장애우 복지 예산에 덜미를 잡아왔음을 기억하고 있으며 기획예산처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02년도 장애인복지 예산 심의조정 과정에서 보인 기획예산처의 냉철한 경제 논리에서는 웬지 인간에 대한 철학을 찾아볼 수 없다. 기획예산처는 장애우복지의 중점사항 등에 대한 분석도 없이 장애우계의 의사를 묵살한 채 작위적인 판단으로 예산을 결정하고 있으며 주요 사안에 대한 고민도 없고 논리도 없이 탁상에서 펜대를 휘두르며 숫자 놀음을 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장애인의 삶은 벼랑 끝에 놓여있다. 그 어느 분야보다도 장애인 복지는 갈급하며 장애인 복지야말로 우리사회가 지켜내야 할 최후의 안전망이다. 예산 범위 내에서 장애인 복지를 해결하려 한다면 장애인의 삶은 10년, 20년이 흘러도 여전히 벼랑 끝에 서 헤어날 수 없다. 기획예산처의 경제 논리가 전횡하는 한 장애우복지는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현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2001/11/15 00:00 2001/11/15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5177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