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의욕을 꺾고, 수급자 진입장벽을 쌓는 기초법 시행규칙개정령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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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20 17:35
기초생활보장법 시행규칙개정령안 철회 요구 성명
1. 12월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은 2002년 예정되었던 소득공제제도의 연기, 소득평가산정방식의 대상자를 차상위계층을 제외한 수급자로 한정하는 등 저소득계층의 자활의욕을 저해하고 국가의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 기초법 본래의 취지와 설계에 위배되는 등 몇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시행규칙개정령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 우선 근로유인을 위한 소득공제제도의 연기는 수급자들의 자활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하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2000년 10월 시행되었으나, 저소득층의 소득파악 미비 등을 이유로 소득공제제도는 2002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시행규칙에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소득공제제도의 실시를 2003년으로 연기하고자 하고, 2001년 시행하였던 시범사업을 확대하여 진행하겠다고 한다. 법 제정 당시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선전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 복지의 핵심이 되는 근로유인 장치인 소득공제제도를 시행할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어떠한 소득공제방식과 수준을 적용하는 것이 수급자들의 근로유인을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인가는 중요하며, 신중하게 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준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고, 신중한 선택이 소득공제제도를 연기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일부 연구자들은 소득공제의 범위가 30% 이상이 되어야 실제 근로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정부는 근로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 공제율을 적용하여, 예정된 소득공제제도를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3. 두번째 문제는 소득공제의 방식을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로 또다시 위임하였다는 것이다. 시행규칙이 바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복지부령인데 이를 또다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다는 것은 법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는 예산과 수급자의 수에 따라 부처간 협의 과정 없이 복지부 장관이 임의로 소득공제의 범위와 대상을 손쉽게 고치겠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기준과 급여기준 등이 시행규칙도 고시도 아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안내"라는 지침 수준으로 위임되어 있어 실제로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다시 말해 보건복지부 생활보호과나 담당 부서에서 담당 공무원들에게만 시달하는 지침의 수정이나 보완을 통해 수급자의 수나 급여수준 등이 조절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제도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접근을 어렵게 하며 정책의 안정성도 크게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공제의 수준과 범위는 적어도 시행규칙 상에 분명히 명시되어야 하며, 나머지 각종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의 기준과 원칙도 상위 법령에 반영되어야 한다.
4. 더욱 큰 문제는 시행규칙개정령안이 수급자와 소득수준이 수급자의 바로 윗 계층인 사람들과의 심각한 불형평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기초보장제도는 근로유인과 계층간의 형평성을 위해 차상위계층도 소득공제의 적용을 받아 수급자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소득이 4인 가구 110만원인 차상위계층이 20%의 소득공제 적용을 받으면 그 가구의 소득평가액은 [110만원-22만원(소득의 20%) = 88만원]으로 내년 최저생계비 99만원 아래이므로 수급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소득공제 적용대상을 "수급자의 소득"으로 한정함에 따라 대단히 불공평한 제도가 될 우려가 높다.
이럴 경우 수급자는 소득공제와 현물 및 현급급여 지급을 통해 정부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으나 차상위계층은 실제 소득은 차이가 많지 않음에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근로의욕을 저해하여 수급자로 전락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임이 분명하다. 결국 소득공제 대상소득을 "수급자의 소득"으로 함에 따라 소득공제 실시로 인한 대상자의 확대를 사전에 막고 정부의 지원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시행규칙개정령안에 담겨있는 것이다.
5.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현재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학생 등의 소득공제제도가 대단히 미흡하며 이의 공제율을 대폭 인상할 것을 주장하였다. 또한 소득공제제도의 본격적인 실시를 통해 근로의욕을 고취하여 "놀고 먹는 복지"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오명을 벗을 것을 기대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시행규칙개정령안은 오히려 자활의지를 저해하고, 정부의 지원범위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시행규칙 개정령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하고, 소득공제를 비롯하여 수급자의 가구특성별 추가비용공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담긴 새로운 시행규칙안으로 전환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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