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건강보험 정책 혼선에 책임 지고 김원길 복지부 장관은 퇴진해야 한다
건강보험 :
2001/12/28 18:01
복지부의 안이한 태도와 의료계 눈치보기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12월 27일 오전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에서 내년 수가를 동결하고 3개월 내에 조정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같은 날 뒤이어 열린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이러한 심의조정위원회의 실망스런 결정에 반발하여 내년 건강보험 보험료 수준의 결정시기를 내년 1월달로 연기함으로써 정부가 내세운 9% 인상안을 사실상 부결시켜 버렸다.
현 단계에서 수가와 보험료의 결정은 당면한 건강보험재정위기와 연동되어 있다. 정부가 5월 이후 추진해 온 재정절감대책이 건강보험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재정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하여 왔으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절감대책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일방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으로 일관되었다. 그 결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건강보험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였고, 만연된 불신은 앞으로 건강보험 분야에 남아 있는 여러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데에 커다란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수가인하와 이에 따른 보험료의 합리적 결정은 현재의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정책의 혼선을 바로잡는 해법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 기회를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계기로 만드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재정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고, 계속되는 정책집행의 혼선과 판단의 부재, 현재의 수가동결과 보험료 미결정 상황에 대한 책임은 우선적으로 보건복지부에 있다.
건강보험 재정절감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최근 수가와 보험료 논의과정에 이르기까지 복지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안일한 사태파악과 의약계 눈치보기, 시민사회노동단체에 대한 기만 등을 반복하여 왔다. 따라서 최근 일련의 건강보험 정책 전반의 혼란을 불러일으킨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이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러한 건강보험 정책의 혼란을 초래한 첫 번째 이유는 보건복지부의 사태에 대한 안이한 시각과 대처능력의 부재이다.
그간 누누이 지적해온 대로, 2001년의 건강보험재정 적자가 연초의 예상과는 달리 4조원가량이 폭증한 근본적 원인은 의약계를 달래기 위한 '무리한 수가인상'에 있다. 시민사회노동단체는 수가인상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수가의 인하를 주장하였으나, 복지부는 재정위기의 심각성이 현실로 입증된 5월말에야 수가동결, 보험료인상, 정부재정부담인상 등의 재정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부당한 수가인상으로 인해 국민이 추가 부담한 진료비가 올 한 해 1조 5천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수가인하 없이 보험료만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
올 한 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재정절감대책의 대부분이 병의원에 대한 지출억제가 아닌 국민들의 본인부담금 인상과 추가적인 수입증대방안에 의한 것이었다. (절감예상액 1조8천억원 중 1조800억원 실현, 급여비 절감은 4,600억원 정도에 그침)
둘째, 정부가 의약분업 파동 이후 여전히 국민이 아닌 의료계의 눈치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재정운영위원회에서는 누차 지출부분인 수가가 먼저 결정되어야만 수입인 보험료율이 결정될 수 있음(先 수가결정, 後 보험료 결정)을 확인하였고, 정부가 수가인하에 대한 정책의지를 밝힐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서울대경영연구소에서 시행한 의료기관의 원가분석 보고서를 통하여 수가인하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그동안 전 국민이 보험료 인상과 본인부담인상을 통해 고통분담을 하고 있음에도 의료계는 초과이윤을 얻어왔으이 입증되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수가인하의 근거를 모두 무시하고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에 수가동결안을 상정하였고, 이는 국민의 정부 하에 보건복지부가 '4천7백만'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의사와 약사의 정부로 전락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었다.
셋째, 보건복지부가 진지한 자세로 가입자 대표 및 시민사회, 노동단체와 대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만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보험료 결정에 앞서 수가인하와 추가적인 약가인하·약국조제료 인하 등 강력한 재정절감책을 요구하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12월 20일 주요 시민사회노동단체 소속 재정운영위원들과 면담을 갖고 수가인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추가적인 재정절감분이 있으면 고액진료부담 환자들의 본인부담 경감과 같은 국민들의 급여확대로 사용토록 한다는 데까지 동의하였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실무자와 재정운영위원 측 전문가들 간에 수가인하 가능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이루어져, 2% 인하, 3.4% 인하라는 두 가지 안을 심의조정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27일 재소집된 심의조정위원회에서는 3개월 뒤 재논의를 전제로한 동결안이 정부측에 의해 제안되고 위원장인 복지부 차관이 이를 확정함으로써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인 재정운영위원과의 면담 과정에서 한 장관의 발언은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탕발림에 불과한 것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운영위원회는 보험료율을 결정할 수 없었고, 보험료 결정을 명백한 수가인하 조치가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원길 보건복지부장관은 현재의 재정위기의 본질을 보지 못한 가운데 그 해법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우를 범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보장을 책임질 만한 인물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건강보험 정책은 정치적 화술로 좌우될 수 없고, 그러한 태도는 오히려 정책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다. 장관의 소신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된 민간의료보험 확대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와 전문가들의 우려 등에서도 그 위험성이 이미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보건복지부장관은 이러한 사태를 해결해 나갈 분명한 원칙과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인사라고 판단하며, 장관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한다. 이는 더 이상 국민을 봉으로 하는 건강보험재정안정화대책이 용납될 수 없다는 국민의 자각을 바탕으로 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아울러 건강보험 정책의 혼선을 바로잡고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항을 요구한다.
1. 청와대는 최근 건강보험 정책의 혼란과 재정안정대책의 미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원길복지부장관을 경질해야 한다.
1.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는 빠른 시일 내에 수가인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용역보고서 검토를 이유로 수가인하를 지연할 이유는 없다.
1. 약가와 약국의 조제료 등 행위료를 전격적으로 인하하여야 한다.
1. 재정누수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실사기능을 두고, 보험자로서 의료공급자에 대한 조사와 감독, 견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궁극적으로 지출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여 국민경제에서 의료비지출이 차지하는 적정선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와 정책개발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2001. 12. 28.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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