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한국의 사회보험

우리 나라 사회보험의 팽창속도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 전국민의료보험을 12년 만에 달성했으며, 11년만에 전국민연금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고용보험은 시행 5년만에 법률적으로는 전체 임금근로자를 포괄하고 있다. 사회보험이 국민들을 위한 보험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현행 사회보험이 국민들의 의료문제, 실업문제, 그리고 노후소득보장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막상 이런 혜택을 받는 계층이 누구인가를 따져보면 비교적 안정된 직장과 웬만한 소득이 있는 계층이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고 서민들은 사회보험의 혜택에서 상당수가 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임시, 일용직 등 비정규근로자의 대부분, 영세 상인이나 행상, 반복실업자 등 우리 사회의 서민계층은 대부분 사회보험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다. 단적인 예로 통계청에서 비정규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국민연금은 비정규근로자의 20%만 적용되고 있으며, 고용보험은 22.6%, 건강보험은 22.2%만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 사회보험이 서민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이다.

사회보험 배제로 인한 심각한 불이익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면 당장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고용보험에서 제외되면 실업을 당해도 실업수당을 못받고, 직업훈련도 제대로 받기 어렵다.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치료와 재활, 그리고 노동력 상실에 대한 사업주의 보상에서 큰 손해를 입게된다. 건강보험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당장 비싼 일반수가로 진료를 받아야 하므로 거의 2배 이상 진료비를 납부해야 한다. 큰 병에 걸리면 거의 가계파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연금의 배제는 더욱 심각한 불이익을 준다. 현재 국민연금에서 배제된 사람은 나중에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자식들의 눈치를 보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후를 지낼 가능성이 극히 높아진다. 현재도 95년에 시작된 농어민 연금에 가입한 농촌의 노인은 평균 10여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지만, 그 당시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농민은 연금을 일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그 한계

사회보험 배제 문제가 쟁점화되면서 최근 2∼3년간 정부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왔다. 고용보험은 98년 10월부터 1개월 이상, 월 80시간 이상(주당 18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도 98년 10월부터 강제 적용을 받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경우는 임시, 일용직 등 대부분의 비정규직을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전환시키려 했으나 이럴 경우 사용주의 부담을 늘린다는 이유로 "규제개혁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밝혀 제도가 개선되지 못하였다. 의료보험은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와 1개월 이상 근무하는 단기간 근로자를 모두 직장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조치가 2001년 7월에 시행되었다. 산재보험의 경우도 2000년 7월부터 5인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었다.

이 결과 최근 사회보험의 가입자가 어느 정도 늘어났다. 고용보험은 428만명(97년)에서, 605만명(99년)으로 약 177만명이 추가로 가입되었다. 산재보험의 경우는 최근 2년간 1백만명 정도의 적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 어려우며, 건강보험의 경우는 최근 보험료 장기 연체자의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사회보험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험에서 배제되고 있다. 대략적인 추정에 의하면 2000년을 기준으로 임금근로자 중 산재보험에서 제외된 근로자가 약 430만명, 고용보험에서 제외된 근로자가 약 700만명, 그리고 경제활동인구 중 국민연금에서 제외된 인구가 약 7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4대 사회보험 통합을 통한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 그리고 영세 상인들이 사회보험에 배제되는 이유는 적어도 행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누가 적용 대상이며, 적용 대상자의 소득은 얼마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사회보험 행정기관이 영세사업장 근로자 등에 대한 고용 및 임금기록을 정확하게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사회보험 적용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한 기관에서 사회보험 대상자로 파악된 사람을 다른 사회보험에 자동으로 적용하면 그만큼 적용율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4대 사회보험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한 기관으로 이관하자는 "4대 사회보험 통합론"이다. 이 방안은, 4대 사회보험이 동일한 대상자에 대해 각각의 기관에서 사회보험 관리를 하지 말고 한 기관에서 하게되면 그만큼 사각지대도 줄어들고,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있다고 한다면 이 근로자는 의료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이 모두 적용되는데 지금처럼 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관리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의 기관이 나누어서 별도로 사회보험을 걷지 말고, 한 기관에서 모두 처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보험에서 보험 대상자가 되면 다른 보험에서는 자동적으로 보험가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각지대가 줄어들 수 있다.

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을 통한 사각지대 해소

4대 사회보험기구의 관리체계 통합 뿐아니라 더 나아가 자영자의 사회보험 관리까지 염두에 둔다면 아예 다른 나라처럼 사회보험료 징수를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영국,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사회보험료를 사회보험행정기관이 아닌 국세청에서 조세와 함께 징수하여 일괄적으로 사회보험 기금에 넘겨주고 있다.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이전하면 사회보험에서 배제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 및 소득파악이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은 틀림없다. 즉 그 만큼 사회보험 배제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방안은 한국 사회보험의 고질적 문제인 자영자 소득파악을 촉진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갖고 있다.

임금근로자의 직장가입자 편입 확대

비정규직이나 영세 사업장 근로자를 사회보험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있어서 행정체계의 정비 외에 보험료를 부담하는 당사자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서는 임금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험료를 부담했고, 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사회보험에서 빠져나가려는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속히 자격을 변동시켜 보험료 부담시 사용주가 50%의 보험료를 분담하는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지난 2∼3년간 의료보험에서 이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그 성과는 그리 높지 않다.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 비정규근로자들을 직장가입자로 변동시키는 정책이 대대적으로 수행되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해소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월급 수준이 너무 낮아 보험료 납부에 부담을 느끼는 근로자 계층에게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모두 소득 수준이 낮아 사실 보험료 부담이 생계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소득기준을 정해 놓고 아예 저소득근로자를 보험에서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다른 사회복지제도나 노동복지제도를 통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저소득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국가의 재정이 투입되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일정 소득 이하의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재정에서 납부해 주거나 혹은 일종의 가입기간인정제도같은 것을 두어 보험료 납부 중단으로 사회보험 배제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2/02/15 00:00 2002/02/15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572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