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복지자치 실현의 장으로
월간 복지동향/2002 :
2002/05/03 00:00
지방선거와 지역복지과제
다시 지방선거가 시작된다. 선거일(6월 13일)을 전후하여 열리는 월드컵 때문에 이번 선거는 어쩌면 온 세계의 폭발적 관심(?) 속에서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이번 선거는 월드컵에 쏠린 관심 때문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진행될 가능성이 많아서 매우 걱정스럽기도 하다. 복지는 정치에 의해 정치적으로 결정되고 정치를 결정짓는 것은 선거이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지방선거가 사회복지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지방선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방자치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라는 물음이다. 과거에 지방자치제의 본격적인 실시를 앞두고 우리 사회에서 지방자치제가 사회복지부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 사회복지계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었다. 즉, 지방자치가 지역주민들의 복지증진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시각과, 지방자치가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역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전자는 첫째, 지방자치제는 지역주민의 실제적 욕구에 기반한 복지정책을 펼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높게 열려져 있고 둘째, 민선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 의지에 따라 독자적인 사회복지계획의 수립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지역사회의 특성 및 지역주민의 요구에 신축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획일적인 복지정책이 점차 다양화될 것으로 보았다. 반면에 후자는, 지방자치제 하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책임만 증대시켜 지방정부의 복지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즉, 사회복지사무에 관한 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이 매우 제한되어 거의 모든 행정업무를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재정이 취약한 상태에서 중앙정부가 자치단체에 사회복지업무를 강제로 떠맡김으로써 재정력이 취약한 자치단체는 주민의 사회복지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간섭과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현재까지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러한 시각 중에서 후자의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1995년 6월에 지방자치제도가 전면 도입된 이후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지방자치가 드러낸 커다란 문제점들을 보아 왔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지방자치는 아주 작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을 뿐이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결과이다. 즉, 지방정부의 권한부족·책임과중, 지방정부의 재정빈약, 지방정부 구성원(특히 지방의회)의 자질부족, 지역주민의 참여 부족 등의 문제를 노출시켰고 이로 인해 기대했던 지방자치는 제대로 성숙할 수 없었으며 그에 따라 지역복지의 발전도 매우 저조했다. 우리 사회의 경우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간섭과 개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고 그에 따라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왜곡된 지방자치만이 남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상태에서 주민의 복지욕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복지자치'는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구성을 앞둔 지금 우리는 지방자치를 통해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또 그것을 어떻게 얻어야 할 것인가라는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다. 과연 지방자치는 사회복지를 위해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그토록 지방자치제의 실시를 기대하였는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필요로 하므로 여기에서는 논의하기 힘들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왜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가 즉, 왜 지방자치가 필요하며, 지방자치의 의의가 무엇인지를 간단히 정리하면서 지역복지의 발전을 위해 지방선거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지방자치제는, 이론적으로 본다면,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고 주민들의 개별적·집단적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각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행정을 집행하게 되므로 그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복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이나 사업 등을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제는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행정참여를 촉진시키며 이를 통해 지방행정을 통제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지방행정의 민주화를 구현할 수 있다.
지방차원의 복지정책 개발과 복지행정의 효율성 제고
이러한 정치적 민주화와 분권화 및 주민참여는 지역사회의 사회복지를 질적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높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의 주체로서 지방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된다. 중앙집권제 하에서는 중앙정부가 정책결정을 주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민주성보다 효율성의 가치를 우위에 둠으로써, 사회복지정책도 중앙정부의 책임이 절대적이었고 지방정부는 단지 이를 집행하는 역할만 행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의식이 높아진다면 지방정부는 독자적으로 사회복지사업을 수립하여 복지서비스를 제공을 통해 주민들의 증대된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사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지방자치제는 복지행정의 강화, 지역주민의 복지의식 고취, 지역복지자원의 개발, 지역복지를 위한 지역주민의 협력과 참여 증대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방자치제에서는 지역주민의 사회복지욕구가 활발하게 표출되고 지방정부가 이를 적극 수용하게 됨으로써 지방차원에서 다양한 복지정책의 개발과 복지행정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적절한 사업배분과 권한이양으로 지방정부의 재량권 확대되야
그러나 이러한 장미빛 기대와는 달리 지방자치제의 도입은 지역복지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즉,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지역개발정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업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오히려 축소하려고 시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지역개발정책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방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관련이 크다. 이처럼 지방자치제의 실시는 지역사회복지에 대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서의 파급효과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 효과를 줄이고 긍정적 효과를 살리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는 적절한 사무의 배분과 권한이양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량권이 확대되고 재원 확보를 통해 재정안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재정자립도 50%에도 못미쳐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독자적인 복지사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정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사실 재정 규모만을 놓고 본다면 지방정부의 재정 규모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넘어선 지 오래다. 2001년 중앙정부의 가용(可用) 재원은 모두 53조9000억원인 데 반해 지자체의 가용 재원은 65조5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렇게 재정 규모는 커졌지만 그것을 충족시킬 자체 수입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결과 16개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며, 232개 기초자치단체 중 144개는 자체 수입으로는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이다(2000년 기준).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복지사업을 실행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재정안정이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민의 주체적인 참여 있어야
그러나 재정자립 또는 재정안정이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사실 사회복지는 '돈'의 문제이기 이전에 가치관의 문제인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사회복지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은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의 강남구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강남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매우 힘들다. 지방정치와 행정과정에 대한 지역주민의 주체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의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방의 재정이 확대되고 지방자치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고 해서 사회복지의 발전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것은 착각이다.
지방선거, 주민의 삶의 질 향샹을 위한 수단
지방화는 사회복지의 발전 가능성과 퇴보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지금과 같이 지역경제개발을 강조하는 시대조류에서는 퇴보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제개발 못지 않게 '분배의 개발'이 필요함을 강조해야 한다. 서구의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듯이 한 사회가 사회복지를 어느 정도로 유지·발전시킬 것인지는 정치적 힘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재정이 부족하여 사회복지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계속 사회복지를 저발전 상태로 방치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결국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 것이고 이것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선거라는 정치적 시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목적이 아니며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수단이다. 이것이 우리가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지방선거를 '복지자치' 실현의 장으로
이를 위한 작업의 첫 단계로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지역주민에게 새로운 사회복지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을 쓰면서 필자는 월드컵에 쏟아지고 있는 열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아주 무관심하게 치러지지 않을까 몹시 염려하고 있다. 심지어 사회복지계조차 그러한 무관심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다행히도 최근에 정당 내에서 이루어지는 대통령후보 경선과 자치단체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치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힘을 모아 지방선거에서 '복지자치'가 만발하게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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