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현장보고
매년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놓고 정부 및 언론사는 그 날 하루만큼은 마치 장애인을 위해 모든 관심을 쏟고 있는 듯 위장을 한다. 이에 그동안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집안에서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을 조직하고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에서 장애인을 배제하며 차별하던 한국사회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공동기획단 발족

민중복지연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89개 장애인·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조직한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공동기획단(이하 공동기획단)은 기간의 시혜와 동정으로 일관되던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실질적인 장애인권 쟁취를 위해, 그리고 450만 장애민중의 해방을 선포하기 위해 시민, 사회 단체, 장애인단체들이 함께 모인 연대기구이다.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

공동기획단은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 15일부터 20일까지를 차별철폐투쟁주간으로 정하고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첫 번째 날 집회를 열었다. 이날 장애인차별철폐투쟁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공동기획단 집행위원장은 "매년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이 특별한 대우를 받는 날이었지만,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희석되지 않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하루 동안의 위안으로 무마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받으려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후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정류장에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다!'는 스티커를 붙이려던 장애인단체 대표들과 이를 불법광고물로 보고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4월 16일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날로 제 13차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 및 거리선전전이 종묘공원에서 있었으며 장애인 이동권 토론회(평가와 전망)가 서울대 의대 회의실에서 있었다.

약속했던 평화행진 막아

17일에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외면하는 삼성재벌 규탄대회를 가졌는데 이날 집회를 마치고 서울역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처음 얘기한 1차선 도로를 내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행진과 관련해서는 차도를 내어줄 수 없다며 장애인만 차도로 행진하고 비장애인은 인도로 행진하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경찰의 태도에 항의하여 행진하고자 하던 공동기획단 관계자 3명이 경찰에 강제로 연행되기도 하였다. 같은 날 대학로에서는 장애인차별철폐문화제가 노들장애인야학 수화패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에바다 문제해결과 장애인 시설비리 척결 결의대회

공동기획단과 에바다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에바다 문제해결과 장애인 시설비리 척결 결의대회"를 가졌다. 2월 28일 교사폭행사건과 3월 16일 농아원생들과 교사가 자고 있던 해아래집(에바다농성 생활 공동체) 난입사건 등은 비리 폭로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바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행의 당사자인 권오일 교사는 이날 집회에 목발을 집고 나타나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로부터 구타를 당해 코뼈와 다리뼈가 부러졌다. 하지만 맞은 게 아프고 억울하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없이 순진하고 착한 아이들이 비리재단의 직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원통하다"며 "비리재단과 이들을 비호하는 사법행정기관들이 어린아이들을 폭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폭로했다. 대회가 끝난 뒤 공동기획단과 에바다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종묘공원에서 대학로까지 차도행진을 벌였다. 같은 날 오후 대학로에서는 장애민중 투쟁 영상전이 열려 시민들에게 장애인차별철폐를 호소하였다.

장애인인권사진전, 이동권서명운동 전개

이 밖에도 공동기획단은 4월 16일에서 19일까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곳곳에서 장애인권 사진전, 장애인 이동권 서명운동 등을 전개하였으며, 15일에서 20일까지 주 5시간 장애인의 인권과 현실에 대한 교육을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공동수업'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무관심은 참을 수 있어도 10cm 도로턱은 넘을수 없어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날인 20일에는 주간 행사의 마지막 행사로 장애인 백여명과 학생 · 시민 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종묘공원에서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장애해방운동가 정태수·최옥란씨의 추모제와 장애인차별철폐 결의대회가 진행되었다. 집회에서 부산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는 "20년전 서울시장에게 보내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장애인 김순식씨는 '사람들이 보내는 따가운 시선과 무관심, 욕설은 참을 수 있지만 10cm 도로 턱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이었다'고 말했는데 그 때의 상황과 최근 최옥란씨가 죽어간 상황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이사회의 현실은 안타까워하였다.

집회가 끝난 후 5시부터 진행된 거리행진에서 경찰은 장애인에게 무고한 시민에게 불편을 주지말고 한차선 시위를 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런 중에 두명의 학생이 연행되고 경찰과 공동기획단 사이에는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거리 행진은 3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장애인들에게는 이것이 정당한 방법이다.

종묘공원으로 이동하던 중 들었던 한 시민의 말을 되새겨 본다. '정당한 방법으로 시위를 해야지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냐'하고. 정당한 방법이란 무엇인가? 법이라는 격식에 맞춰 이의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정당한 방법일까? 장애인들은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동권 및 차별철폐에 관한 요구는 장애인들에게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정당한 방법이며 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우리사회에는 극히 적다는 것을 그 시민을 알고 있을까?

끝나지 않는 외침

이후에도 공동기획단은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으며 권리와 의무를 누리는 그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인 권리(4·20 장애인차별철폐 선언문 中)

1. 장애인노동자의 일 할 권리와 노동의 권리 보장

1.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보장

1. 장애인의 의무교육 보장과 통합교육·개별화 교육을 위한 실질적 예산의 확보

1. 장애인수용시설 수용장애인의 기본적 인권 보장

1. 장애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과 가난으로부터의 해방

1. 빈곤·실업장애인의 최저생계 보장

1. 장애인의 실질적 참정권 보장

박숙미(본지 객원기자)
2002/05/03 00:00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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