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은 크게 범죄인의 구금과 교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정 당국이 노력하는 현장이다. 즉 교정 당국은 범죄인을 교정시설 내에 구금함으로써 후속 범죄를 방지하는 것과 구금되어 있는 동안 범죄인을 변화시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두 가지 목표는 범죄인의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보다는 범죄인의 재활에 중점을 두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므로 교정시설의 수용자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출소하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합당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인의 재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교정시설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정시설의 문제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한 요인과 수준으로 앓고 있는 골칫거리 중 하나이다. 특히 교정시설의 문제는 정부의 어느 특정 부서나 교정시설의 대표가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정시설의 제반 문제는 교정 당국을 포함한 정부와 수용자 자신 그리고 모든 시민이 함께 풀어야 할 국가 차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는 교정시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분야별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 파악된 교정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각 분야가 협력하여 시간을 두고 풀어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교정시설에 대한 실상을 사회복지학의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정시설에 대한 개관

법무부 교정국 산하에는 최근 문을 연 서산구치지소를 포함하여 45개 교정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2001년 말에 45개 교정시설은 1일 평균 62,235명을 수용하였고, 당시 수용 정원은 58,440명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정시설은 수용정원의 약 6.5%를 초과하여 수용하고 있다. 이들 전체 수용자 중에는 약 40%가 미결구금자(피의자와 피고인)로 범죄 유무가 아직 가름되지 않은 자들이고, 전체 수용자의 약 7%가 남성 수용자에 비해 특별 시설을 필요로 하는 여성 수용자이며, 약 2.5%는 벌금을 내지 못해 매일 3만 원씩 상계(相計)하고 있는 노역장 유치자들이다. 앞으로 교정시설이나 수용자의 수가 꾸준히 늘 것이므로 교정시설의 수용자가 증가하는 만큼 풀어야 할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 분명하다.

전국의 45개 교정시설의 규모는 다양하여 이들 각 교정시설의 수용정원이 적게는 440명 많게는 3,050명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교정시설이 수용정원의 6.5%를 초과하므로 수용자가 많은 교정시설은 3,300명을 넘게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들 교정시설은 수용자들의 전과, 형기, 나이, 성, 질병 등에 따라 교정시설별로 구분하여 대분류(大分類) 수용하고, 한 교정시설 내에서도 수용자의 특성에 따라 분리 수용하고 있다. 한편 교도관 1인이 수용자 5.1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교정시설의 형편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것이다. 필자는 1982년부터 2년간 교정시설에서 군복무를 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이들 현장을 지켜보아 왔기 때문에 그 변화 과정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특히 교정시설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구체적으로 법무부 교정국은 "교정현대화추진단"을 설치하여 교정시설의 노후시설을 개선함은 물론 업무에서도 "열린 교정"을 내걸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교정시설에 있는 수용자의 인권 신장에 관한 변화는 교정현장의 일대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용자의 일상생활에서도 두발의 자유화, 신문 열람, 텔레비전 시청, 공중전화 사용 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격히 통제되었던 사항이 전면 해제되었다. 이제 교정시설에는 흡연을 제외한 모든 것이 수용자들에게 허용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교정시설 내의 복지현황

교정시설의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부서는 교무과이다. 교무과의 업무는 주로 교회직 공무원에 의해 수행된다. 이들 교회직 공무원은 수용자의 신문 열람, 텔레비전 시청, 집필, 예체능 활동, 귀휴, 사회견학, 사회봉사활동, 종교 행사, 합동접견, 소내신문 발간, 교정위원 관리, 부부 만남의 집 운영, 문예작품 순회 전시 등을 주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업무는 사회복지사의 업무와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정시설의 교회직 공무원이 바로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교무과에는 복지담당관을 두어 수용자를 위한 상담을 비롯하여 교정위원을 포함한 사회단체와 연계를 강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교정시설 내의 사회복지 관련 업무는 자원봉사자인 교정위원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교무과가 주도하고 있다. 교정위원은 각 교정시설의 형편에 따라 규모를 달리 하지만 대체로 50명 안팎으로 구성되며, 교화위원과 종교위원으로 구분된다. 즉 교화위원은 지역사회에서 신망이 두텁고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지도급 인사를, 종교위원은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국민 정서에 반하지 않는 종교단체에 소속된 성직자를 위촉하여 활동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부 대학과 연계하여 교정시설에 전문대학 과정을 설치하면서 지역사회의 교육자, 학원강사, 직업훈련강사 등을 교육위원으로 위촉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들 교정위원은 교정시설에 재정과 물품 후원, 수용자와의 결연, 종교집회, 교육 등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교무과 외에도 의무과에서의 수용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분류심사과에서의 수용자를 위한 분류심사, 작업과에서의 수용자를 위한 직업훈련 역시 수용자의 복지와 관련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의무과에는 의사, 간호사, 방사선기사 등을 상근케 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용자 1인당 59,000원의 의료비를 책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문제점

교정시설에 있는 수용자의 복지와 관련하여 제기되고 있는 주요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회복지 측면에서 교정시설의 주요 문제점을 다음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수용자들에게 앞에서 언급한 서비스들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수용자가 1,500명이 넘는 대형 교정시설에서는 적절한 서비스는커녕 수용자와 교정시설의 직원간 관계가 형식적일 뿐이다. 따라서 대형 교정시설의 수용자가 상담과 같은 심리사회적 서비스를 받기에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전문직이 요구되는 교정시설의 부서에 합당한 자격을 갖춘 자가 절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교정시설의 교무과에 근무하는 교회직 공무원이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자라면 교정시설의 수용자를 위한 사회복지 측면의 개입은 무궁하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교정시설의 특정 수용자들에게 합당한 서비스가 제동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교정시설의 장애인, 여성, 노인 수용자들은 자신의 신체적 또는 심리적 특성이 충분히 반영된 서비스를 교정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이들은 이와 관련하고 있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넷째, 교정시설에 대하여 시민의 관심이 절대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교정시설에 시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시민이 교정시설을 도와야 된다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교정시설에 대한 감시자의 역할이 함께 강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정시설의 수용자를 위한 난방시설, 두발의 자유화, 의료비 증액 등은 수용자의 재활 측면에서 볼 때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시민이 교정시설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문제상황을 보는 혜안

교정시설에 관한 개괄적인 이해와 복지현황 그리고 문제점을 올바르게 읽어낼 수 있는 지혜로운 눈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정시설의 수용자를 위한 복지 관련 문제점은 매우 복잡하게 꼬여있어 자칫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정시설 내의 수용자를 위한 처우가 열악한 것이 마치 교정시설의 책임인양 오해하여 교정시설에 책임을 전가하면 이 문제의 근본을 바로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교정시설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잘했다고만 할 수도 없다. 이는 다음 정부의 "역풍"이 가능할 것이고, 이 역풍은 교정시설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기회에 교정시설의 문제상황을 바로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교정시설의 수용자를 위한 복지 향상의 과정은 정치적이기도 하고,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 분야에 관한 시민의 관심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교정시설의 수용자는 범죄인 또는 범죄와 연루된 자로 낙인 받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정부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평소 교정시설의 수용자를 위한 복지 관련 쟁점은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고, 정부의 무관심은 교정시설의 실무자들을 나태하게 만들거나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이다. 어쩌다가 정부가 교정시설의 복지 향상을 위해 개입하려해도 정부는 국민의 눈치를 보며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교정시설에 정부가 재정을 투자하는 것을 결코 반기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교정시설의 쟁점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런 정부의 태도에 대응하는 세력이 없기 때문에 교정시설의 수용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쉽게 헤어나질 못하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교정시설의 복지 관련 문제해결의 열쇠는 시민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읽어야 한다.

자기반성

사회복지학의 시각에서 교정시설의 문제점을 보았을 때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시민 중 한 부류가 바로 사회복지의 학계와 실천계이다. 언제 사회복지학계가 교정시설과 관련하는 주제를 단 한 번이라도 다루었던가? 필자는 지난 10년간 한국사회복지학계의 동향을 주시하여왔다. 학계는 교정시설은커녕 비행과 범죄에 대해서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실천계는 교정시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교류하였던가? 사회복지사의 활동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더 이상 교정시설의 문제를 정부나 교정 당국에만 떠넘기지 말고 사회복지의 학계와 실천계가 이들에게 협력하면서 감시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학계는 이 분야에 관해 연구하면서, 실천계는 교정시설과 교류하면서 교정시설의 복지향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정시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사회복지의 학계와 실천계가 교회직 공무원을 채용할 때 사회복지사로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시민이 교정시설과 이곳의 수용자를 위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나가야 한다.

최옥채(전북대 사회복지학 교수)
2002/06/07 00:00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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