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에서 사업장가입자로

정부는 내년 7월부터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근로자에 대해서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로 확대하고, 현재 국민연금사업장 가입자로 편입되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범위를 3개월 초과고용에서 1개월 초과 고용으로 확대하며, 한 달에 80시간 이상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도 사업장가입자로 편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1999년 4월 이래 전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을 적용해 오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국민연금 사업자가입자를 확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소규모 사업체 근로자나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같은 비정규 근로자들은 그동안 국민연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왔었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이들 근로자중 상당수는 이미 국민연금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영자와 같이 보험료를 본인이 전액부담하는 지역가입자와 사업주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하는 사업장가입자로 구분되는데 소규모사업체 근로자나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지금까지 근로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영자와 마찬가지로 지역가입자에 포함시켜 왔던 것이다. 결국 이들을 사업장가입자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국민연금을 신규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가입자에서 사업장가입자로 가입자격 신분을 전환시킨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다.

사업장가입자 확대의 의미

그렇다면 이제와서 소규모 사업체 근로자나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의 국민연금 가입자격 신분을 왜 변동시켜려고 하는가? 그러한 변동이 이들 근로자에게 어떤 의의를 지닐 수 있는가? 첫째, 사업장 가입자로의 편입은 연금보험료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 않거나 실제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부담을 꺼려 소득이 없는 것으로 신고하는 행동태도를 변화시킴으로써 소득 신고자 및 보험료 납부자의 수를 상당 정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가입자로 남아있는 한 2005년 7월 이후에는 소득의 9%를 본인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지만 사업장가입자로 전환되면 그 절반인 4.5%만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사업주에게 부담지움으로써 연금보험료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사업장가입자로의 편입은 보험료의 절반을 사용주에게 부담시키고 가입자격의 취득 및 소득신고, 보험료 납부의 책임도 사용주에게 부과함으로써 실제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소득으로 신고하거나 보험료를 체납하는 경우를 상당 정도 완화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국민연금으로부터 적용제외를 받고 있는 자들 중 상당수를 적용제외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국민연금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18세 이상 27세 미만에 해당하는 자, 가입자 또는 수급자를 배우자로 둔 자 등 몇몇 계층에 대해서는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않을 경우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실제로는 소득활동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소득활동 및 소득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관리행정체계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적용제외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이 상당 정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적용제외자중에는 소규모사업체 내지 비정규 근로자로서 27세 미만에 해당하는 청년근로자 내지 가입자 및 수급자를 배우자로 둔 기혼여성근로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규모사업체 및 비정규근로자들은 사업장가입자로 편입 확대한다면 이들의 가입자격 및 소득을 사업주가 신고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적용제외를 받고 있는 상당수의 근로자를 국민연금가입자로 새로이 편입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5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체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로의 전환은 납부예외자, 보험료체납자, 적용제외자의 수를 줄여주는 결과 국민연금 적용제도 적용의 사각지대를 축소시키고, 연금급여 수급에 필요한 가입기간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연금급여를 통한 노후생활의 불안정 해소"라는 국민연금제도의 목적을 보다 충실하게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근로자의 사업장 가입자 편입규모

5인 미만의 소규모사업체근로자 및 비정규근로자들을 사업장가입자로 편입시킨다고 할 때 과연 이들 중 어느 정도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사업장가입자에 편입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은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사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1개월 이상 고용된 임시직 근로자, 월 80시간 이상의 시간제 근로자로서 그 규모는 약 23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추정수치가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수치일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01년 기준 임금근로자중 고용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직 근로자(이들은 사업장가입자 편입대상에서 제외될 예정)를 제외한 고용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와 1개월 이상 1년 미만의 임시직 근로자를 합한 수는 약 11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 내년 7월부터 국민연금의 사업장가입자 편입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및 비정규직 근로자의 수는 앞의 1110만명에서 기존의 특수직역연금가입자 125만명,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595만명을 뺀 나머지인 290여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290여만명 중에는 월 80시간미만의 시간제 근로자나 호출근로자 등이 수십만명 포함되어 있는 수치일 것이기 때문에 실제 편입대상자의 수는 그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사업자가입자 편입대상으로 정부가 추정하고 있는 230여만명이란 수치는 상당 정도 실제에 근접하고 있는 추정치가 아닐까 한다. 내년 7월부터 사업장가입자의 적용범위를 확대할 때 과연 앞서 추산된 230여만명의 근로자가 모두 사업장가입자로 일시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국민연금에 앞서 이미 1998년 10월부터 5인 미만 소규모사업체 근로자 및 월 80시간 이상의 시간제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포함하여 관리해 오고 있는 고용보험이나, 2001년 7월부터 5인 미만 소규모사업체 근로자를 직장가입자로 포함한 건강보험의 경험들에 근거해 볼 때 결코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표1>에서 같이 고용보험의 경우 2000년말 기준 적용대상으로 추정되는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172만명이었지만 이중 실제 가입자는 107만명이며, 적용대상으로 추정되는 5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는 699만명이었지만 이중 실제 가입자는 567만명에 그치고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에는 2001년 7월부터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를 직장가입자로 확대하였지만 실제 5인미만 사업체 근로자 중 직장가입자로 새롭게 편입된 근로자의 수는 불과 29만명에 지나지 않았다(연합뉴스, 2001. 10. 2).

이와 같은 고용보험과 건강보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여러 측면에서 제도적, 행정적 지원대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못한다면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업자 가입자편입인원은 추정치에 훨씬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표 1] 사업장 가입자 적용현황





















































구분




전체사업장가입자




1~4인




5인이상




고용보험 가입대상




870




172




699




고용보험 가입




674




107




567




건강보험 가입




650




11




557




향후의 정책 과제

국민연금의 사업장가입자 적용범위를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및 비정규근로자들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한다고 해서 이들 근로자들이 곧바로 사업장가입자로 실제 편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용범위 확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각종 제도적 행정적 제반 대책들이 함께 시행되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몇 가지 과제를 제언해 본다.

첫째,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 및 비정규근로자의 고용형태, 고용기간, 근로시간, 소득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한 노력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실태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있어야지만 자의성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적용여부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들 근로자들을 국민연금사업자 가입자로 단기간내에 편입시키는 전략을 채택할 것인지 아니면 점증적, 단계적으로 편입시키는 전략을 채택할지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인력 및 조직체계만으로는 이러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2003년 7월에 사업장가입자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기 이전에 유사한 적용범위 관련 문제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용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의 관리 인력 및 조직체계와 자료연계 및 업무협조 체계를 긴밀히 구축하고 동시에 실태파악을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공동으로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230만명으로 추산되는 근로자들을 일시에 사업장가입자로 편입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실태파악은 하고 있되 일정 기준을 정하여 단계적으로 편입시키는 정책이 확대에 따른 사업주 및 근로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제한된 행정관리능력의 효율적 투입을 가능케 함으로써 사업장가입자 확대정책의 실효성을 보다 크게 만들 것이다.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의 경우에는 그 특성상 임금대장이 없거나 부실하게 관리되며 근로자의 입·퇴출이 빈번하여 자격을 관리하기 힘들고, 자격취득 및 변동신고를 해줄만한 전담직원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또한 근로자의 보험료를 부담해 줄 수 있는 재정능력이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230여만명을 일시에 사업장가입자로 편입하는 전략은 행정적으로 너무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이들 사업주 및 근로자들로부터 대규모 저항을 초래하기 쉽다.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을 경감 방안 필요

셋째, 5인 미만 소규모사업체 및 비정규근로자들의 사업장가입자로의 확대 정책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사업주 및 근로자 양측이 부담하는 연금보험료를 경감해 주거나 국가가 보조해 줄 필요성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사업장가입자의 연금보험료는 9%로서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의 보험료를 합한 것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료에 대한 저항이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 확대시와는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사업주의 재정적 부담을 경감 내지 보조해 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청된다. 또한 근로자의 부담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편입대상 근로자의 다수는 지역가입자로 있을 때보다 오히려 보험료가 경감되지만 소득파악 미비로 인해 적용제외자로 있었던 가입자(또는 수급자)의 배우자나 27세 미만의 청년근로자들은 신규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연금보험료에 대해 재정적 부담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이들 근로자들을 사업장가입자로 편입하더라도 보험료율은 적어도 2005년 7월까지는 지역가입자에 해당하는 보험료율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해 주거나 사업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을 부과하되 이들에게는 지역가입자와 사업장가입자의 보험료율 차이만큼을 국고를 통해 보조를 해 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의 방법은 연금보험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 보험료율 차이에 따른 5인 이상 사업체의 5인 미만 사업체로의 합법적 또는 불법적 이동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다 바람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예산당국의 협조를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넷째,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및 비정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장가입자 편입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 및 의의들을 교육·홍보할 수 있는 대책들을 다각도로 마련하여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 홍보를 통해 근로자에게 권리의식을 심어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사업주의 자격취득 신고 누락, 소득의 하향신고, 보험료 체납 등을 불법적 행태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권문일(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2/06/07 00:00 200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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