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진단제도 진단의 계기
월간 복지동향/2002 :
2002/07/11 00:00
보건복지부의 해프닝으로 드러난 건강진단제도의 문제점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건강진단제도"와 관련하여 해프닝이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4월 15일, 건강보험 재정으로 실시하고 있는 일반건강진단 항목에서 "구강검진"과 "심전도 검사"를 삭제한다고 고시하자, 이에 대하여 여러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반발하였고, 결국 보건복지부는 이를 철회하고 원상 복귀시킨 사건이다.
구강검진, 심전도 다시 포함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건복지부는 고시 전에 공청회를 열고 관련 단체들에게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기는 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건강연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경실련,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 대부분의 관련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시(안)을 그대로 관철시킬 의향을 내비쳤다. 이에 건강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 등 8개 단체는 "건강진단제도 개악저지 공동투쟁위원회"를 구성하여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농성을 비롯한 개악 저지를 위한 실천 활동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기존 고시(안)을 밀고 나가려 하였으나,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항의와 압력에 결국 지난 5월 1일, 고시안을 내어놓은지 보름만에 문제가 되었던 두 항목을 이전처럼 그대로 포함시킨 채로 "건강검진실시기준"을 재고시하였다.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고, 보건복지부의 갈팡질팡하는 행정을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심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관련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 해프닝을 거치면서, 한심한 보건복지 행정을 새삼 확인하는 것과 개악안을 저지하는 것 이외에도 건강진단제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되는 소득을 얻었다.
사회단체가 막아 선 갈팡질팡 행정
이번 해프닝을 통해 "건강진단제도"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었다. 건강진단제도는 그것이 포괄하는 대상의 규모로 보나 그것에 투입되는 재정의 규모로 보나 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몇몇 정책입안자나 관련 전문가들의 손에 전적으로 그 실행과 평가가 맡겨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건강진단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공중보건사업 중 하나로서, 치료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 내에서 그나마 예방적 관점에서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제도이다. 그것이 포괄하는 사업 대상도 매우 광범위하여 직장가입자, 세대주인 지역가입자, 40세 이상인 지역가입자 및 40세 이상인 피부양자가 포괄되어 우리나라 경제 인구의 대부분이 이 사업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사업의 비용도 1999년의 경우 약 1,000억, 2000년의 경우 970억 정도가 소요됨으로써 전체 건강보험 급여 지출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건강진단제도는 사업이 포괄하는 대상의 규모나 그 재정의 규모가 적지 않은 데 비하여,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과 전문가들은 서비스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사실 언제 문제가 되어도 한번은 문제가 되었을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진단제도 바로세우기에 대한 관심 촉발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보건복지부의 해프닝은, 보건복지부가 건강진단제도의 효과에 대한 서비스 대상자와 전문가들의 의문을 등에 업은 상태에서, 건강진단제도 항목 중 몇 가지를 제외함으로써 건강보험 급여 지출을 조금이나마 줄여 보려는 시도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절차상의 문제와 더불어, 건강진단제도가 가지는 예방공중보건 사업으로서의 상징적 기능을 강조함으로써 이를 저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시 제정의 과정에 있어 절차상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보건복지부는 "효과가 없는" 몇 개의 항목을 제외함으로써 건강진단제도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입장이었고, 이에 대해 관련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건강진단제도가 단순히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몇 가지 항목을 제외하여 이에 대한 급여 지출을 낮추려는 것은 그나마도 부실한 우리나라의 예방보건 의료서비스에 대한 비중을 더욱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말로는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공적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짙게 깔려 있었다.
예방적 공중보건사업, 지출 절감책으로 접근해선 곤란
원칙적으로 보자면, 건강진단제도와 같이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 검진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첫째, 이 질병을 발견하는 것이 공중보건의 면에서 중요한가, 둘째, 초기 단계에 발견되면 예방 또는 치료를 통해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가, 셋째,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초기 단계에 질병을 찾는 방법이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효용이 있는가, 넷째, 건강검진 과정, 확진 및 적절한 개입이 대상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 등이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볼 때, 사실 우리나라의 건강진단제도 항목 중 효율성의 차원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언급한 기준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진단제도의 실시와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것은 효율성만이 아니다. 질병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얻는 이익에 대한 가치 평가가 개입된다. 즉 경제적으로 별로 실익이 없는 제도라 할지라도 그 질병의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 충분히 건강진단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위에 언급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의학적,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의 기준이지 사회적 혹은 정치적으로 다른 기준에 의하여 그 효과가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 항목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틀을 짜는 집단의 마인드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준을 적용하여 건강진단제도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가 있다. 그것은 재정을 운용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이 적절한 과정을 통하여 건강진단제도 도입 여부를 평가하고 그 결과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그 비용을 보다 효과적인 "예방적 공중보건사업"에 투여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건강진단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줄임으로써, 그나마 건강보험 재정에서 제공되는 예방적 공중보건에 대한 지출, 혹은 공공적 성격의 의료서비스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의심과 위기감은, 다소 과잉이다 싶게 민간 기관에서 건강진단을 받는 계층과 달리 공공적으로 제공되는 예방적 보건의료서비스에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노동자들에게 더욱 크다.
건강진단제도 바로세우기
지금까지 간략히 살펴본 바와 같이, 언젠가는 수면 위로 떠올라야 되는 문제가 보건복지부의 엉성한 행보로 인하여 관심을 받게 되었다. 해프닝을 거치면서 그나마 사회의 여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이에 공투위는 건강진단제도개선위를 구성하여 그곳에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 건강진단제도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서 이 개선위에서 수행해야 할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먼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강진단제도의 효과를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문가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이후는 노동자와 시민의 몫이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평가된 건강진단제도의 이익에 건강 외적인 사회적, 정치적 효과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만약 건강진단제도 축소로 인하여 남는 재정이 있다면, 보건복지부는 단순히 공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과연 그것을 어디에다 쓰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와 감시가 필요하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문제 또한 전문가들에게만 맡겨 놓을 사안이 아니다.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활동이 필요하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