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0일 빈곤 보고서 공동포럼에 대한,

11월 16일 보건복지부 반박자료를 재반박한다.

1. 보건복지부는 어제(11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1월 10일 서울대학교에서 발표된 참여연대와 UNDP의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실태보고서의 내용상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2. 참여연대는, 관계부처의 의견제시는 보고서의 수준을 높이고 공신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포럼 이후 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태도와 발상이었음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 구태의연하고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

첫째, '민간보고서'에 대해 국가신인도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보고서가 자칫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복지정책에 대한 심각한 정책불신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 신인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국가보고서'가 아니라 빈곤실태에 관한 '민간보고서'이다.

정부 스스로가 인정하듯,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빈곤통계가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인 것이지, 이를 민간차원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어제 보도자료는, 정부가 빈곤문제에 관한 민간 차원에서의 다양한 비판이나 논의를 여전히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지극히 불행한 일이었다.

둘째, 정부는 공식적 의견수렴과정에 있는 포럼 및 중간보고서의 취지조차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주 서울대학교에서 있었던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실태와 빈곤감시시스템』이라는 포럼은, 참여연대가 UNDP의 공식적 용역을 받아 작성한 중간보고서를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함께 검토하는 자리였다. 이번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국내·외에 배포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와 오류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포럼'이라는 공식적 단계를 설정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밝혔듯이, 포럼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충분히 수용하고 검토하여 최종보고서에 반영하고자 했던 것이다.

만약, 정부측이 판단컨데 그날 시간상의 제약으로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면, 얼마든지 보충자료와 공식, 비공식적 의견교환 등을 통해 내용수정에 도움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러한 단계를 완전히 생략하고 일방적인 흠집내기로 대응하였다. 참여연대는 이번 보고서가 갖는 중요성에 누구보다 공감하였기 때문에, 정부 관계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자 하였으며, 실제로 그날 지정토론자나 일반참석자들로부터 지적된 사안들에 대해선 수정과 재검토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던 상황이었다.

셋째, 민간의 자율적 연구활동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당국은 포럼 이후 보고서의 각종 수치를 문제삼아 연구자 개인에게 몇일 동안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 마치 취조하듯 산출과정을 문제삼았고, 연구자에게 빈곤율 선정 기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어제 보도자료를 통해 보고서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발표하여 연구자들과 참여연대의 공신력에 커다란 흠집을 내고자 하였다. 이는 민간연구자의 연구활동도 정부의 입맛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권위주의적 태도에 다름아니다.

■ 국제관행조차 무시하여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보건복지부의 행태

더욱 우려스러운 행태는, 보건복지부가 UNDP 한국대표부에도 협조공문을 발송하여 "유감을 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최종보고서를 발간하기 이전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 공식적 '포럼'을 여는 것은 UNDP의 관행이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관행마저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보건복지부가 중간보고서 발표에 대해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빈곤실태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UNDP와 같은 대표적 국제기구조차 자신의 통제대상으로 두려는 보건복지부의 발상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UNDP 관계자 역시 정부관료의 경직된 사고방식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몇가지 수치가 국제적 망신이 아니라, 최종보고서도 아닌 중간보고서에 대해 호들갑을 떨고 국제기구와 시민단체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정부의 모습 자체가 너무나도 불행한 "국제적 망신"인 것이다.

■ 너무나 '빈곤'한 한국의 '빈곤감시시스템', 정부와의 공개토론을 요청한다

보건복지부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라는 점은 "지출"기준보다 "소득"기준이 더욱 적합하다는 지적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가장 확실한 소득자료인 국세청 과세자료에 근거할 경우, 우리 나라 자영업자 300만 가구의 60% 이상이 월소득 40만원 미만이다. 소득자료를 사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빈곤율은, 보고서에서 계측된 18.8%의 두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이번 보고서의 기초자료로 사용되었던 통계청 도시가계조사에서는, 자영업자의 소득이 전부 '0'으로 처리되어 있다.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소득"기준을 사용하란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치부"가 아닌가?

참여연대와 UNDP의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빈곤실태를 통계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임과 동시에 지극히 미비한 우리 사회의 빈곤감시시스템 자체를 문제삼고,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지나치게 자신의 정책을 방어·옹호하려 태도는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반박자료가 한국의 빈곤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모두의 노력이 모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시민단체의 보고서조차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인냥 마음대로 통제하려는 정부의 구태가 반복되는 한 우리 사회의 빈곤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이런 식의 권위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빈곤실태와 빈곤감시시스템 구축을 논하는 적극적이고 열려진 정부와의 공개토론을 요청하는 바이다.

또한, 정부가 지적한 본 보고서의 4가지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첨자료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또한 충분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함을 밝혀두고자 한다.
사회복지위원회
1999/11/17 00:00 1999/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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