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복지정책의 필요성

WTO 체제의 정착과 농산물시장개방 및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경쟁력이 약한 우리농업은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농가들의 농업소득은 계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지역산업도 취약하여 농외소득의 기회는 부족하며 농산물 가공이나 유통은 기업과 상인들의 독점하고 있어 농가소득을 유지해나갈 방법이 없게되었다. 그래서 젊고 유능한 농어촌 젊은이들은 계속 도시로 떠나고 있고 영농에 뜻을 가진 젊은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농업이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쇠퇴산업으로 마감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은 타산업에 비해 투자효율이 떨어지고 국토가 넓은 외국들에 비해서는 더욱 경쟁력이 없는 취약산업이다. 그러나 농업은 국가를 안전하고 건전하게 경영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될 기본산업이며 자존산업이다.

농업은 생산을 통해 사람의 먹거리 제공과 농민의 소득을 실현시켜주는 것 외에 그 과정에서 생산성이 있는 국토기반을 유지 관리하는 기능과 자연환경 보존 및 산소공급 기능, 논의 담수과정을 통한 홍수 조절과 지하수 생성기능, 도시민의 휴식공간 제공 등 많은 비교 역적가치를 가지는 산업이다. 특히 농업을 통한 농민의 생활안정과 국민의 먹거리 조달문제는 국가의 안보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이 중요한 국가자존산업의 안정적인 유지 발전을 위하여 선진국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을 국토관리원 또는 환경관리원 차원으로 시각을 넓혀 지원하고 있다. 적정수의 영농인력유지를 위해 농업생산만으로는 충당될 수 없는 가계 소득을 간접소득이나 재분배소득으로 메꾸어주고 있으며 그래서 농어민을 위한 복지정책과 농업관련 산업지원정책이 비중을 더해가고 있는 상태이다.

외국의 농어민 복지정책 강화 경향

농업은 국가경영에 있어 생산성은 낮지만 식량 안보적 차원이나 타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적정수의 농민으로 하여금 유지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는 산업이다. 선진국들이 농업을 국가의 자존산업으로 유지 발전시키지 위한 정책적 지원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농업정책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정책은 적정인력 즉, 농민 수를 적중수준 유지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적정수의 농민이 농업에 종사하며 살 수 있게 하려면 우선 농민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하며 다음에는 농촌의 복지수준이나 생활환경이 도시에 뒤쳐져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이다.

농가의 소득도 농업소득과 농외소득 그리고 복지정책을 통한 간접소득으로 볼 때 농업소득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복지정책과 농외소득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복지정책을 통한 간접소득의 증대문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농업경영안정을 지원하는 대책으로 농업재해보험이나 농가수입보험제도, 영농주 사고시 영농인력을 지원해주는 영농 도우미제도, 농민의 소득활동에 범위와 능력을 향상시켜주기위한 품목별 협동경제활동 조직 육성 등 일종의 사회 정책적 수단들이 동원되고 있다.

노령농민이나 농가대책으로는 농민연금 및 의료보험의 보험료 지원제도, 경영이양 연금제도, 독신여성의 농업경영지원제도, 고령자 수발과 도우미 인력활용 등이 있으며 농업노동사고 예방법을 통한 농작업 사고보험제도는 농민연금제도 및 농민 의료보험제도와 함께 3대 사회보험제도로 확립되어있는 상태다. 특히 독일이나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국들은 농민사회보험제도를 통합관리 하면서 보험료 및 관리비의 지원을 통해 상당한 소득보전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농촌교육지원과 지역개발, 생활환경개선지원 등 농촌사회복지정책을 강화하여 농민들의 농촌생활 조건을 개선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농민의 복지증진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농림성의 농민사회 정책국 예산이 전체 농림성 예산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을 두고있는 상태이다.

이와같이 선진외국들은 농촌사회정책이나 농민 복지정책을 강화하여 이를 통해 간접소득효과를 높이고 생활여건을 개선하여 농촌에서의 생활이 도시에 비해 유리하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토관리와 환경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농업인력을 확보 유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촌 복지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농어민, 농어촌 복지정책은 아직도 전체 국민을 위한 복지 정책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농어촌 사회정책이나 농어민 복지 정책은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농림부가 쏟아지는 WTO 국제 협상 관련 문제들과 농산물 가격 파동, 풍·수해 피해대책 등 농업 생산정책에 몰두해 있어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고 관련부처들간의 업무영역 중복이나 접적문제를 기피하는 경향이어서 더욱 사각지대로 취급되고 있는 상태이다.

우선 농어민 복지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보험제도를 보면 농민에게는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만이 적용되고 있을 뿐 농작업 사고에 대한 사회보험제도는 계획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농기계사고나 농약사고, 동식물 접촉사고 등 농업노동사고의 경우 농가의 가계파탄을 막아줄 대책이 없는 셈이다.

그 다음은 사회부조 정책에서도 영세민을 지원하는 기초 생활보장제도가 도시민에게는 1인당 소득액을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농민에게는 주택 평수나 농지 재산액을 기준으로 적용하여 영세빈농을 지원대상에서 제외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도시 영세민대상자 선정에서 결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1인당 소득 33만원 이하의 규정(생활보호대상규정)을 농어민에게 이것만을 적용하게될 경우 농가의 대다수가 보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농민에게 형편도 없는 주택을 평수로만 적용하여 15평 이상의 주택소유자를 제외시킴으로서 불공평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정책 개발 없이 농업위기 극복 안돼

세 번째로 농어촌 사회·복지·서비스 부문을 보면 농어촌에는 주택도 도시에 비해 형편없고 대중교통은 인구감소로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교육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농어촌 초·중등학교는 급속한 학생수 감소로 1982년이후 2001년까지 4723개의 학교가 통폐합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적인 학생수의 감소로 많은 학교들이 통폐합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들 소규모 학교의 복식수업, 복식학급, 교원의 농촌 근무 기피 등으로 도농간 학력저하와 도시 유학이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제 농어촌 학교의 폐교는 지역사회를 쇠퇴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고 그것이 농촌을 떠나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농어촌의 의료문제도, 90% 이상의 의료인력과 의료기관들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이어서 보건소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농어촌은 의료의 질적 격차를 실감하게 된다.

끝으로 농어촌은 도로. 교통. 통신. 문화 등 공공 서비스까지도 취약하여 살기가 불편하다. 또한 소득활동이나 사회·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농어민 단체, 경제활동조직과 모임 등등도 빈약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도 취약한 상태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지방자치제가 뒤늦게 적용되어 농어촌 지역의 자주·자립적인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이제 농어촌 사회·복지 정책의 개선이 없이는 지금의 이 어려운 우리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농업생산정책은 시장의 국제화와 가격하락 등으로 한계를 가지게 되었고 농외소득정책도 농어촌 지역산업의 미발달, 투자여건의 미성숙 등으로 난관에 처해있어 당장의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한 사회.복지정책이 긴요하게 되었다. 농어촌 지역사회가 활기를 되찾고 농어민의 소득이 보장되어 젊은이들이 농업에 다시 입문하며 이를 통해 농어촌 지역 사회를 유지발전 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농어촌 복지정책의 개발과 사회 정책적 지원이 획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정명채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2/09/10 00:00 2002/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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