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무엇이 전문가 윤리에 반하는지 판단능력 상실



1. 지난 9일 밤, 대한의협 윤리위원회는 서울의대 김용익 교수와 울산의대 조홍준 교수에 대해 의협의 회원자격을 각기 2년, 1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오늘 오전 의협 상임이사회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협의 결정은 최소한의 전문가로서의 직업적 윤리의식을 저버린 것으로 "집단의 이해에 반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판단해 버리는 집단이기주의적이자 소아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2. 의협은 명목상으로 두 사람이 실패한 의약분업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면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징계사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징계 결정까지 내리게 된 이유는 국민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 아니라 의사들의 경제적 이해 때문이다. 약가 거품의 문제와 의료계에 해묵은 리베이트 관행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의약분업을 통해 이러한 비정상적인 수입을 근절하자고 주장했으며, 수가인상에 반대하여 의사집단의 경제적 이해에 반하는 정책을 지지한 것이 이들의 징계사유인 것이다.

3. 의사집단에 대해 대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입힌 부당·허위청구, 담합 등의 문제에 대해 의협은 눈감아왔다. 정부가 부당·허위청구를 일삼은 의료기관의 리스트를 의협에 넘겨주고 자정을 의뢰하기까지 했으나, 의협은 그 회원들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정책적 소신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의협이 무엇이 전문가로서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것인지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의약분업을 실패한 정책으로 몰아가고, 건강보험 재정건전화에 협조하지 않는 의협이 바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장본인이다. 두 교수를 희생양으로 하여 책임을 회피하고,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을 또다시 우롱하는 처사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징계에 대한 입장


10월 9일 의사협회 윤리위원회가 "실패한 의약분업의 입안과 추진에 깊이 관여하여 국민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저를 징계한 것에 대해 제 의견을 밝힙니다.

의사협회 상임이사회가 저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였을 때, 저는 이번 사안이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므로, 윤리위원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그 동안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의사협회 윤리위원회가 저를 '윤리적으로' 단죄한 이상 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회원 개인의 정책적 입장과 소신을 '비윤리적'이라고 징계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은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신을 가지고 있고, 또 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해서, 그리고 그 입장이 단체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회원을 징계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또한, 회원이 시민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한 것을 가지고 회원을 징계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의사는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하며, 의사와 국민이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야 올바른 의료가 가능합니다. 회원들이 여러 시민단체에 참여하여 의사와 국민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의사협회에 도움이 됩니다. 더구나 시민단체가 의사협회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리고 이 시민단체에 회원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원을 징계하는 것은 의사협회의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일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습니다.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국민에게 고통을 준 당사자는 근거 없이 수가를 인상하여 국민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 정부입니다. 장기적인 파업을 한 의사협회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의약분업 시행을 찬성하고, 의사협회의 장기 파업에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는 이유로 회원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의약분업이나 의료개혁에 대한 제 생각에 대해 누구나 비판할 수 있으며, 실제 그렇게 해왔습니다. 그러나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윤리'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비윤리적'인 의사라고 매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는 의사협회가 저와 김용익 교수에 행한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저는 의사협회의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에 반대하여 대한의사협회를 탈퇴합니다.

2002년 10월 10일 울산의대 부교수 조홍준
사회복지위원회


2002/10/10 12:59 2002/10/10 12:59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714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