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의 비민주적인 회원 징계결정에 대한 공동기자회견
건강보험 :
2002/10/18 13:16
“대한의사협회의 비상식적인 회원징계를 철회하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지난 10월 9일, "정당한 이유 없이 타 회원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를 들어 시민단체와 함께 의약분업과 의료개혁에 앞장섰던 김용익, 조홍준 교수에 대해 회원 자격 정지의 징계를 결정하였다. 우리는 이번 징계과정을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징계건의 때부터 매우 큰 우려를 가져왔으나 우리는 의사협회가 최소한의 양식과 금도를 지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태를 지켜보아 왔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양식마저 저버린 채 끝내 두 교수에게 부당한 징계결정을 내리는데 까지 나아갔다. 이에 우리는 의협의 이러한 결정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비민주적인 행위이며 자신의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의 존재와 표현 자체를 봉쇄하는 편협한 조치임과 동시에 전문가들의 정당한 의무인 사회 참여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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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리는 대한의사협회의 판단이 윤리위원회에서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비상식적고 비민주적인 징계과정을 통한 지극히 편파적인 정치적 판단이었다는데 주목한다. 우리는 의협의 징계 결정 과정에서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등 의협 일각의 단체들에 의한 압력이 행사되었음에 주목한다.
대개협은 "사유재산제도의 부정", "시민단체를 통한 반의료계 행위", "의료계 매도", "건전한 의학교육 왜곡" 등 비논리적이고 전혀 사실과 다른 억측으로 가득찬 사유로 두 교수의 징계를 건의하였지만, 2차에 걸친 의협 윤리위원회는 '회원의 정책적 판단은 윤리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표명하였다.
그러나, 대개협은 징계건의에 그치지 않고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여 윤리위원회에서 징계반대 의견을 가진 인사가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두 교수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 윤리위원회 해체를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였다. 결국 징계를 반대한 위원이 배제된 10월 9일 윤리위원회에서 두 교수의 징계 결정이 통과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의협의 이번 징계결정이 윤리적 판단이 아니라 일부 강경론자의 압력에 굴복한 편파적인 결정임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상식에서 벗어난 절차를 통해 결정된 징계내용이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양심과 사상,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두 교수는 학자로서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밝혔고, 이 과정은 전과정을 통해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
두 교수는 의약분업을 포함한 일련의 의료개혁이 국민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믿는 바를 주장하였고 대한 의사협회는 초기에는 이에 동조하여 의약분업에 합의하였다가 이후 자신의 합의를 어기고 이에 반대하였다. 물론 이것은 사회적 논의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실제로 지금까지 그러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가하고 제재를 행한다는 것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다름 아니다. 징계를 건의한 대개협은 두 교수가 속한 대학 당국에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요구하였으며, 의협이 두 교수에게 보낸 소명요청서는 두 교수에 대한 '사상검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결국 의협의 이번 징계는 집단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개인에게 위해를 가한 것으로, 민주사회의 기반이 되어야 하는 인권을 무시한 행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는 대한의협의 징계 결정 과정에서 두 교수가 건강연대나 인의협 등의 사회단체 활동을 해왔고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활동을 벌였다는 내용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건강연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시민들의 건강권을 보장받기 위해 모인 대표적인 보건의료단체이며 두 교수는 이 단체의 전, 현직 정책위원장이다. 전문가의 공적 활동은 보호되고 장려되어야 할 대상이지 징계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의사는 고도의 직업 윤리를 지켜야 하는 국민 건강을 위한 공적인 존재이며, 의협은 동업자들의 단순한 이익집단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률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의사는 모두 유일한 중앙회인 의협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가 의협의 의료전문직의 독점적 대표권을 인정한 것이고, 의협에게 의사들과 관련된 업무에서 국가의 공적 역할을 대행하는 역할을 하도록 의무를 지운 것이다.
따라서 공적 단체로서의 전문가단체인 의사협회는 구성원이 자신의 양심과 능력을 기반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보장해 주고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의협은 두 교수가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공중의 이익과 부합되는 활동을 한 것을 "의사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고 문제삼고 있다. 우리는 의협의 이번 징계가 전문가 단체인 의협이 전문가의 정당한 사회 활동과 자신의 공적 토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윤리위원회가 징계의 이유로 "실패한 의약분업"의 책임을 그 근거로 제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의약분업은 의협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와 시민사회단체가 합의하여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국회에서 3당의 합의를 거쳐 추진된 정책이다. 이후 모든 국민들이 명확히 알다시피 의약분업은 의사협회의 비협조와 수개월에 걸친 파업으로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였고 이제 와서야 겨우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의사협회는 이제까지 그리고 심지어 폐업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현재처럼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완전한 의약분업의 정착을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의사협회가 의약분업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패한 의약분업의 책임'을 두 교수에게 묻는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의약분업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의약분업 철폐를 주장하고 스스로 져야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진실과도 거리가 멀며 문제의 해결책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의약분업 정착을 위해 구체적 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인데, 의협은 의약분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외면하고 의약분업의 문제에 대해서 아직까지 비현실적인 "의약분업 철폐"를 외치며 기득권을 확대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일 의협이 의약분업이 정말로 실패했고 철회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의협은 이제 두 교수뿐만 아니라 1999년에 의약분업 안에 합의한 의협의 전 상임이사들과 이에 동조한 의사들은 물론, 의사폐업 당시 완전한 의약분업을 외치던 현 의협회장을 포함한 지도부부터 징계해야 할 것이며 의협 스스로 의약분업에 비협조로 실패를 초래한 책임부터 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협이 징계한 두 교수는 의협이 져야 할 책임을 뒤집어 쓴 희생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일부 의사들에 의해 오래 전부터 두 교수의 생각과 견해에 대해 이념적 왜곡이 횡행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대개협은 징계 사유서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김용익, 조홍준 회원이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한다"고 주장하였고, 내과개원의협의회는 두 회원이 "의료계를 사회주의화 내지 공산주의화하는데 앞장서 왔다"고 주장하였다.
의협 윤리위원회는 그것을 확인하는 사상검증적 소명요청서를 보냈다.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견해와 주장의 실체를 공정하게 보려하지 않고, 다르다는 이유로, 모른다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빨갱이로 재단하는 것은 사상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며, 버려야 할 구시대의 악습이다. 우리는 의협 일각에서 이런 이념적 선동과 악습에 의존하여 다른 견해와 주장을 억누르고 반사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획득하려는 세력이 더 이상 의사들의 여론을 주도하는 것을 양식 있는 사회의 성원이라면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협이 징계한 두 교수는 의약분업의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했고, 진실을 발언하였다. 이들은 스스로의 집단의 편협한 이해를 대변하려 하기보다는 국민과 전문인들이 바람직한 제도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두 교수는 이러한 국민들이 건강하고 전문가들이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민사회단체활동을 통해 기울여왔다. 우리는 이러한 두 교수의 활동이 칭찬과 격려의 대상이지 폄하의 대상이 아니며 나아가 징계와 제재의 대상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두 교수를 지지하고 옹호한다. 우리는 두 교수를 징계하는 어떤 행위와 이유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을 징계하는 행위야 말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뒤로 돌리려는 행위이고 전문가들의 공공선을 위한 활동을 봉쇄하고 공공선에 앞선 편협한 집단이해를 앞세우려는 비민주적인 행위라고 판단한다. 누가 누구를 징계하는가? 징계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원칙을 폐기하고 전문가들의 정당한 사회 기여를 봉쇄하는 집단임을 고발한다. 우리는 하루바삐 의협이 두 교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두 교수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 길만이 의약분업 이후 사회의 공론으로부터 나날이 고립되어 가는 의협이 스스로를 살리면서 전문가 단체로서의 권위와 정당성을 되찾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의협이 사회 각계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지 않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공론의 광장에 나오기를 주문한다. 우리는 의협이 합리적 대화를 부정하는 강경 세력의 좌우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타당하고 공명정대한 윤리적 원칙을 분명히 지켜지는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실천해야 할 정당한 윤리와 시민사회 안에서의 건전한 관계 정립을 위해 두 교수의 징계건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포함하여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대응을 해나갈 것이며 그 해결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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