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련위원회 구성의 허와 실
월간 복지동향/2002 :
2002/10/10 00:00
참여민주주의 정신 결여된 초기 국민연금제도
국민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8년 이후 10여년 동안 국민연금제도의 아킬레스건은 기금운영의 불투명성이었다. 당시에는 재경부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연금기금 중 공공자금으로 예탁할 금액을 정부의 의지대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그 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의 결정도 역시 정부의 의지대로 결정하였다.
그러니 공공자금의 예탁이자율 수준이 높았을 리 없다. 공공자금 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을 높이 산정하여 정부의 재정부담을 높일 이유가 정부로서는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연금기금에서 흘러간 공공자금이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고 미래세대의 부를 가져온다는 논리로 합리화하였다. 그리고는 편의대로 연금기금을 정부 개발정책의 돈주머니 역할을 하게 하였다.
생각해보면 농특기금에서 농어민의 보험료 일부를 예외적으로 보조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연금기금 전액은 피보험자의 보험료와 고용주의 부담금으로 구성된다. 이로부터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보험료 납부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칙이 도출된다. 우리는 이것을 "사회보험의 참여민주주의" 원리라고 칭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국민연금제도의 본격적인 시작부터 10년까지는 이러한 근본정신이 철저히 훼손된 채 기금운용이 이루어져 왔다. 이 당시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가입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보기 어려웠다.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가 전체 위원수의 과반수를 넘지 못했으며, 서면결의가 남발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는 절차는 없었고 정부의 정책의지만이 연금기금의 결정과정에 개입되었다. 따라서 당연한 결과이지만, 가입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및 노동자단체, 경영자단체로부터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연금기금의 운용 과정 자체는 총체적인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1999년 개정법안, 기금운영의 민주화 실현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불투명한 운용의 시대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1998년 12월 3일 국민연금법이 전문개정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 개정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국민연금관련 각종위원회에 가입자 및 사용자가 대거 포진하게 되었다. <표>에 정리된 바와 같이 국민연금법 상 위원회는 모두 5개가 있고, 위원회는 아니지만 동일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공단이사회까지 합쳐 총 6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6개의 위원회에 가입자의 참여가 얼마나 보장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제도의 급여 및 보험료, 국민연금재정계산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국민연금액수준이나 재평가율 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모두 19인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의 대표가 14인으로 구성되어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근로자대표로서 양대노총에서 각기 2인씩 4인, 지역가입자대표로서 농협대표, 수협대표, 공인회계사회(또는 대한변호사회), 음식업중앙회,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참여연대 각 1인으로 총 6인, 사용자대표로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한국경영자총회, 대한상공회의소 각 1인으로 총 4인, 따라서 도합 14인이다. 공익으로는 보건복지부 실무국장, 공단이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원, 그리고 학계 인사 등 4명이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실질적인 최고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다. 기금운용계획 및 지침의 작성을 비롯, 기금의 운용내역과 결산내역을 심의하는 이곳은 국민연금법 개정에 의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이루어진 곳이다. 우선 위원장이 재경부장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바뀜에 따라 그동안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연금기금의 사용이 이루어지던 것을 연금의 본래 목적이 강조되는 것으로 바뀌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또한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의 비중이 15인 중 7인으로서 과반수를 넘지 못하였으나, 개정법에서는 21인 중 12인이 되도록 구성비를 조정함으로써 가입자의 의견이 관철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 또한 서면결의를 금지하여 실제적인 안건의 심의와 결의를 하게 만들었고 적어도 분기별로 1회의 회의가 이루어지게 강제화하였다. 회의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에는 앞의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들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외에 각경제부처의 차관들이 추가로 구성되어있는 정도이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안건에 대한 전문가적 심의기능을 가지며, 특별히 기금운용에 대한 평가기능이 부여되어있다. 그 구성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참여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져있다. 단,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만 추천인을 내지 않으므로 20명에 해당하며 이중 12명이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에서 추천된 자들로서 과반수를 넘게 구성되어있다.
네 번째는 공단이사회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사회는 기구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공단이사회는 법률에 의하면 이사장 및 상임이사 3인이내, 그리고 근로자대표, 사용자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공무원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되게 된다. 실제로는 가입자대표와 사용자대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회, 한국소비자연맹과 경실련 등 모두 6인이 참가하고 있다. 모두 11명으로 이사진이 구성되어있으며 그중 가입자 및 사용자대표가 6인에 이른다.
다섯 번째는 국민연금심사위원회와 국민연금재심사위원회가 있다. 이들은 각기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심사요청사항을 심의 또는 재심의하는 기구로서, 심사위원회는 공단 내에, 재심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내에 설치되어있다. 심의위원회는 모두 9명으로 구성되나 노동자단체, 사용자단체 및 지역가입자단체 등으로부터 각기 2인씩 추천받은 6인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재심의위원회는 전문가위주의 구성으로 되어있어 특별히 단체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도록 법률상에 규정되어있지는 않다.
각종 위원회에 가입자 대표 등 과반수 넘게 구성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의 개정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각종 위원회에 가입자의 대표들이 과반수 이상을 점하며 제도의 운영 및 기금의 운용과 관련된 주요 결정사항에 책임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도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 내에 참여민주주의 정신이 충분히 관철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구도는 형식적인 면에서의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이지 결코 실질적 의미의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의 공조정신(partnership)의 미흡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위원회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실제 모습을 보면 정부는 각 위원회에 참여한 대표들을 진정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동참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런 발상과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정 연금법에 의하여 각 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어 출발하던 초기보다는 보건복지부의 적응도가 많이 높아진 측면이 인정된다. 하지만 복지부의 위원회 운영은 아직도 통과의례로서의 자세가 엿보인다. 의제를 선정하고 심의를 거쳐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독단적으로 행하는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때때로 언론을 통해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거나 외부투자를 행하기로 했다는 등의 발표가 기금운용위원회나 실무평가위원회의 결정을 거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둘째, 원천적으로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위원회의 내실과 비중에 어울리지 않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현재 법 조항상 "근로자대표", "사용자대표" 및 "지역가입자대표" 등으로 세분되어 보험료 갹출집단을 고르게 대표하게 되어있으나 실제 그 집단 내에서 어느 단체를 선정할 것인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위원장(대개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차관)의 권한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평소 국민연금에 대해 그 어떤 정책적 판단도 하지 않거나 심지어 전혀 관심도 없는 기관들이 단지 어느 한 집단을 대표함직한 형식적인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이유로 선임된다. 그러나 실제 회의석상에서도 그러한 단체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며, 때로는 무조건 정부의 원안에 찬성하는 발언만 하고 자리를 뜨는 일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위원 선임에 있어 그 단체의 평소 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정도나 이전 위원으로서의 활약정도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셋째,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위원회에서 활약하는 단체 중 대표적인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빠짐없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이들 단체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와 감독 기능을 함에 있어 얼마나 성실한가를 자성적인 측면에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위원회의 활동만이 주임무가 아닌, 제반 사회정책에 관련되어 많은 문제들에 개입하는 시민사회단체들로서 국민연금문제만에 집중할 수 없는 한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중대성에 비추어볼 때 각 단체와 그 단체의 대표권을 행사하는 자들이 각 위원회 내에서 자신들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책임성과 전문성을 발휘해야하는 임무를 면제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 단체들간의 국민연금에 대한 현안을 숙의하는 대책기구를 설치하여 국민연금의 각종 현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강력한 공조체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제도의 운영상 빚어지는 각종 부작용에 면죄부만 던져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책임있는 참여자세 요구
결국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일단 형식적인 참여민주주의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으나, 정부로서도 그리고 시민사회노동단체로서도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의 달성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엄정히 존재한다. 특히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참여민주주의에서 주어진 권한과 책무를 성실하고 내실있게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기금운용 상에 일어날지 모르는 실패요인에 공동의 책임만을 지면서 이후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역할과 신뢰 자체가 실패하게 되는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분명 형식적인 참여민주주의에서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때이다.
<표>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각종 위원회의 기능과 구성(I)
<표>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각종 위원회의 기능과 구성(II)
국민연금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8년 이후 10여년 동안 국민연금제도의 아킬레스건은 기금운영의 불투명성이었다. 당시에는 재경부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연금기금 중 공공자금으로 예탁할 금액을 정부의 의지대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그 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의 결정도 역시 정부의 의지대로 결정하였다.
그러니 공공자금의 예탁이자율 수준이 높았을 리 없다. 공공자금 예탁금에 대한 이자율을 높이 산정하여 정부의 재정부담을 높일 이유가 정부로서는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연금기금에서 흘러간 공공자금이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고 미래세대의 부를 가져온다는 논리로 합리화하였다. 그리고는 편의대로 연금기금을 정부 개발정책의 돈주머니 역할을 하게 하였다.
생각해보면 농특기금에서 농어민의 보험료 일부를 예외적으로 보조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연금기금 전액은 피보험자의 보험료와 고용주의 부담금으로 구성된다. 이로부터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보험료 납부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원칙이 도출된다. 우리는 이것을 "사회보험의 참여민주주의" 원리라고 칭할 수 있다.
불행하게도 국민연금제도의 본격적인 시작부터 10년까지는 이러한 근본정신이 철저히 훼손된 채 기금운용이 이루어져 왔다. 이 당시도 기금운용위원회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가입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보기 어려웠다.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가 전체 위원수의 과반수를 넘지 못했으며, 서면결의가 남발되는 등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는 절차는 없었고 정부의 정책의지만이 연금기금의 결정과정에 개입되었다. 따라서 당연한 결과이지만, 가입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및 노동자단체, 경영자단체로부터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연금기금의 운용 과정 자체는 총체적인 불신과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1999년 개정법안, 기금운영의 민주화 실현
그러나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불투명한 운용의 시대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1998년 12월 3일 국민연금법이 전문개정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 개정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국민연금관련 각종위원회에 가입자 및 사용자가 대거 포진하게 되었다. <표>에 정리된 바와 같이 국민연금법 상 위원회는 모두 5개가 있고, 위원회는 아니지만 동일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공단이사회까지 합쳐 총 6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6개의 위원회에 가입자의 참여가 얼마나 보장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국민연금심의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제도의 급여 및 보험료, 국민연금재정계산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다. 국민연금액수준이나 재평가율 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모두 19인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의 대표가 14인으로 구성되어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근로자대표로서 양대노총에서 각기 2인씩 4인, 지역가입자대표로서 농협대표, 수협대표, 공인회계사회(또는 대한변호사회), 음식업중앙회,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참여연대 각 1인으로 총 6인, 사용자대표로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 한국경영자총회, 대한상공회의소 각 1인으로 총 4인, 따라서 도합 14인이다. 공익으로는 보건복지부 실무국장, 공단이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및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원, 그리고 학계 인사 등 4명이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실질적인 최고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다. 기금운용계획 및 지침의 작성을 비롯, 기금의 운용내역과 결산내역을 심의하는 이곳은 국민연금법 개정에 의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이루어진 곳이다. 우선 위원장이 재경부장관에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바뀜에 따라 그동안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연금기금의 사용이 이루어지던 것을 연금의 본래 목적이 강조되는 것으로 바뀌는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또한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의 비중이 15인 중 7인으로서 과반수를 넘지 못하였으나, 개정법에서는 21인 중 12인이 되도록 구성비를 조정함으로써 가입자의 의견이 관철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 또한 서면결의를 금지하여 실제적인 안건의 심의와 결의를 하게 만들었고 적어도 분기별로 1회의 회의가 이루어지게 강제화하였다. 회의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 위원회에는 앞의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단체들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외에 각경제부처의 차관들이 추가로 구성되어있는 정도이다.
세 번째는 국민연금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안건에 대한 전문가적 심의기능을 가지며, 특별히 기금운용에 대한 평가기능이 부여되어있다. 그 구성은 기금운용위원회의 참여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들로 이루어져있다. 단,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만 추천인을 내지 않으므로 20명에 해당하며 이중 12명이 가입자 및 사용자단체에서 추천된 자들로서 과반수를 넘게 구성되어있다.
네 번째는 공단이사회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사회는 기구의 최종 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공단이사회는 법률에 의하면 이사장 및 상임이사 3인이내, 그리고 근로자대표, 사용자대표, 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계공무원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되게 된다. 실제로는 가입자대표와 사용자대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회, 한국소비자연맹과 경실련 등 모두 6인이 참가하고 있다. 모두 11명으로 이사진이 구성되어있으며 그중 가입자 및 사용자대표가 6인에 이른다.
다섯 번째는 국민연금심사위원회와 국민연금재심사위원회가 있다. 이들은 각기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의 심사요청사항을 심의 또는 재심의하는 기구로서, 심사위원회는 공단 내에, 재심사위원회는 보건복지부 내에 설치되어있다. 심의위원회는 모두 9명으로 구성되나 노동자단체, 사용자단체 및 지역가입자단체 등으로부터 각기 2인씩 추천받은 6인이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재심의위원회는 전문가위주의 구성으로 되어있어 특별히 단체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도록 법률상에 규정되어있지는 않다.
각종 위원회에 가입자 대표 등 과반수 넘게 구성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재의 개정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각종 위원회에 가입자의 대표들이 과반수 이상을 점하며 제도의 운영 및 기금의 운용과 관련된 주요 결정사항에 책임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도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 내에 참여민주주의 정신이 충분히 관철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구도는 형식적인 면에서의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이지 결코 실질적 의미의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하는 몇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의 공조정신(partnership)의 미흡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위원회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실제 모습을 보면 정부는 각 위원회에 참여한 대표들을 진정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관련된 동참자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런 발상과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정 연금법에 의하여 각 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어 출발하던 초기보다는 보건복지부의 적응도가 많이 높아진 측면이 인정된다. 하지만 복지부의 위원회 운영은 아직도 통과의례로서의 자세가 엿보인다. 의제를 선정하고 심의를 거쳐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복지부가 독단적으로 행하는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때때로 언론을 통해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거나 외부투자를 행하기로 했다는 등의 발표가 기금운용위원회나 실무평가위원회의 결정을 거치지 않은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둘째, 원천적으로 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위원회의 내실과 비중에 어울리지 않게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현재 법 조항상 "근로자대표", "사용자대표" 및 "지역가입자대표" 등으로 세분되어 보험료 갹출집단을 고르게 대표하게 되어있으나 실제 그 집단 내에서 어느 단체를 선정할 것인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위원장(대개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차관)의 권한사항이다. 그 과정에서 평소 국민연금에 대해 그 어떤 정책적 판단도 하지 않거나 심지어 전혀 관심도 없는 기관들이 단지 어느 한 집단을 대표함직한 형식적인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이유로 선임된다. 그러나 실제 회의석상에서도 그러한 단체는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며, 때로는 무조건 정부의 원안에 찬성하는 발언만 하고 자리를 뜨는 일도 존재한다. 따라서 정부는 위원 선임에 있어 그 단체의 평소 연금제도에 대한 관심정도나 이전 위원으로서의 활약정도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셋째,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위원회에서 활약하는 단체 중 대표적인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빠짐없이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이들 단체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와 감독 기능을 함에 있어 얼마나 성실한가를 자성적인 측면에서 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위원회의 활동만이 주임무가 아닌, 제반 사회정책에 관련되어 많은 문제들에 개입하는 시민사회단체들로서 국민연금문제만에 집중할 수 없는 한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중대성에 비추어볼 때 각 단체와 그 단체의 대표권을 행사하는 자들이 각 위원회 내에서 자신들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 책임성과 전문성을 발휘해야하는 임무를 면제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 단체들간의 국민연금에 대한 현안을 숙의하는 대책기구를 설치하여 국민연금의 각종 현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강력한 공조체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국민연금제도의 운영상 빚어지는 각종 부작용에 면죄부만 던져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책임있는 참여자세 요구
결국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일단 형식적인 참여민주주의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으나, 정부로서도 그리고 시민사회노동단체로서도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의 달성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엄정히 존재한다. 특히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참여민주주의에서 주어진 권한과 책무를 성실하고 내실있게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제도의 운영과 기금운용 상에 일어날지 모르는 실패요인에 공동의 책임만을 지면서 이후 시민사회노동단체의 역할과 신뢰 자체가 실패하게 되는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분명 형식적인 참여민주주의에서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로의 이행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때이다.
<표>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각종 위원회의 기능과 구성(I)
<표> 국민연금법에 규정된 각종 위원회의 기능과 구성(II)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