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미신고시설 양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미신고시설의 조사를 수행한 결과, 현재 998개의 미신고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며, 생활자가 17,03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전체 생활자의 48%로 8,244명에 달하고, 조건부 신고를 마친 920개 시설 중에는 노인생활시설 392개, 장애인생활시설 345개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미신고시설 양성화 문제는 사회복지계의 오랜 숙원이다. 보건복지부가 조건부 시설 개념을 도입하여 신고시설로 유도하고, 일부 비현실적인 기준을 현실화하는 등 과거에 비해 적극적 정책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복지부의 대책은 미신고시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으로서 미흡한 지점이 있다. 개인운영시설과 소규모 시설에 대한 재정지원과 행정관리책임이 소홀히 취급되었다는 점, 시설 설치와 종사자 기준이 지나치게 하향조정되어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적정하게 확보하여 시설생활자들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하여야 함이 간과된 점, 탈시설화 정책 전망 등의 종합적 시설정책에 대한 조망이 없고, 오히려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이 주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미신고시설 중에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시설을 운영하기보다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시설장의 독선적 운영이 이루어지는 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시설에 대한 공적 지원의 전제는 시설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공적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 안에는 이러한 부적절한 시설의 선별기준이나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국가책임부분의 적극적 이행이 경시

복지부의 양성화대책에 있어 정부의 지원부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단, (*) 표시한 부분은 민간지원기관에서 지원하기를 기대하는 부분임.

이와 같이 정부는 현재 양성화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는 "개인운영 - 조건부시설" 및 "개인운영-신고시설"에 대해 직접적인 운영비 지원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국가의 재정적 부담 회피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보호의 질적 수준을 적극적으로 담보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한다. 공적 지원과 행정적 관리감독 수준이 비례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 이들 시설에 대한 적극적 관리감독책임 또한 실현될 수 없다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이들 시설 생활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며, 발생할 수 있는 시설운영의 부조리와 비리에 대해 사전·사후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이 소극적으로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따라서 개인운영시설에 대한 법인전환을 적극 유도하고, 개인운영시설에 대한 인건비 지원 등 직접 지원을 늘이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는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사회복지법인의 인가조건이 형식적으로는 완화되었으나, 실제 매우 까다롭게 운영되고 있어 시설의 사회화를 막는 장애로 작용되고 있다. 시설지원예산이나 관리감독 책임의 부담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인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미신고시설 생활자 중 많은 수가 수급자(48%)라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시설에 대해서도 공공요금 감면이나 자원봉사인력 지원과 같은 비현실적인 지원책 이외에 보다 현실적인 인건비 지원을 고려하여야 한다.

시설의 기준이 과도하게 하향조정

정부는 미신고시설 양성화 대책과 관련하여 6개 관련 법령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이들은 주로 시설설치기준과 종사자배치 자격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30인 이하의 비교적 소규모시설에 중대규모 위주의 기존 설치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는 등 극히 비현실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소규모시설의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 점을 볼 때 긍정적 조치라 평가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입법예고된 바에 의하면 구체적인 기준의 설정 부분에 있어 불합리한 점, 특히 입소자들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일정하게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명백히 존재하는 데, 이를 몇 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10인 미만 시설에 대한 종사자 배치의 미흡

● 노인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의 경우 10인 미만 시설에서 양로시설과 요양시설간에 생활보조원과 간호사를 1명씩 배치하는 차이를 두고 있다. 그러나 10인 미만의 노인요양시설에 간호사 인력만으로 적절한 보호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없다.

양로시설(무료·실비·유료)

노인요양시설(무료·실비·유료)· 노인전문요양시설(무료·유료)

● 아동복지시설

10인미만의 경우는 시설장과 보육사를 겸한 1인의 종사자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모성박탈감(maternal deprivation) 및 각종 심리적 어려움을 지닌 해체가정의 아동들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한 종사자 배치이다. 또한 이러한 종사자 배치는 노인복지시설이나 여성복지시설, 부랑인시설의 2명인 것에 비하여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아동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종사자 배치에 대한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종사자 배치기준

② 종사자 자격 기준의 일방적인 완화

대부분의 복지시설장의 자격을 '사회복지사 2급이상, 3년 경력에서 사회복지사 3급이상, 3년 경력'으로 변경하려 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미신고시설 운영자들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는 과도한 기준완화이다. 시설의 설비기준 중 소규모시설에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그 기준을 완화하는 것과 시설장 자격을 하향으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의미를 지닌 것이다. 특히 소규모시설일수록 시설장과 1,2명의 보육사로 운영되므로 높은 헌신성과 함께 전문성을 요구해야 함에도 오히려 이러한 종사자의 자격 부분을 지나치게 현실적인 면만을 고려하여 기준 완화한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적절한 시설장 및 종사자 자격기준을 적정하게 제시하고 현재의 미신고시설 종사자의 수준을 적극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규모시설이 비전문적 운영체라는 낙인감만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시설장의 사회복지사 자격획득에 대한 교육비 지원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양성교육의 질이 담보되어야만 하며, 지나친 교육과정의 축소를 통해 형식적 교육과정이 되지 않도록 엄정한 관리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③ 시설 종별 설비 및 종사자 배치기준의 불균등

각 시설 종별 기능의 차이와 보호대상자의 특성의 차이에 의해 일정정도의 차별적인 설비 및 종사자의 배치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나, 현재 정부의 입법예고안에는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 이해되지 않는 차이들이 존재한다.

10인∼29인까지의 시설 중 노인양로시설과 노인요양시설은 취사부와 세탁부가 각각 1인씩 배치, 반면에 아동복지시설과 장애인복지시설은 겸직 1인이, 또한 부랑인시설은 아예 이러한 직종이 배치되지 않는 등 비합리적으로 차별적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10인미만시설의 종사자 배치 기준고 관련하여도 시설장과 종사자를 겸하여 배치하는 아동복지시설 및 장애인시설, 미혼모시설과는 달리 노인시설에는 각기 1명씩을 배치하고 있다.

시설의 설비시설 설치 기준과 관련하여서는 시설종별로 필요한 설비시설의 종류가 다르며 또한 10인 미만의 장애인시설에는 다른 시설과는 달리 급배수시설에 대한 설치가 의무화되어있지 않는 등 종별 설비기준에 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따라서 10인미만 시설(공동생활가정시설)의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센터형 운영방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10인미만 시설에 10인미만 시설에 최소한 2명 이상의 종사자가 배치되도록 하여야 하고, 30인 미만 시설에서 시설장의 경우 사회복지사 2급 자격 및 3년이상 경력, 보육사의 경우 사회복지사 3급이상으로 자격기준을 세우고, 다만 현재 미신고시설의 경우는 유예기간을 3년 이상 두고 이들의 자격교육에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인이 모법인 없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경우, 전담공무원과 지역복지기관과의 업무연계를 의무화하고 필요한 경우 직권조정권한을 전담공무원에게 부여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재 시설간 합리적 근거 없이 상이하게 적용된 부분을 조정하여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탈시설화로의 정책의지 박약

"국민의 정부" 집권 5년 동안 사회복지분야의 재정확충 및 제도상의 개혁적 변모가 있었던 것에 비하여 사회복지시설에 대해서는 뚜렷한 변화의 노력이 크지 않았다. 굳이 시설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면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을 통한 시설종류의 확대, 아동복지법 개정을 통한 아동시설의 종류 다기화, 복지시설에 대한 평가제 시행 정도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 문제들에 대한 과감한 접근은 시도되지 못하였다.

정부는 현재 약 880여개의 생활시설을 중심으로 시설보호정책을 행하고 있으나, 최대 920여개 이상의 생활시설들이 추가될 때 우리나라의 입소시설 비중은 심대하게 증가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생활시설의 증가는 현재 지역사회내에 보호받고 있지 못하는 수많은 요보호대상자의 규모를 생각할 때 필연적인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 이러한 생활시설 자체의 일방적인 증가는 오늘날 사회복지대상자 보호의 제1원리인 탈시설화 또는 지역사회보호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때 시대 역행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면모를 분명히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미신고시설 양성화라는 과제와 탈시설화의 추구라는 과제 2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은, 가능하면 이번 양성화과정에서 중대규모의 시설이 증가되기 보다는 그룹홈을 포함하여 되도록 10인미만의 소규모시설들이 중심이 되어 확대됨으로써 탈시설화로 가기 위해 소규모시설 중심의 보호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유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미신고시설 양성화 대책을 보면 현재 미신고시설 중 중대규모 시설을 그대로 인정하고 있고 심지어 무허가건물의 대규모시설조차도 시설규모의 축소조정 없이 그대로 용인함은 물론, 미신고시설내 수급권자의 생계급여를 시설 생활자가 아닌 재가보호자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보호자의 수를 증가시키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발견된다. 그러므로 가급적 시설규모를 줄여 지역사회 내에서 보호되는 소규모시설로 신고하고 이 경우 지원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성 있다.

이를 위해 30인 이상의 사회복지시설 중 신고조건을 갖추지 못한 곳은 30인 미만의 시설로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이때 시설의 개보수 및 교육지원 등을 우선적으로 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10인 미만 시설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하여야 한다.

모든 시설을 염두에 둔 종합적 정책 필요

보건복지부는 최근의 현안인 미신고시설의 양성화 문제가 결코 미신고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고시설의 정책적 방향성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 유념해야 하며, 이는 더 나아가 복지시설정책을 포함하여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향후 전망과 발전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직결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지체되거나 경시되었던 복지시설에 대한 정책의지가 차제에 개선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탈시설화"와 "지역사회보호"의 원리에 충실하도록 복지시설에 대한 과감한 정책선회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정책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특히 현재 사회복지시설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 즉 시설의 종별 영역에 따라 정부의 지원수준이 달라 발생하는 불평등도의 심화, 종사자에 대한 처우의 불비로 인한 종사자의 빈번한 교체와 소진, 시설예산 자체의 저열성, 일선 지자체의 시설관리체계의 허술함, 일부시설의 족벌 경영 및 부조리 등등의 문제들도 아울러 함께 개선되도록 적극적인 정책의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신고시설에 대한 정책수단을 결정함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10인미만 시설의 시설설치기준 및 인력배치 기준 등을 지나치게 하향조정한 문제는 시설생활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으므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이번 법령의 개정에 따라 마련될 시설의 설치기준 및 인력기준은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하는 것과 더불어 향후 새로이 진입하는 시설, 또한 기존 시설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제한된 관점이 아닌 향후 시설정책에 대한 중장기적 발전전망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시설의 설치 및 인력기준을 비롯한 기타 방안이 신중히 마련되어야 하고, 그러한 내용이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2002/10/10 00:00 2002/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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