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기초생활을 보장하여야 한다'



기초법 시행 2년 간의 주요 변화

외환위기로 인한 대량실업/빈곤과 함께 시작된 김대중 정부는 "생산적 복지"를 국정이념의 하나로 내세우는 등 여러 대응책을 마련해 왔고, 그에 따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예산 및 제도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커다란 제도의 변화는 주지하다시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2000.10)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은 복지부의 자료에 나와 있듯이 "근로능력에 관계없이 빈곤선 이하의 모든 저소득층에게 최저생계비 이상 수준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서 이고, "가난의 책임은 그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시행 2년이 지난 지금, 분명 제도상의 발전이 있었다. 특히 제도의 합리성, 체계성, 대상자간의 형평성은 예전보다 나아졌다. 많은 부정수급자를 탈락시켰고, 그동안 보호받지 못했지만 방치되어 있던 사람들을 수급자로 선정하는 것이 가능해 졌고,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비교적 체계적인 행정으로 전환됨으로서 국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 조금 더 가능해 졌으며, 각종 전산자료를 이용하고, 가정방문 등을 통해 자산조사를 실시함으로서 자산조사의 정확도가 예전보다는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더 빨리 촉진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예산도 많이 늘었다. 기초법 시행 전년도인 1999년의 총 예산(의료보호 예산 포함)이 1조 8,479억원이던 것이 2002년에는 3조 3,820억원으로 증액되었다. 1인당 예산은 1999년의 경우 연 124만원에서 2002년에는 281만원으로 증액되었다. 또한 생계급여를 받는 수급자수가 이전 제도에서 보다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그렇지만 정부의 발표는 많이 과장되어 있음). 이렇듯 긍정적인 변화의 이면에 예산상의 배정인원과 실제 수급자 모두 생활보호제도 당시 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표1> 최근 5년간 생활보호 및 기초생활보장제도 변화

(자료) 복지부, 각종 자료

(참고) 1) 2001년 추경예산 미포함(추경포함하면 3조 2,695 억원이고, 추경예산의 대부분은 체불된 의료비(4,500억원)를 정산하기 위한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남겨놓은 과제

첫째, 사각지대(방치된 수급권자)가 너무 넓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보이나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계층이 상당수 존재한다. 빈곤인구에 대한 추계는 많게는 800만명에서 적게는 300만명으로 그 추계방법에 따라 다양하다. 김미곤(보사연)이 추계한 빈곤율은 2000년의 경우 7.2%로, 기초보장 비수급 빈곤층은 약 189만명(전인구의 약 4.0%)이나 된다. 이렇듯 방치된 수급권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소득기준 이외에 부양의무자기준, 재산기준 등이 있기 때문인데, 특히 부양의무자로 인한 탈락한 가구들 중에서 안타까운 탈락자가 많은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방치된 사람들 중 다수가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노동무능력자들이라는 점이다.

둘째, 기초보장 수급자의 상당수가 최저생활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이는 최저생계비와 현금급여 기준은 낮게 설정되어 있고, 소득은 과도하게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의 최저생계비는 전년도 최저생계비에 물가상승율만 반영하여 추정한 금액인데, 물가상승율만을 적용해서 조정하는 방식은 일반 가구와의 그 격차를 더 크게 벌리게 된다. 또한 1999년 계측 당시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표준가구(젊은 가장, 가구원 모두 건강, 중고생 없음, 노인 없음, 장애인 없음)의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최저생계비를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적용함으로서 대도시 지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기엔 많이 모자라는 액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낮게 설정되어 있는 최저생계비라고 하더라도 그것의 전부를 보장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추정소득과 간주 부양비 등으로 인하여 수급자들의 소득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실제 소득보다도 소득이 더 높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 해야 할 일들

불평등과 빈곤문제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일자리 창출정책, 조세정책 등을 제대로 운영해 가는 것도 중요하고, 연금.고용보험과 같은 1차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역으로 다른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는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우선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보호받고 있지 못한 사람들을 시급히 수급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되도록 부정수급자를 예방하고 수급자들을 빈곤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것을 동시에 고려하기 위해서는 좀 더 거시적인 접근 즉, 우리나라 공공부조 프로그램을 체계화시키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첫째,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분명히 소득상태로 보아 최저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지만 소득이 아닌 여타 기준(예,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가구에 대한 부분급여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선정기준을 합리화하면 부당 탈락자가 많이 줄어들 수 있지만, 소득기준 이외의 기준을 여전히 유지시킨다고 한다면 부당 탈락자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의료급여, 교육급여, 주거급여 중 해당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부분급여제)이 필요하다.

둘째, 차상위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현재의 급여시스템이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로 되어 있어 수급자가 되면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수급자에서 탈락되게 되면 지원이 전무한 실정으로 그 차이가 너무 크다. 따라서 수급자들이 실제로 수급자에서 벗어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로 머무르려고 하는 빈곤함정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즉, 수급자들이 빈곤함정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측면과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 볼 때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렇듯 3단계의 기초보장시스템이 필요한데, 제1단계는 현행 기초보장제도이고, 제2단계는 부당 탈락자들에게 생계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필요한 부분급여를 행하고, 제3단계는 빈곤함정의 예방을 위한 장치로 차상위빈곤계층이 수급자로 전락할 필요가 없도록, 혹은 수급자로 하여금 빈곤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

셋째, 현재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기준이자 현금급여기준으로 사용되는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물가만 반영하는 조정방식의 변경이 필요하고, 대도시, 중소도시, 농촌별로 기준을 차등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방치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가구 유형별 최저생계비의 계측 및 설정이 필요하다. 현행 5년에 한번씩 계측하기로 되어 있는 최저생계비 규정과 별도로 가구유형별(장애인가구, 노인가구, 학생가구) 최저생계비의 계측이 필요하고 그 계측에 따라 해당 유형의 가구에게는 수급자 선정과 급여에 있어서 일반 가구와 달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전달체계의 지속적인 정비 및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업무를 맡아보고 있는 전담공무원들의 업무과중과 의욕상실이 국민의 최저생활보장이라는 기초보장제도의 목적 달성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업무가 과중되는데 있어서는 중간 전달체계에서 사회복지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이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시.군.구, 시.도청에 사회복지에 전문성이 있는 공무원이 배치되어야 하고, 읍.면.동 사무소의 기능전환으로 인한 일선행정기관의 인력 유출로 인한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업무능력을 제고하는 체계화된 재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최소한 1년에 1일 이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중앙에서 수시로 전달되는 지침을 숙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담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감사 등의 부담을 줄여 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현재 복지부에서 추진중인 "찾아 나서는 복지"가 가능해 질 수 있고, 그에 따라 현재 방치된 수급권자는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허 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hersun@sch.ac.kr
2003/01/10 00:00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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