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해소와 기금관리체계 혁신 필요'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겠다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골격을 유지한다는 것은 세대간, 소득계층간 노후소득보장의 연대라는 정신을 살려나가되, 부분적인 제도 보완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제도의 유지를 전제로 할 경우 개선되어야 할 과제는 첫째, 사각지대 문제, 둘째, 기금관리체계 그리고 셋째, 재정재 계산 문제이다.

대규모 사각지대는 연대정신의 훼손

국민연금에는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2001년 5월 기준으로 지역가입자 총수는 10,196천명이나 이중 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57%에 해당되는 5,813천명으로 나머지 43.0%인 4,382천명이 보험료 납부예외자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소득신고자 중에서도 실제 보험료 납부율(건수 기준)은 77%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23%를 단순하게 추정하면 약 1,336천명에 해당되므로 실제 국민연금에서 제외된 인구는 5,718천명(4,382천명+1,336천명)에 해당된다. 물론 5백 718천명 중 일부는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특수한 상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연금에서 제외된 층의 규모는 전국민연금이란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납부 예외자의 계층적 속성이다. 지역가입자 중 어느 정도 소득이 파악되는 층은 자영자 중에서도 고소득 자영자이며 이들은 어떤 형태든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연금제도 안으로 들어와 있다. 그러나 소득파악이 안되고 납부예외자로 분류된 층의 대부분은 영세상인 그리고 영세사업장 근로자와 일용직 같은 비정규근로자로 계층구조상 하층에 분포되어 있다. 통계청의 비정규직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비정규근로자의 약 78%가 국민연금의 적용을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용에서 배제된 층은 연금 수급권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에 소득계층간 소득분배 형평성과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게 된다.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층이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갖고 있는 직장근로자와 고소득자영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생활이 안정된 계층들은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는 특혜를 누리는 반면, 연금에서 배제되어 있는 영세 상인, 비정규근로자 등 생활불안정에 시달리는 층은 소득분배의 형평이나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사각지대의 해소가 전제되지 않는 한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그 정당성이 심대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 문제는 행정관리의 어려움이나 보험료 부담의 문제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다. 우선적으로 올 7월부터 시행예정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직장가입자 편입을 강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연금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국세청으로 이관시키는 것이다. 풍부한 소득관련 자료와 강한 집행력이 있기 때문에 공단이 부과징수 기능을 맡고 있을 때 보다 사각지대 해소에 많은 장점을 갖을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 필요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0조원이면 우리 나라 일반회계 예산과 맞먹는 규모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금의 중장기적 투자 설계, 실제 기금운용을 관리감독하는 체계는 매우 미흡하기 짝이 없다. 국민연금은 미래의 연금지급을 위한 책임준비금이라는 성격도 있지만 그 규모의 거대함으로 인하여 국민경제 특히 국내 자금시장과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투자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외부적 견제 장치가 지극히 취약하다. 기금운용 관리감독에 대한 최종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연금재정과는 연금재정과장, 사무관 2명이 전부인데 이들은 책임에 비하여 인원이 너무 적으며,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기에도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기금운용의 성과평가는 전문적 감시기구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나 현재는 연금공단 산하의 국민연금연구센터와 외부전문기관에 의한 평가가 전부이며, 실무평가위원회 기능도 한계를 갖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금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기금운용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성과평가 및 상시 감독체계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나 관리감독체계는 이에 상응하여 정비되지 못하고 있다.

관리감독체계의 근본적 문제점으로 기금운용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나 제대로 된 기금관리감독 기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기능의 한계를 들 수 있다. 98년 국민연금법개정으로 내용이 채워진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 및 관리감독에 대한 일종의 "정치·사회적 합의구조" 정신이 들어가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민주화는 공적연금기금운용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위험"을 방지하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으나 기금정책 수립, 기금운용 관리감독 등 권한에 어울리는 실질적 기능행사에는 근본적 한계점을 노출해 왔다. 또한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조는 기금운용조직 및 복지부와 상대적으로 독립된 기구에 의한 기금운용의 감시와 감독이라는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독립된 기구에 의한 기금운용조직의 관리감독이라는 철학이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데 그 근본적인 이유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스스로의 행정집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비상설기구이기 때문이다. 비상설기구라는 조직의 한계는 중장기적 기금정책수립, 기금운용조직에 대한 일상적 관리감독 기능을 행사하는데 결정적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기금정책 및 관리감독체계의 문제점의 상당부분은 관리감독조직 체계의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기금운용 관리감독체계를 혁신적으로 재편하여야 하는데 그 방안으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상설화 될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의 사회적 합의 원칙을 충실히 살려나가는 선에서 독립기구로 만들되, 그 조직은 기금의 중장기적 운용 전략 수립, 기금의 규제원칙 수립, 기금운용의 성과 평가, 그리고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일상적 감독업무 수행 등의 기능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편제되어야 한다.

재정재계산과 급여 및 기여 수준의 조정

98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5년마다 국민연금기금의 중장기 재정을 추계, 발표하고 이에 따라 보험료 수준과 국민연금기금운용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공표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올 3월말까지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재정재계산을 시행하여 발표하여야 한다. 연금의 재정재계산은 필연적으로 연금기금의 고갈시점으로 초점이 모아질 수밖에 없으며,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위해 급여수준 인하나, 아니면 보험료율의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98년 12월말 국민연금법 개정시 재정추계에 근거하여 국민연금급여액을 40년 가입기준 70%에서 60%로 인하한 경험이 있다. 연금의 재정계산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으로 강제화되어 있으며 이것이 정책조정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연금의 재정추계와 기타 제도변경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새로운 재정추계 하에서 연금고갈시점은 2040년대 후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재정계산의 결과 발표는 기금고갈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기금고갈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이 제시될 것이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현재보다 급여수준을 낮추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이 갖고 있는 헛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40년대 후반 기금고갈은 수십년 간에 걸려 이루어질 각종 변수들의 가정을 전제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경제, 사회,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수십년 뒤에 벌어질 일을 과학적 근거로 믿고 현재의 제도를 급격히 뜯어 고치는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금고갈을 전제로 현재의 급여수준을 대폭 낮추기보다는 국가가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제공해줄 수 있는 최저한의 연금액을 정하고 나머지 급여 부분에 대해서는 미래의 인구성장율, GDP 성장률 등의 주요 변수를 감안하여 자동적으로 급여수준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현재의 제도에 과학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국가가 공적연금제도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최저한의 기준으로 ILO의 기준, 즉 30년 가입시 최소한 40%의 임금 대체율을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김연명 /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ymkim@cau.ac.kr
2003/01/10 00:00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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