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지원사업의 과제와 전망



1. 자활 정책 및 제도 개선

현행 자활지원사업의 한계는 자활지원사업이 복지부의 자활후견기관사업으로 제한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내의 자활급여로서 조건부 수급자에게 제공되는 업그레이드 자활 근로와 이를 통한 자활공동체로의 전환만을 자활지원사업의 주요 내용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대상자의 특성과 무관하게 자활공동체를 지향하는 획일화된 정책 목표는 자활사업의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공공부조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많은 장기실직자, 공공근로사업 장기종사자 등은 자활지원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이지만,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들 중 극히 일부만이 자활후견기관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들을 자활지원대상자로 포함함으로써 빈곤심화를 방지하고 안정적 소득기회를 확충해야 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개선된 자활정책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을 넘어서, 차상위 계층의 근로능력자를 포함하는 새로운 자활지원제도로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자활지원사업의 제도 개선은 자활후견기관 차원의 미시적 차원에서만 아니라 복지부 사업과 노동부 사업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목표를 차별화해야 한다. 최저생계비 이하 근로 무능력자나 근로 미약자에 대해서는 현행 공익형 위주의 자활근로를 제공하여 근로활동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자활의 목표가 되는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현행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 120% 미만)의 근로능력자들에게는 자활공동체를 통한 소득증대를 정책의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현재 취업자 중 최저생계비 이하에 속하는 경우는 노동부의 자활훈련제도 시스템을 활용하여 안정적이고 적절한 수입이 보장되는 일자리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자활후견기관 사업의 모델이 되었던 지역의 생산공동체운동과 자활지원센터의 특성은 참여자들의 자발성과 책임의식에 있다. 이러한 특성은 단순한 경제적 자립이 아니라 협동과 나눔이 일상화되는 공동체의 건설에 있다. 따라서 자활근로사업 이든 자활공동체 방식이든 단순한 경제적 자립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는 더불어 사는 지역사회의 건설이라는 이념적 목표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상자들의 근로동기 부여를 위한 부분급여제 도입과 소득공제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대상자들의 근로동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보충급여방식은 최저생계비 이하의 근로무능력자들에게만 적용하며, 근로 미약자와 근로 능력자들에게는 정액급여방식을 도입한다. 그리고 생계급여를 제외한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에 대해서는 부분급여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 단일한 빈곤선 기준에 따라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급여를 묶어 놓다보니, 경제적으로 자활능력을 회복했다 하더라도 수급에서 탈피할 동기부여가 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분급여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수급자는 자활근로 임금이나 자활공동체 사업수익에 의해 소득이 발생하는데 만약 이 소득이 그 가구의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차액만큼을 생계급여로써 보충하여 준다. 인센티브가 없는 보충급여체계에서는 결국 자활사업 참여를 회피했을 경우와 자활사업에 참여했을 경우의 소득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급자로 하여금 가능한 한 조건부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을 기피하게 하고 선정이 되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활사업 참여에 대한 근로인센티브로서의 소득공제제도가 자활사업 참여나 근로의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자활사업에 참여해서 얻는 소득의 일부를 소득에서 공제함으로써 실질소득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활사업 회피자와 참여자간에 소득차이를 만듬으로써 자활사업 참여를 유인하고 근로동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강력한 소득공제제도는 자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인 것으로 그 동안 거론되어 왔으며 현재 자활근로와 자활공동체 사업별 소득공제는 자활근로의 경우 일일노임에 포함되어 있는 실비에 대해 소득에서 공제를 하며 자활공동체 참여 수급자의 소득액은 실질소득에 근로일수 당 3천 원을 공제한 금액에 다시 10%를 공제하게 된다.

소득공제문제는 지금까지 자활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사안으로 논의되어왔으나 시장경제 참여주체들 간 형평성 문제와 차상위 노동계층에 대한 소득역전 효과 때문에 제한적 수준에서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부분급여제의 도입과 함께 실질적인 근로유인효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소득공제가 현재의 수준보다 훨씬 더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2. 보호된 시장 및 사회적 일자리 제공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자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1년의 경험은 시장진입을 통한 자활의 가능성이 매우 미약하다는 비관적인 측면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보호된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 노력을 기울일 경우 자활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비전을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 사업발전 속도가 빠르고 일정한 사업성과를 거두었던 경우는 자활후견기관 차원에서의 헌신적인 노력과 자체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사업위탁이나 상품구매, 시설지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특히 자활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보건복지부의 "2001년 지방자치단체 자활사업 종합평가 결과"에 따르면 '2001년은 자활사업 시행 원년으로 지자체별로 자활사업 추진경험 및 공공 및 민간 자활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전반적으로 지자체의 추진의지는 미흡한 실정이며, 자활전담조직(인력) 확보도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다행히 지역차원에서 '우수 시·군·구를 중심으로 자활수행기관에 대한 사무실·작업장 지원 및 자활공동체 사업단에 우선 위탁 등 지자체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사회 기업체들과 자활후견협정을 체결하여 자활대상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는 자활후견기관의 자활공동체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 판로지원 등을 제공해야 하며, 고용안정센터와의 실질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자활기관 협의체 운영에 지역사회 내 기업, 지역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을 참여시켜 일자리 마련을 위한 체계적 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보호된 시장과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방정부의 지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의에 의존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법적 권리와 의무로서 규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개정,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과 지방재정법의 개정 등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의 공익사업이나 사회적 기금 또한 자활사업에 매우 중요한 재원을 제공할 수 있는데 작년의 경우,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공익사업 기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을 통해 "저소득 가구 내 환자를 위한 간병사업"과 "사랑의 집수리사업"을 자활사업으로 추진하였는데 앞으로 이러한 사업들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활사업이 단순노무형 공공근로나 취로사업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활동에 준해서 사업이 수행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상품구매나 사업위탁 또는 시설이나 장비지원 등 실질적으로 사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지원이 사업초기 단계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보호된 시장의 형성과 함께 자활사업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방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의 연계이다. 복지나 환경영역 등에서 사회적 요구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활동하고 있지 못한 분야에서 사업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저소득 가구 내 간병 및 가사지원 서비스나 숲가꾸기는 지난 몇 년간의 사업경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매우 유용한 사업이라는 것이 확인되어 숲가꾸기는 부분적인 제도화가 마련되었고 간병사업 또한 자활사업 차원에서 계속 확대시행 되고 있으며 노인요양보호 등 사회보장체계가 지속적으로 확충되어 나가는 추세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든지 제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업영역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자활사업으로 시행하고 향후 이러한 사업들을 제도화함으로써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방안이 장기적으로 자활사업의 성패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시 사회적 서비스 부문에서의 고용 창출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1999년 ILO자료에 의하면 간병사업, 방문보호, 보육서비스 등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미국 8.72%, 영국 11%, 독일 9.87%의 고용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 나라는 1.812%에 불과해 고용 창출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자체 수준에서 고려할 수 있는 공익적 성격의 사회적 일자리는 간병 등 표준화자활사업을 중심으로 점차 일자리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자활의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소자본 창업이다. 자활대상자들에게 적절한 일자리, 접근 가능한 일자리,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소자본 창업의 장점은 노동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유연성과 적절한 임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데 있다. 실제 소자본 창업에는 창업관련 경영 지식 및 기술 장벽, 자본 및 자원의 제한, 자활정책상의 한계, 자활대상자의 사회심리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 소규모창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집단 경영지도, 사회심리적 지지 훈련, 기술 지도 등이 요구되며, 지방정부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도록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3. 자활공동체 지원책

자활공동체를 지향하는 표준화사업단의 경우 공통적으로 사업단의 법적 지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자활사업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자활자립의 모색이 주된 지향이 아니라고 본다면 공익형 사업의 경우는 일반 사업장과는 다른 형태의 법적 지위가 필요할 것이다.

공익형 사업을 통한 자활사업의 역사가 깊은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 말 사회활동가들의 주도로 시작된 자활지원사업은 단순 원조가 아니라 실직 빈곤계층이 생산현장에서 정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사회경제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후 자활지원사업을 위한 다양한 조직이 구성되었다. 노동통합기업, 지역관리공사, 인력파견단체, 자활작업장 등 다양한 조직을 통해 매년 약 100만명이 자활지원사업에 참가하고 있으며, 민간자활지원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을 전일제로 환산하면 약 6만명에 이르고 있다. 비영리민간자활지원단체들은 2001년 공익협동조합의 지위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공익협동조합은 상법의 규정을 받는 유한책임신탁회사로서 그 목적을 사회적 유용성을 가지는 공익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과 제공에 두고 있다. 공익 협동조합의 운영은 연대성과 민주성의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대 다수 사회적 기업은 비영리 조직의 형태이거나 협동조합의 경우처럼 조합원의 이해를 위한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구체적인 조직 형태로는 협동조합, 지역사회 기업, 경제활동을 하는 자원봉사 조직 등이다. 협동조합은 영국의 기업법 혹은 우애조합법에 의거해 설립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협동조합에는 소비자 협동조합, 신용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노동자 생산협동조합(1992년 1100여개)의 형태를 취한다. 지역사회기업(1995년 400여개)은 민주적 참여의 원칙에 의해 특정 지역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그 지역사회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활동에 관여하도록 만드는 구조이다. 자원봉사조직은 자원봉사의 전통이 강한 영국사회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광범하게 존재해 왔으며 점차 계약 문화로 이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자활사업 역시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1970년대 시작된 사회적 협동조합은 1991년 특별법의 승인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현재 총 4500개에 달하며 이중 70%인 A유형은 장애자, 노령자, 약물중독자, 가정문제가 있는 청소년을 위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8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B유형은 노동을 통한 통합 역할 하는 것으로 1500개가 있고 2300명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사회적 협동조합과 지방정부간의 파트너쉽 형태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다양한 자활공동체의 법적 지위에 관한 사례들을 참조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자활공동체를 지원하는 협동조합식 조직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자활공동체의 설립이나 운영에 있어 가장 큰 장애요소는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다. 특히 담보를 제공할 수 없고 신용보증도 받을 수 없는 수급자들의 경우에는 금융기관을 이용한다는 것이 더욱 더 어렵다. 일반적인 기업들도 제도금융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유지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자본조달 및 경영능력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기업에 있어서야 두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사적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들은 일반 금융기관들과는 다른 별도의 금융시스템에 의해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동시에 사후 관리나 경영지원도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럽의 사회연대금고 등 각종 기금들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정부와 민간이 다양한 재원을 통하여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음으로 해서 자활사업을 하는 민간조직들이 유연하고도 특성화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회연대금고는 자활공동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물적 토대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연대금고는 "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사회의 "연대의 문화와 정신"이라 하겠다.
이인재 / 한신대 인간복지학부 교수, leei@hanshin.ac.kr
2003/01/10 00:00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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