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개혁과제



김대중 정부 하에서 사회보험제도의 개선 및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 등을 통해 사회복지 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우리는 목격하였고, 이러한 개혁은 어느 정도 효과를 얻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사회복지 개혁과정에서 사회복지 시설운영의 개혁이 간과된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사회복지시설들은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대신하기 위하여 시설생활자 또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사회복지시설이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구호시설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시설에서는 인권문제나 운영비리 등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의 운영 전반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2003년에 출범하는 새정부는 사회복지시설들이 국가의 책임을 대신하여 국민의 복지권을 충실하게 보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시설생활자 인권보호 강화해야

첫째, 시설생활자에 대한 인권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이것은 크게 서비스의 질 강화와 운영시스템 개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 사회복지시설(생활시설)은 2001년을 기준으로 879개소이고 이 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인원은 약 7만9천명인데, 이러한 시설들은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는 노인, 아동, 장애인, 부랑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행정기관의 감사와 지도감독을 통해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사회복지시설(생활시설)에서 보호받는 자들을 동등한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려는 노력이 부족하였다는 점이다. 즉, 시설 생활자들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채 그들을 단순히 수용·보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사회적 재활 및 사회복귀 노력을 통하여 시설생활자를 사회 속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미흡하였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보호대상자들에 대해 보이지 않는 차별과 억제가 가해졌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점이 시설운영자만의 책임이 아니며 오히려 국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즉, 시설생활자들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정상화"와 "통합화"라는 복지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적인 복지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에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매우 불충분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은 단순한 보호기능 밖에 할 수 없는 즉, 구호시설에 머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사회복지시설 생활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국가의 책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강화하여 단순히 "구호기능"이 아닌 "복지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당장에 이루어져야 할 과제는 시설운영비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다양한 복지프로그램 실시에 따른 재정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국고 보조금의 구성과 지출항목을 살펴보면, 생계비와 시설운영비(인건비, 관리비) 및 기능보강사업비로 구분되어 보조되고 있으며, 시설은 이 보조금을 재원으로 하여 시설운영비(인건비, 관리비), 대상자 보호비, 프로그램사업비 등으로 지출하게 된다. 그러나 보조금 지원 수준이 워낙 낮아서 시설보호 대상자를 위해 꼭 필요한 프로그램사업비는 10%대에 불과한 실정이고, 시설직원의 인건비는 공무원 수준에도 훨씬 못미칠 만큼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보조금을 30%정도 상향하는 등 국가의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동시에 법정배치 기준에 못 미치고 있는 시설종사자의 수를 시급히 확충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진 후에 필요한 것이 바로 시설운영 시스템의 개혁이다. 즉, 사회복지시설(생활시설)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현재 생활시설은 대부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가의 재정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설의 운영은 공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로 생활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의 이사장이나 시설장들은 대부분 생활시설을 사유재산처럼 간주하고 있다. 이것은 시설운영 개혁의 큰 걸림돌이 되는 요소이다. 대다수의 시설장들은 장기간 재직하면서 족벌운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인권침해와 같은 각종 위법·부당행위가 발생되어도 내부견제가 불가능하여 시설의 운영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처럼 시설이 사유화되면서 운영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파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개선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빈약한 것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행정기관이 사회복지시설을 지도·감독하면서 문제나 비리가 드러난 경우에 그 정도에 따라 시설장 교체, 법인설립 허가취소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러한 사례가 매우 드문 실정이다.

따라서 시설운영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먼저, 법인이사 중에 일부를 공공기관 또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전문가로 임명하도록 하는 공익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시설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조직으로서 시설입소자 또는 시설입소자의 보호자 대표, 지역주민, 후원자 대표, 관계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하게 하고 그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는 행정기관과 국가인권위원회간에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설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 시급

둘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근로조건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2000년도에 사회복지사 7,7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주당 근무시간이 평균 52.85시간으로 법정근무 시간 44시간을 지키는 곳은 34.6%에 불과하고, 이러한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도 45.8%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말해 조사대상의 2/3가량이 법정 근무시간을 크게 초과하여 매우 과중한 근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중의 상당수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의 노동자들은 주 5일 40시간 근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저임금과 초과 근무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근무형태는 엄연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노동력이 착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많은 사회복지사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희생과 헌신은 결국 사회복지의 질적 향상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받는 연봉액은 평균 1,671만원이었는데, 조사대상자의 직장 경력이 평균 9.6년인 것을 고려하면 사회복지분야의 평균임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다른 경우와 비교해 본다면 2000년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2,529만원의 66%에 불과하고 전산업 평균임금의 85%에 불과한 수준인데, 전업종 중에서 가장 임금이 낮은 제조업 평균임금과 비교해 보아도 91%에 불과할 정도로 저임금이다. 더구나 이러한 임금수준은 근무경력이 쌓여가도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지닌다.

이처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한 실정인데,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국가가 시설종사자에 대해 인건비를 부족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잦은 이직을 발생시키게 되고 결국 국민들이 받게 될 복지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 복지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적정한 인건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문 복지시설 확대 공급되어야

셋째, 일반 국민을 위한 전문 복지시설의 확대 및 운영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은 크게 생활시설과 이용시설로 구분되는데, 생활시설은 대체로 지역사회와 분리된 채 시설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보호가 필요한 대상자를 입소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서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와 같은 저소득층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시설과는 달리 이용시설은 지역사회 내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인·아동·장애인 등으로 하여금 가정을 떠나지 않고 가족이나 지역주민과 함께 생활하게 하면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서 사회복지관·노인종합복지관·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이 있는데, 1990년대에 와서 이러한 이용시설이 많이 늘어나서 현재에는 약 600여 개 정도에 이르고 있으며 이 기관들은 지역주민들의 욕구해결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이러한 이용시설은 저소득층을 주요 대상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복지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와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복지욕구는 계속 증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노인인구 급증, 가정폭력, 학교부적응 학생, 알콜중독자 등의 문제나 복지욕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현재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복지기관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 복지기관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의 지역사회복지관을 확대하여 누구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저소득층 대상의 물질적 서비스 공급 중심에서 벗어나서 일반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복지서비스 공급으로 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가야 한다.
심 재 호 /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hyunbo@chol.com
2003/01/10 00:00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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