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 대선 후 노무현 당선자 자신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의 이른바 개혁파도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5년간의 김대중정부 즉 민주당정부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노무현정부는 김대중정부의 실패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대중정부의 실패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노동부문이므로 노무현정부는 노동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김대중정부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노동정책의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김대중정부의 노동정책 기본방향은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다. 임금, 고용, 복지, 노동3권 등 노동기본권에 대해서 시장논리를 확대 적용하여 노동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무제한의 정리해고로 IMF 경제위기 전 전체임금노동자의 40%대였던 비정규노동자의 비율이 불과 5년만에 56%로 급증했다. 정규직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 계약직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한 것이다. 실질임금 역시 약 2% 가량 줄어들었다. 실질임금의 삭감은 가계부채증가를 초래하여 가구당 평균 3000만원에 육박하는 빚더미를 안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빈부격차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노무현 당선자는 대선과정에서 공약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것이 만약 신자유주의정책을 경제·노동정책의 기본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면 지난 5년간 김대중정부 하에서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온 상태에서 한발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새로운 정치" 등은 빈말이 되고 말 것이다.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이제 그만 중단하고 사회공공성, 평등, 노동권을 우선으로 하는 노동정책을 실시하기를 바란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조건 개악을 중단해야 한다

김대중정부는 세계 최장노동시간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노동조건개악으로 변질시켜 국회에 근기법 개악안을 상정했다. 김대중 정부의 주5일제 법개정안은 연간노동시간을 여전히 2400시간대로 두면서 임금삭감, 노동강도강화를 강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8년에 걸친 단계적 시행안은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의 노동조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노무현정부는 근기법개악안을 폐기하고 노동조건 개악없는 노동시간단축을 실시해해야 한다.

김대중정부가 제정한 경제특구법은 월차폐지, 생리휴가·주휴무급화, 파견제 확대 등 심각한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임금, 고용상태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철폐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상 퇴직금제도의 폐지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여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연금제를 노무현정부는 중단해야 한다.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56%에 달하는 비정규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주요회사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스톡옵션 등 자산소득을 제외하고도 삼성전자 36억원 등 평균 수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비해 노동자들의 평균연봉은 2,000만원을 밑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연간 소득이 1,000만원에 불과하다. 심한 경우에는 정규 노동자 임금의 1/3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56%에 달하는 비정규직노동자 비율은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비정규노동자에 대한 차별철폐와 비정규직화 남용방지를 대선공약으로 천명했다.

비정규노동자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사용자들은 정규노동자를 정리해고한 후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메꾸고 있는 현실에서 정리해고제를 그대로 두고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6개 업종에서 파견제를 허용하고 있는 현행 근로자파견법이 철폐되어야 하고, 파견제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경제자유구역법 역시 철폐되어야 한다.

비정규노동자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를 위해서 비정규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노동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차별철폐를 위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하에 우선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4대사회보험의 전면적용과 퇴직금 등 근기법 보호조항의 효력범위가 확대되어야 한다.

노동3권을 강화해야 한다

정권 5년동안 900명에 육박하는 구속노동자, 매년 공권력 투입으로 대표되는 노동탄압정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밥먹듯 자행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를 일벌백계하는 노동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신종 노동탄압수단인 손배소송, 가압류가 노사관계에 적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김대중정부는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무원조합법을 국회에 상정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공무원의 단결권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협약체결권), 단체행동권을 포함하는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동안 필수공익 사업장의 직권중재조항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나아가 노사간 자율교섭마저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비판받아 왔다. 노무현 당선자는 필수공익사업장 범위 축소와 직권중재 요건 강화를 공약으로 천명함으로써 직권중재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철폐되어야 한다.

실업자의 단결권 보장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2007년부터 실시하기로 되어 있는 전임자임금 미지급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국제노동기준에도 위배되는 것이므로 노무현정권은 2007년 이전에 이 조항을 철폐해야 한다.

현행 노사정위원회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을 관철하는 도구로 민주노동운동의 대정부, 대자본 교섭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는 해체되어야 한다. 한국의 노사관계, 노정관계로 볼 때 노사정위원회로 교섭을 일원화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사안에 따라서 노정, 노자, 노사정으로 다원화해야 한다. 특히 교섭의 핵심인 노자교섭을 기업별 교섭에 묶어두고 노사정체제를 강요하는 것은 부작용만을 초래할 뿐이다. 산별교섭과 공공부문 등의 노정교섭이 보장되지 않는 조건에서의 노사정위원회는 김대중정부 하의 노사정위원회를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노사정위원회의 권한강화를 추진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산별교섭은 장기적인 과제로 미루어놓고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를 중단해야 한다

철도, 발전, 가스 등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는 시장논리를 앞세워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노무현정부는 공약대로 국가기간산업 사유화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

사회복지를 강화해야 한다

빈부격차 심화는 신자유주의 시장논리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그 최대의 희생자는 물론 노동자들이다. 신정부는 빈부격차해소를 위한 조세정책개혁,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주택 비율 대폭 확대, 노동자·서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사교육비 해결을 위해 공교육 정상화 조치를 단행하길 바란다.
김태연 /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kimty@nodong.org
2003/01/10 00:00 2003/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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