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나라 정신보건사업의 가장 중요한 해결과제는 1984년 이후 16년 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2000년 약 7배로 늘어난 정신의료기관의 병상증가를 어떻게 완화시키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지속적인 정신병상의 증가는 장기 입원치료가 필연적으로 가져오는 재정적 문제로 인해 의료보험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진행되는 정신장애인 무기력화는 이들의 인간다운 지역사회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재활을 위한 비용소요를 가중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역사에서 볼 때, 장기입원의 해소를 위한 유력한 대안은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활성화였다. 즉 입원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의 이용시설에서 정신장애인 재활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접근방법을 통해 장기입원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1997년 정신보건법 시행 이후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수행주체로서 사회복귀시설, 정신보건센터 등과 같은 지역사회정신보건조직이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적 발전을 이루었다. 즉 2002년 9월 현재 사회복귀시설은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어섰으며, 정신보건센터 사업도 국고지원 16개소, 비지원 30개소 등 모두 46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2001년에는 전국 48개 보건소에서 기본형 정신보건사업이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들의 평균재원기간과 입원병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혹자의 경우 아직 우리 나라의 정신병상수는 선진국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현재 입원병상의 증가를 합리화하는 경우도 있겠으나, 민간병원의 평균 재원일수가 1000일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가 과도한 정신병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유력한 지표가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사회복귀시설이나 정신보건센터와 같은 정신보건조직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의 수용화가 가중되는 정신보건사업 수행상의 문제점을 분석해보고, 바람직한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 수행을 위한 개혁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문제점

Harding(1994)은 서로 다른 정신보건서비스체계는 정신장애인들의 장기적 재활효과에 차별적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하였는데, 이는 서비스 전달에서의 상이한 체계는 효과에서도 차별적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리 나라 지역사회정신보건조직의 서비스 체계를 중심으로 그 문제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1. 지역사회정신보건조직 간의 역할 및 기능의 혼돈

정신보건법규와 행정지침을 기준으로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의 사업목적, 사업대상, 사업내용(프로그램)을 비교해보면, 정신보건센터의 사업목적은 '지역사회 내의 포괄적인 정신보건서비스 제공 및 조정'(정신보건사업지침, 2002)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사회복귀시설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 촉진을 위한 훈련'(정신보건법)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은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 정신보건사업의 목적이 예방, 치료, 재활에 이르는 포괄적인 정신보건서비스의 제공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체계의 형성, 관리에 있음을 말해주며, 사회복귀시설은 재활에 초점을 맞춘 임상적 업무 중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업대상을 비교해보면, 정신보건센터의 사업대상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주민 전체'(정신보건사업지침, 2002)이며, 사회복귀시설의 경우에는 '만 15세 이상 정신분열증, 조울증 등 만성 정신질환자, 알코올 및 치매, 만 15세 미만 소아정신질환자'(정신보건사업지침, 2002)로 나타나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 정신보건사업의 사업대상은 대상이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예방기능을 중시하는 보건소사업의 맥락에 따라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라는 규정에서 정신질환의 유형을 특정하고 있지 않아 모든 정신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사회복귀시설의 경우에는 정신질환의 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상을 행정적으로 통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업내용에서 정신보건센터의 사업내용은 지역사회 내의 정신보건서비스 조정과 관련된 정신보건진단, 기획, 의뢰체계 구축, 사례관리, 자문 및 운영위원회 등의 사업과 예방홍보, 교육 및 자문 등 간접서비스가 주가 되고 있으며, 재활프로그램인 주간보호는 전체 사업의 일부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정신보건사업지침, 2002). 한편 사회복귀시설의 경우 생활훈련, 작업훈련, 주거제공으로 재활사업의 직접적인 서비스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사업내용에서도 정신보건센터와 보건소는 간접서비스인 행정을 주된 기능으로 설정하고 있고, 사회복귀시설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직접서비스를 주된 기능을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법령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정신보건조직 간의 역할과 기능의 혼돈이 나타나는 원인은 지역사회정신보건자원의 기획, 조정, 배치와 같은 간접서비스를 주로 하는 정신보건센터가 정신장애인재활을 위한 주간보호사업과 같은 직접서비스를 수행함으로써 나타난다. 이 조직의 일정한 공적 정보(예를 들어 퇴원한 정신장애인 명부)와 통제력을 독점하면서 간접서비스보다는 직접서비스에 주력하면서 사회복귀시설의 성장을 억제하는 형태로 정신보건자원의 중복과 같은 비효율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2. 정신보건센터의 조정 기능 부재

Armstrong(1977)은 미국의 중요한 11개 기관의 135개 연방 정신보건프로그램이 정신장애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탈원화 실패의 중요한 요인은 재정과 프로그램 조정 결여에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이 단지 주거의 이동이나 다양한 서비스에 의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조정하며 관리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정신보건센터가 핵심 사업인 정신보건자원의 계획, 조정과 같은 간접서비스보다 직접서비스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동일대상에 대한 유사서비스, 새로운 사업영역에 대한 경쟁적 진출 등과 같은 사건들이 지역사회정신보건조직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정신보건센터가 스스로 조정자 역할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도리어 사회복귀시설과 경쟁적인 관계에 놓이게 함으로써 정신보건센터의 조정기능 부재의 상태를 가져오며 중복적 자원 투입이라는 비효율을 양산하고 있다.

3. 정신보건센터 운영주체 설계의 비합리성

앞에서 논의한 비효율적인 역할의 혼돈, 중복적 자원 투입 그리고 조정기능 부재는 정신보건센터 운영주체 설계의 비합리성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하겠다. 정신보건센터는 협력기관에 위탁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대학병원·정신병원·종합병원·정신과의원이 38개소 중 33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소도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교(예방의학교실, 보건대학원)에 운영되고 있다. 한편 사회복귀시설의 운영주체는 56.3%가 사회복지법인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복귀시설의 경우 대부분 사회복지법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반면, 정신보건센터의 경우 정신의료기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 정신장애인의 재활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정신보건센터사업을 입원병동 중심 운영체인 민간 정신의료기관이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가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민간 병원은 병상가동률을 극대화함으로써 최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조직이다. 이러한 병원자본의 속성으로 볼 때 이 조직들이 진정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재활에 헌신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신의료기관이 운영체인 정신보건센터는 그들이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에서의 주도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정신보건사업의 합리적인 조정보다는 임상적 영역에의 침투에 주된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도록 이미 정신보건체계의 운영주체가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개혁방향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개혁을 위한 핵심적인 방안은 정신보건센터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정신의료기관에 위탁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정신보건센터를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정부가 정신보건센터를 직접 운영함으로서 지역사회의 정신보건자원을 기획, 조정, 연계시키는 간접적 서비스의 조정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장기입원 상황에의 책임의 일단을 가지고 있는 정신의료기관들의 자신의 이해에 반하는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가져다주는 자원의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더욱 근본적인 것은 현행 의료보험제도가 가지고 있는 병원에서의 정신보건전문직 간 카스트제도와 유사한 봉건적 계급제도를 철폐하여야 한다. 의료보험 청구상의 모든 권한을 의사집단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간의 팀 접근도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없으며, 이러한 특권은 정부의 보건의료비용만 증대시킬 뿐이다. 현재의 정신보건체계의 비합리성도 체계 자체의 문제보다는 체계 운영주체 설계에서 병원조직 내에서의 특권을 정부가 일반조세로 운영하는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에 그대로 옮겨 놓으려는 정신의료기관과 의사집단의 이해에 기인한 바가 크다. 즉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에서의 혼돈, 조정기능의 부재는 정신보건센터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정신의료기관들이 정부사업의 효율성보다 지역사회 정신보건사업에서의 기득권 수호에 연유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합리적인 방식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정신보건사업의 시급한 개혁방향은 정부의 정신보건센터 직접운영에서 찾아야만 현재의 문제가 더 큰 비효율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의료보험제도 상의 의료기관과 의사집단에 대한 특권을 철폐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절대적인 개혁방향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보건복지부(2002). 「 2002년 정신보건사업지침」

보건복지부(2002). 「 2001년 지역정신보건사업 기술지원단 사업보고서」

Armstrong, M.(1994). What happened and how 'what happened' got better. In The experience of recovery.

Harding, C. M., Brooks, G. W., Ashikaga, T., Strauss, J. S., Brier, A.(1987). The Vermont Longitudinal study of persons with severe mental illness II: Long-term outcome of subjects who retrospectively met DSM-III criteria for schizophrenia.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44(6), 727-735
이용표 /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leeyp@kku.ac.kr
2003/01/10 00:00 2003/01/10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Welfare/trackback/789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