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 인사, 노 당선자의 '분배' 의지 첫 평가 계기 될 것



1. 인수위원회가 정권인수를 시작한지 한 달 여가 지나고 있다. 새 정부의 개혁의 성패는 인사에서부터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정권의 인사정책은,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 능력이나 전문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지역적 안배에 치중하여 결정됨으로써 정권 스스로 정책 실패의 원인을 제공하여 왔다. 김대중 정부 역시 이러한 우를 범하는 데에 있어 예외는 아니었다.

2. 지금 새 정부는 빈부격차 및 소득불평등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보건복지 분야의 구체적 개혁정책을 추진하여야 할 임무를 안고 있다. 다가올 고령사회에 대비하여 복지국가에 걸맞게 복지제도의 면모를 일신하고, 분배정의를 통해 지속적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함과 아울러 건강한 사회발전의 틀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현 정부의 보건복지 개혁정책의 방향과 성과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과연 누가 임명되느냐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대응능력과 의지를 시험하는 첫 번째 평가잣대가 될 것이다.

3. 노무현 당선자는 김대중 정부가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나 개혁에 대한 소신을 갖추지 못한 복지부 장관 임용으로 결국 의약분업과 의료보험 통합 등의 개혁적 정책을 추진하고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이익 집단의 갈등으로 인해 개혁추진이 좌초되었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 정책은 그 향배에 따라 각 집단간 이해갈등이 첨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많은 점을 고려한다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가기 위한 '개혁적 소신'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덕목으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4. 올해 6월까지는 건강보험 재정통합이 이루어져야하며, 또한 금년 내에 국민연금의 재정을 재계산하여 연금급여율과 보험료율의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복지제도와 관련하여 굵직한 과제가 노무현정부를 시험대에 올려놓게 된다. 이 사안들은 정치개혁이나 남북문제, 경제회생 등의 문제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국민적 파장이 일어날 수 있는 전국민적 관심사로서, 신정부에 대해 민심의 이반이 일어나느냐 아니면 국민적 승인을 얻느냐와 직결된다.

5. 따라서 새 정부의 첫 복지부장관은 적어도 다음 네 가지 기준에 부합되는 인물이어야 한다.

첫째, 당장 올해 해결되어야 할 건강보험 재정통합과 국민연금재정의 안정적 유지에 대해 확고한 소신과 해결방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건강보험의 수가 및 보험료율을 둘러싸고 의약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기 몫 챙기기에 대해 그 동안 단호하고도 명쾌하게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 왔고, 또한 장관으로서 그러한 소임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보건복지부의 행정관료들에 대해 확실한 장악력을 지녀야 한다. DJ 정부하의 의약분업 시행 및 건강보험 통합과정에서 결국 복지부 관료들이 개혁적 정책 집행에 대해 적극적 동조자가 되지 못한 점이 치명적 실패요인이었다는 점에서 이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이외에도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전개되어야 하는 많은 개혁과제를 생각할 때, 적어도 복지 또는 보건분야에서 일정정도의 활동을 통해 그의 개혁적 면모와 전문성이 이미 검증된 자라야 한다.

우리는 최소한 이상의 네 가지 잣대에 비추어 흠결이 없는 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등용되어 새 정부의 복지정책의 첫 단추가 잘 꿰어지기를 기대한다.

6. 이미 노무현 당선자는 인사문제와 관련하여 한 차례의 실망을 안겨준 바 있다. 당선자의 첫 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당선자가 그렇게 중요하게 강조하던 복지분야의 인사는 25명의 인수위원에 단 한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실망이 복지부장관의 인선에서도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7. 끝으로 보건복지정책이 서구의 복지국가 반열에 오를 정도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결코 주무부처 장관의 능력 여하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대통령 자신의 확고한 비전과 의지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경제정책의 수립권과 국가예산의 조정권을 지닌 부서의 책임자들이 과거의 경제성장지상주의에 물들지 않고 분배정의의 중요성에 대한 확고한 자기신념이 있는 자들로 포진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복지부장관의 인선만큼이나 경제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도 복지제도의 발전에 부응할 수 있는 자가 임용되어야 함을 아울러 강조한다.
사회복지위원회
2003/01/27 13:26 2003/01/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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