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이버 문화 그리고 인터넷 중독의 현실과 그 대처방안



사이버 문화의 이해, 인터넷 중독보다 시급한 일이다.인터넷, 2003년을 여는 화두 중 가장 주목받은 이슈 중 하나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촛불시위는 인터넷의 위력에 대한 한국민들의 관심을 재촉구시킨 계기가 되었다. 사이버 공간이 현실 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좌지우지하는 경향은 이제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패턴 중에 하나가 되었다.최근 민주당 살생부 사건을 비롯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는 이슈들은 묵직한 펜대를 휘두르는 오피니언 리더들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무명의 인터넷 필진들에 의해 제기되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사이버 공간은 이제 현실 공간만큼이나 이해가 풍부해져야 하고 정치적 역동과 문화적 맥락, 행동적 패턴을 익혀야만 하는 필수적인 사회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공간의 행태가 옳으냐, 옳지 않느냐를 논하는 이 순간에도 공간적 특성에서 야기되는 빠른 속도로 인하여 새로운 사회현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무정부적인 경향을 사회여론 형성층이 해석하기도 전에 상황은 진전되어가고 있다.▲ 무명의 수 많은 필자들에 의해 이슈가 만들어지기도 한다인터넷의 대표적 부작용이라고 부르는 인터넷 중독의 현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게임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유포됨과 동시에 인터넷 중독의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게임의 유행에 따라 생겨나는 유행의 패턴, 그리고 한 세대를 규정짓는 핵심의 빠른 변화, 이를 다양성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분열성, 파편화라고 해야할지는 성급히 내리기 어려운 판단이다.한국 인터넷 중독증의 현실이미 여러 학자들과 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 과정의 학생들이 한국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에 대한 반복적인 실태조사를 제출한 바 있다. 대부분 온라인 조사에 토대를 둔 연구들은 적어도 8%에서 40%에 이르기까지 한국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 심각성에 대해 보고를 한 바 있다. 학교 현장에서 전해오는 목소리들은 지역간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학급당 1∼2명은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지각, 결석을 반복한다든지, 아니면 학교생활에 부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 게임 "리니지", 가상공간의 캐릭터를 통해 행동하고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특정 게임방을 주축으로 하여 동호회 혹은 길드, 혈모(리니지 게이머들의 모임)를 구성하고 함께 게임을 정규적으로 하면서 게임 게릴라처럼 지내는 그룹의 사람들이 있다. 일부 게임 옹호론자들은 이들이 사이버사회의 프론티어가 될 것처럼 말하지만 그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은 프론티어와 생활하느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치르기도 한다.

필자는 이 프론티어들 안에는 극단적으로 볼 때 도박중독자들로부터 일시적인 매니아들이 다층적으로 혼재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게임상의 무기인 아이템이 현금가치화 하면서 적어도 현금거래가 활성화된 게임을 순수한 레저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들은 높은 레벨과 랭크를 원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몇 백만원 이상의 대박을 꿈꾸기도 한다.

 
▲ 화상채팅을 통해 의사소통을 나눈다

 
채팅은 또 다른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사회적 현실이다. "버디버디"라는 메신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언로이다. 한 학급당 절반 이상의 아이들이 버디 아이디를 갖고 있으며 많은 의사소통이 버디를 통해 일어난다. 친구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친구는 현실의 친구와 사이버 친구의 영역, 두 공간의 친구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으며, 사이버 친구를 현실의 친구보다 가깝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인들이 갖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의존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높으며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현실에 관한 영화는 한국인들에게 더 리얼리티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오프라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인터넷 중독의 취약성여러 가지 현상들을 볼 때,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사이버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인터넷 취약성(Internet Vulnerability)을 문제로 삼을 수 있다. 인터넷에 건강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오프라인의 약점에서 기원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 사회는 억압은 풍부하고 문화는 단조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의 다양성은 오프라인의 다양성에 비해 격차가 지나치게 크고, 의사소통의 단절 또한 현실에서는 극심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N세대 혹은 인터넷 유저들이 지니고 있는 자기표현욕과 과시욕, 발산욕구들은 현실에서의 창이 막혀 있기 때문이며,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현실관계는 탈권위적인 이들의 의사소통과 채널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교 현장의 교육과 인터넷 중독 상담을 통해 한국 청소년들의 인터넷 취약성을 다음의 여섯 가지 문제의식으로 정리한 바 있다.

"첫 번째 문제가 이런 중독 증상이 지금에서야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들은 게임에 중독되어 있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단지 매체만 달랐을 뿐 이미 초등학교시절부터 비디오게임이나, 오락실이나 문방구 앞 오락기 등으로 여러 형태의 게임을 해왔습니다. 게다가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공부만 챙겨서 공부 다 하고 학원만 갔다오면 네 마음대로 게임해라는 식이어서, 아이들은 오래 전부터 디지털 게임을 자기 여가의 중심으로 삼는 것에 익숙해져 왔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아동들의 게임에 대한 노출과 학습을 알고 있으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태도로 방치해 왔던 것이죠. 이렇게 장기간의 게임을 지속해온 청소년들은 대부분이 만성중독자들입니다. 최근에 게임에 일시적으로 중독된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시간에서 서너 시간씩 몇 년 동안이나 해온 아이들입니다.

▲ 어릴때부터 여러가지 게임을 접하고 있다.

둘째, 우리 나라에 PC방이 많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국에서의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해결할 때, 어려운 점은 PC방의 존재입니다. 부모들이 게임이 문제가 된다고 느껴 통제하기 시작하면 아이들로서는 그 통제를 벗어날 대안이 없어야 하는데, 언제 어디서든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PC방이 집 밖에 무수히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각광받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PC방의 존재는 가정내 통제의 한계를 가져옵니다.

셋째, 획일적 가치관 역시 아이들을 게임으로 몰아넣는 이유가 됩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을 잊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아이도 있고, 현재의 입시중심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서 명목상 학교는 다니지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인터넷 게임에 몰입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현재의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를 망각하게 해준다는 의미로는 인터넷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넷째, 아이들의 생활방식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청소년들의 여가생활이 저녁 늦은 시간에야 시작됩니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할 놀이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터넷에 몰입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운동을 권하기보다는 공부를 권하지 않습니까? 요즈음에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대부분의 가정에 컴퓨터와 초고속 통신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시작해서 적어도 1시간에서 3시간 사이의 놀이를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합니다.

다섯째, 국가적 정책과 청소년 보호의 충돌입니다. 지금의 게임산업은 영화산업 못지 않게 고부가가치의 국가적 전략사업입니다. 그래서 게임대회의 축사를 국무총리가 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한 온라인게임 업체가 개최하는 대회가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는데, 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런 게임산업의 육성과 청소년들의 보호문제 사이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관대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연령제한 없이 초등학교 아이들도 디000나 리00 같은 게임을 하는데, 오히려 외국 언론들이 너무나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니냐 지적할 정도입니다.

여섯째로 가족구조의 문제도 있습니다. 한 자녀 가족이 많거나 아들 딸 남매가 많은 경우, 자기 혼자 놀아야 할 시간이 많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주지 못하는 실정에서 혼자서 하는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

균형적 발전과 사이버 문화의 진보 ­ 현실 개혁과 의사소통의 확장인터넷 중독의 대안은 결국 현실의 개발에 있다고 하는 것이 전통적 논리 혹은 현재까지의 표준적인 논리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한국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는 환경적 제한과 문화적 제한이 결국 인터넷 중독의 근간이 된다고 볼 때, 현실이 다양화·풍부화 되고 그래서 사이버 공간의 풍부성의 일부라도 현실이 대체해줄 때 인터넷 중독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이것은 현실과 사이버공간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사회적 명제와 현실생활과 사이버 이용이 한 개인에게서도 균형을 이루게 하는 개개인의 생활명제를 사회적 원리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대사회의 구조적 변화(입시환경의 변화, 청소년 문화의 새로운 구조확보)를 촉구하는 것이므로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문제들이다. 교육정책을 틀어쥐고 있는 노후한 기성세대들은 이런 구조적 변화를 퇴보(학습능력의 후퇴)라고 부를 가능성도 많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현실의 발전이 만일 지나치게 후퇴한다면 더 과격한 양상의 문화적 충돌과 더불어 현실과 사이버공간의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보다 더 많이 강조되고 심지어 게임업계에서도 주장하는 핵심 대안논리는 부모세대에게 사이버 문화를 이해시키자(부모에게 게임을 권하자-게임사 버전)는 전략이다. 즉 사이버 문화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를 높이고 사이버공간을 통한 세대간 의사소통을 활성화시키자는 내용이다. N세대를 비롯해서 의사소통의 혼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몰려 있으므로 기성세대에게 사이버 이용을 증가시키고 다양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통해 새롭게 확대된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며, 이는 사이버 문화를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필자는 이런 모든 의견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현실사회가 진보하듯이 사이버 공간도 진화를 하고 있다. 어떻게 진화를 해나갈 것이냐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점도 많다. 하지만 아마도 건전하게 진화를 해나가도록 많은 사회적 대처기제들이 작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다만 여러 시행착오를 반복하거나 먼길로 돌아서 도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인터넷 중독증도 그런 점에서 사회적 합의와 이에 따른 제도적 보완 그리고 유저들의 진화를 통하여 조정해나가야 할 사회적 주제이다. 하지만 인터넷 중독증, 과다한 인터넷 사용과 더불어 현실생활의 포기로 나타나는 현상은 현재를 기준으로 하는 시점에서 병적인 상태이며, 다른 중독질환에서 보이는 다양한 증상들이 전형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질환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이 글에서 인터넷 중독의 병적 양태들을 일일이 밝히지 않는 것은 사이버 문화의 이해에 대한 전제없는 중독증의 진단기준과 병리현상들의 이해는 오히려 사이버 문화에 대한 담론적 문제의식을 소진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끝으로 맥루언의 말대로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우리의 신경계를 이룬 이상 우리는 우리의 일부가 기형이 되지 않기를 바라듯이 잘 돌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참고문헌1. 인터넷 중독증 (2000) : 킴벌리 영, 김현수 옮김 (나눔의 집출판사)2. Psychology and the internet (1998) : Jayne Gackenbach (Academic press)3. The Psyhology of the internet (1999) : Patricia Wallace (Cambridge University Press)4. http://netmentalhealth.fromdoctor.com
김현수 / 사는기쁨 신경정신과의원 정신과 전문의minuchin@hanmail.net
2003/02/10 00:00 200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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