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이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왔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계절이다. 그러나 봄이 왔고 꽃은 피었건만 새들은 노래하지 않는다. 진정 봄날의 춘풍이 불어 우리의 심신을 녹일 때 새들도 노래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봄옷으로 치장하여도 정녕 사람들의 마음에 봄이 오지 않으면, 그것은 "사이비 봄"인 것이다. 지난 겨울의 끝에서 우리를 힘겹게 괴롭힌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일단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누가 누구를 감히 위로할 수 있는가? 함께 살아가는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죄를 짓고 살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이다.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전쟁과 폭력, 빈부격차, 그리고 희망을 잃어버리고 오늘과 내일을 줄타기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사회의 지난날 잘못된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유령처럼 떠돌면서 사회발전을 가로막는 불신과 억압이라는 과거의 족쇄에 매일 수는 없다.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지나온 날들에 대한 사회전체의 "매듭짓기"를 확실히 해야 한다. 사실 대나무는 매듭을 통채로 짓기에 빨리 견고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성인식, 졸업식 등의 통과의례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매듭짓기인 것이다. 지난 정권으로부터의 단절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긴 역사의 매듭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앞날은 아직도 실타래처럼 헝클어져 있는 이전 정권의 유산을 얼마나 어떻게 매듭 짓는냐에 달려있다. 농부는 아무 곳에서나 씨를 뿌리지 않는다. 밭이랑을 일구는 정성스런 작업이 없는 "씨뿌리기"는 봄날에 대한 배신이다. 결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정성으로 밭이랑을 고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새봄, 새정부는 희망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자리할 것이다. 진정 봄을 봄으로 느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복지세상"이다. 복지세상의 주춧돌을 하나씩 세우는 일이 우리 사회의 희망이고 새정부에 거는 기대이다. 복지세상은 온갖 억압과 차별의 닫쳐진 세상으로부터 진정한 해방과 자유함을 얻고자 하는 우리의 희망이다.

새봄을 맞이하여 복지동향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봄의 따스한 온기조차 느끼지 못하고 생존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복지에 대하여 심층 분석하였다. 노동자임에도 단지 외국인노동자라는 딱지로 인해 노동과 삶에서 차별과 억압으로 얼룩진 모습들을 파헤쳐 보았다. 구체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와 건강문제, 성폭력문제, 고용문제와 자녀교육문제 등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노동과 생활상에서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우리 사회의 집단적 폭력을 고발한다. 또한 동향에서는 장애인복지 5개년 계획의 의미와 경과에 대해 알아보고 본인부담총액상한제의 필요성과 구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포커스란에는 아동청소년관련법령의 개정방향과 사회복지시설회계기준의 문제점 그리고 운수업노동자들의 복지 등에 관하여 다루었다. 금번 복지동향 3월 호에는 사회의 차가운 음지로 내몰리는 사회적 소수에 대해 살펴보았다. 사회적 소수에 대한 복지수준은 바로 사회발전의 척도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은 우리 사회를 영영 새들이 노래하지 않는 사이비 봄만을 양산하게 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새봄을 맞이하여 첫선을 보이는 복지동향이 진정한 봄소식을 알려주는 잡지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끊임없는 애정과 질책을 고대한다.
이재완 / 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jaewan@nsu.ac.kr
2003/03/10 00:00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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