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도의 쟁점
월간 복지동향/2003 :
2003/03/10 00:00
한국의 외국인력제도와 그 문제점
한국의 공식적 외국인력제도는 산업연수제도다. 그것은 1992년 불법체류 자진신고자 6만 2천 명을 송환하고, 그 일자리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것은 인력부족 대책이면서 불법체류자 근절 대책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띤다.
첫째, 산업연수제도는 인력부족 해소 방안이다. 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비롯한 사용자 단체들은 외국인력 수입을 요구하였고, 국내 노동자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대하였다. 정부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외국인력을 수입하되 그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산업연수생"이라는 편법을 취하였다.
둘째, 산업연수제도는 불법체류자 근절을 위해 도입되었다. 산업연수제도의 초창기 인원 할당(quota)은 귀국한 불법체류자 수와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산업연수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산업연수생 정원을 8만 명까지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중소제조업·건설업·농림업·연근해어업·음식점업·개인서비스업 등의 인력부족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고, 불법체류자 수는 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외국인 산업연수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되자, 정부는 1998년 4월부터 "1년간 산업연수생으로 일을 시킨 후, 체류자격을 변경하여 2년간 근로자 신분을 부여하는" 연수취업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연수취업제도는 산업연수제도의 변형에 불과하므로 그 본질적 문제점은 그대로 안고 있다.
산업연수제도·연수취업제도는 이름만 산업기술 연수를 표방하고 실제로는 작업장에서 일만 시키는 기만적인 제도로, 불법체류·인권침해·송출비리 문제를 양산한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는 약 40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 80%가 불법체류자이고, 이주노동자의 상당수가 임금체불·산업재해·폭행피해 등 각종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부분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오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브로커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력정책의 신뢰도는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허가제도란 무엇인가?
최근 정부는 이처럼 문제가 많은 산업연수제도·연수취업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도는 편법적 외국인력 도입 방법을 바로 잡으려는 방안의 하나로, 이주노동자를 산업연수생이 아니라 "근로자"로 취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쿼터 범위 내에서 기업은 고용허가를, 외국인은 취업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구인·구직 및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도 한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근로자" 지위를 부여받아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받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으며, 퇴직금·상여금을 받을 수 있고,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되면, 이주노동자에게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주어진다. 이주노동자는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등을 납부하여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가해져 온 제도적 차별이 일시에 철폐됨을 의미한다.
현행 연수취업제도는 이러한 요건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으므로 고용허가제도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도가 현행 연수취업제도와 다른 것은, 외국인노동자를 1년간 "산업연수생"으로 취급하지 않고, 입국할 때부터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서 대우한다는 점이다.
고용허가제도의 세 가지 기본 원칙
고용허가제도는 세 가지 기본 원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첫째, 한국인의 고용기회를 보호하면서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노동시장 보완성의 원칙"을 견지하여야 한다. 한국인의 충원이 어려운 제조업·건설업·농림업·수산업·서비스업 등에 취업을 허용하되, 인력 수급 동향과 연계하여 적정 수준에서 도입 규모를 결정하며, 일정 기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하였음에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사업주에 한하여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용하여야 한다.
둘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와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균등 대우의 원칙"을 견지하여야 한다. 균등 대우의 원칙이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 이해 능력이 낮아서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외국인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한국어 이해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작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 많다. 이러한 경우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차이는 거의 없어야 한다. 말하자면, 노동자의 생산성을 고려하여 임금을 지불하여,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외국인력 도입 업무를 민간 이익단체가 아니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맡도록 하여, 인력 송출과 도입을 둘러싼 비리 발생 소지를 없애야 한다. 이익단체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농업협동조합중앙회·대한건설협회 등이 수행해 온 외국인력 도입과 관리 업무를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환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용허가제도 성공의 조건
1) 기존의 불법체류자 양성화와 불법체류 단속 강화
고용허가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불법체류자를 해소하는 게 필수적이다. 법무부는 2002년 3∼5월에 자진신고를 받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전원 출국시키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였다가, 그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난이 일자 2002년 11월에는 3년 미만의 불법체류자는 출국을 1년 유예시키고, 나머지는 2003년 3월까지 모두 출국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불법체류자들을 일시에 출국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불법체류자들의 대다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한 국내에 계속 머무르기를 원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그들을 적발하여 강제 출국시킬 수 있는 수단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들을 출국시킬 수 있는 방안은 재취업을 위한 재입국을 인정하고 국내 취업 경력을 인정해주는 유인(incentive)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그들을 모두 되돌려 보내면, 국내 경제는 "산업인력의 고갈"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을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일시에 내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법체류자를 한꺼번에 출국시킨 뒤 다시 고용허가제도에 따라 새로운 인력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일부는 귀국 후 재입국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출국시키는 한편, 다른 일부는 "현재의 불법체류자들이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양성화, regularization)이 불법체류자 문제와 영세기업의 인력공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물론, 그들의 출국시기가 한 데 몰리지 않게 취업기간을 정하는 것이 장래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강제송환과 유예라는 푸닥거리를 되풀이 않으려면 중장기 외국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 후 새로운 불법체류자가 생겨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매우 중요한데, 그 방식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투망식(投網式) 단속보다는 업체(사용자) 단속이 효율적이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하더라도 국내에서 불법체류자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관리를 느슨하게 하면 고용허가제도 역시 산업연수제도처럼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취업관리제도를 전 산업에 적용해야
고용허가제도를 규정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이전에 "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방식은 현재 외국국적동포에 한해 음식점업, 빌딩 관리 등 사업 지원 서비스업, 사회복지사업, 청소관련 서비스업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취업관리제도"를 모든 민족·나라와 전 산업에 적용하면 된다. 제조업·건설업·농림업·수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하고, 이 업종에도 취업관리제도를 하루 빨리 실시하여야 한다. 동시에 그 관리 기능을 민간 이익단체에서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 이양하여야 한다. 불법체류자 중 일부를 양성화할 경우 그 업무도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맡아야 하며, 그 형태는 취업관리제도를 띠어야 한다.
고용허가제도 반대론 비판
아직까지도 노동착취와 인권탄압의 상징인 산업연수제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될 경우, 불법체류자 수가 급증하고, 고용비용이 증가하며, 노사분규가 우려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것은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첫째, 고용허가제도는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불법체류자 비율이 산업연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보다 훨씬 낮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면, 기업은 필요한 적정 규모의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외국인은 합법적인 "근로자"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 노동시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만 출입국 관리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둘째,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고용비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5조 국적에 따른 차별금지는 "능력과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상치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인에게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당연한 일이다.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되어 노동자와 기업이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최저임금선 이상의 기본급만 충족하면 된다. 즉, 산업연수생의 임금 수준은 약간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현 제도에서 2년간 "근로자"인 연수취업자의 임금수준은 고용허가제도 실시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셋째, 고용허가제도의 실시로 노사분규가 심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면 외국인노동자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노동3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노동3권을 허용한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집단행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참고문헌
설동훈. 1999.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사회}. 서울대학교출판부.
설동훈. 2000. {노동력의 국제이동}. 서울대학교출판부.
설동훈·최홍엽·한건수 외. 2002. {국내 거주 외국인노동자 인권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송호근·설동훈. 2001. {중소기업 인력부족실태 및 대응방안}. 노동부.
임현진·설동훈. 2000.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방안}. 노동부.
한국의 공식적 외국인력제도는 산업연수제도다. 그것은 1992년 불법체류 자진신고자 6만 2천 명을 송환하고, 그 일자리 결손을 보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것은 인력부족 대책이면서 불법체류자 근절 대책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띤다.
첫째, 산업연수제도는 인력부족 해소 방안이다. 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를 비롯한 사용자 단체들은 외국인력 수입을 요구하였고, 국내 노동자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침해한다며 강력히 반대하였다. 정부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외국인력을 수입하되 그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산업연수생"이라는 편법을 취하였다.
둘째, 산업연수제도는 불법체류자 근절을 위해 도입되었다. 산업연수제도의 초창기 인원 할당(quota)은 귀국한 불법체류자 수와 동일하게 설정하였다.
산업연수제도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산업연수생 정원을 8만 명까지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중소제조업·건설업·농림업·연근해어업·음식점업·개인서비스업 등의 인력부족은 더욱 심화되었기 때문이고, 불법체류자 수는 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외국인 산업연수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되자, 정부는 1998년 4월부터 "1년간 산업연수생으로 일을 시킨 후, 체류자격을 변경하여 2년간 근로자 신분을 부여하는" 연수취업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연수취업제도는 산업연수제도의 변형에 불과하므로 그 본질적 문제점은 그대로 안고 있다.
산업연수제도·연수취업제도는 이름만 산업기술 연수를 표방하고 실제로는 작업장에서 일만 시키는 기만적인 제도로, 불법체류·인권침해·송출비리 문제를 양산한 "현대판 노예제"라는 비난을 듣고 있다. 국내에서 일하는 약 40만 명의 이주노동자 중 80%가 불법체류자이고, 이주노동자의 상당수가 임금체불·산업재해·폭행피해 등 각종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대부분의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오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브로커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력정책의 신뢰도는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허가제도란 무엇인가?
최근 정부는 이처럼 문제가 많은 산업연수제도·연수취업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도는 편법적 외국인력 도입 방법을 바로 잡으려는 방안의 하나로, 이주노동자를 산업연수생이 아니라 "근로자"로 취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쿼터 범위 내에서 기업은 고용허가를, 외국인은 취업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구인·구직 및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도 한국인 노동자와 동일한 "근로자" 지위를 부여받아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노동3권을 보장받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으며, 퇴직금·상여금을 받을 수 있고,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되면, 이주노동자에게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주어진다. 이주노동자는 근로소득세와 주민세 등을 납부하여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가해져 온 제도적 차별이 일시에 철폐됨을 의미한다.
현행 연수취업제도는 이러한 요건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으므로 고용허가제도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도가 현행 연수취업제도와 다른 것은, 외국인노동자를 1년간 "산업연수생"으로 취급하지 않고, 입국할 때부터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서 대우한다는 점이다.
고용허가제도의 세 가지 기본 원칙
고용허가제도는 세 가지 기본 원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첫째, 한국인의 고용기회를 보호하면서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노동시장 보완성의 원칙"을 견지하여야 한다. 한국인의 충원이 어려운 제조업·건설업·농림업·수산업·서비스업 등에 취업을 허용하되, 인력 수급 동향과 연계하여 적정 수준에서 도입 규모를 결정하며, 일정 기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하였음에도 인력을 채용하지 못한 사업주에 한하여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용하여야 한다.
둘째,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와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균등 대우의 원칙"을 견지하여야 한다. 균등 대우의 원칙이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 이해 능력이 낮아서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외국인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맡고 있는 업무는 한국어 이해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작업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이 많다. 이러한 경우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차이는 거의 없어야 한다. 말하자면, 노동자의 생산성을 고려하여 임금을 지불하여, 그들이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외국인력 도입 업무를 민간 이익단체가 아니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맡도록 하여, 인력 송출과 도입을 둘러싼 비리 발생 소지를 없애야 한다. 이익단체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농업협동조합중앙회·대한건설협회 등이 수행해 온 외국인력 도입과 관리 업무를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환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용허가제도 성공의 조건
1) 기존의 불법체류자 양성화와 불법체류 단속 강화
고용허가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불법체류자를 해소하는 게 필수적이다. 법무부는 2002년 3∼5월에 자진신고를 받은 불법체류 외국인을 전원 출국시키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였다가, 그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난이 일자 2002년 11월에는 3년 미만의 불법체류자는 출국을 1년 유예시키고, 나머지는 2003년 3월까지 모두 출국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불법체류자들을 일시에 출국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불법체류자들의 대다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한 국내에 계속 머무르기를 원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그들을 적발하여 강제 출국시킬 수 있는 수단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들을 출국시킬 수 있는 방안은 재취업을 위한 재입국을 인정하고 국내 취업 경력을 인정해주는 유인(incentive)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그들을 모두 되돌려 보내면, 국내 경제는 "산업인력의 고갈"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그들을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를 일시에 내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법체류자를 한꺼번에 출국시킨 뒤 다시 고용허가제도에 따라 새로운 인력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일부는 귀국 후 재입국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출국시키는 한편, 다른 일부는 "현재의 불법체류자들이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양성화, regularization)이 불법체류자 문제와 영세기업의 인력공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물론, 그들의 출국시기가 한 데 몰리지 않게 취업기간을 정하는 것이 장래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강제송환과 유예라는 푸닥거리를 되풀이 않으려면 중장기 외국인력 수급 계획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 후 새로운 불법체류자가 생겨나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매우 중요한데, 그 방식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투망식(投網式) 단속보다는 업체(사용자) 단속이 효율적이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하더라도 국내에서 불법체류자로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관리를 느슨하게 하면 고용허가제도 역시 산업연수제도처럼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제도로 전락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취업관리제도를 전 산업에 적용해야
고용허가제도를 규정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이전에 "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방식은 현재 외국국적동포에 한해 음식점업, 빌딩 관리 등 사업 지원 서비스업, 사회복지사업, 청소관련 서비스업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취업관리제도"를 모든 민족·나라와 전 산업에 적용하면 된다. 제조업·건설업·농림업·수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하고, 이 업종에도 취업관리제도를 하루 빨리 실시하여야 한다. 동시에 그 관리 기능을 민간 이익단체에서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 이양하여야 한다. 불법체류자 중 일부를 양성화할 경우 그 업무도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맡아야 하며, 그 형태는 취업관리제도를 띠어야 한다.
고용허가제도 반대론 비판
아직까지도 노동착취와 인권탄압의 상징인 산업연수제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될 경우, 불법체류자 수가 급증하고, 고용비용이 증가하며, 노사분규가 우려될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것은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첫째, 고용허가제도는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의 불법체류자 비율이 산업연수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보다 훨씬 낮은 것이 이를 입증한다.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면, 기업은 필요한 적정 규모의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외국인은 합법적인 "근로자"로서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불법 노동시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야만 출입국 관리 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둘째,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고용비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5조 국적에 따른 차별금지는 "능력과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상치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지는 외국인에게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당연한 일이다. 고용허가제도가 실시되어 노동자와 기업이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최저임금선 이상의 기본급만 충족하면 된다. 즉, 산업연수생의 임금 수준은 약간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현 제도에서 2년간 "근로자"인 연수취업자의 임금수준은 고용허가제도 실시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셋째, 고용허가제도의 실시로 노사분규가 심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고용허가제도를 실시하면 외국인노동자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노동3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노동3권을 허용한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집단행동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참고문헌
설동훈. 1999.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사회}. 서울대학교출판부.
설동훈. 2000. {노동력의 국제이동}. 서울대학교출판부.
설동훈·최홍엽·한건수 외. 2002. {국내 거주 외국인노동자 인권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송호근·설동훈. 2001. {중소기업 인력부족실태 및 대응방안}. 노동부.
임현진·설동훈. 2000.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 도입 방안}.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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