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labor! We are labor!

우리들은 노동자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노동자로만 대접해 달라는 한 무리의 시위대가 청계천을 지나 동대문 운동장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노동자로서 한국인 못지 않은 생산량을 내며 하루 열 두 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으니 이젠 자신들에 붙은 연수생의 딱지를 떼어 주고, 불법체류자란 딱지를 떼어주고 노동자로서 인정해달라는 요구이다.

이십 수년 전 청계천 이 자리에서도 노동자를 위한 허울뿐인 노동법을 불사르며 가혹한 노동 현실을 호소하던 한 젊은이가 있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그와 같은 절규를 외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한국 땅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다. 70년대 공장을 연상시키는 열악한 작업환경 그 주변의 쪽방들. 폭언과 폭행이 난무하고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의 현장은 여전히 살아있다. 단지 그 주인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다. 한국의 열악한 근로 조건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저 그 열악한 자리를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을 뿐이다.

장시간 강제 노동

일반적으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서는 연수생일 경우 7백 만원에서 천 2백 원, 관광비자일 경우 1천 만원에서 1천 5백 만원의 브로커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불하다 보다 하루빨리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법정 근로 시간인 주 44시간 보다 훨씬 많은 일 12시간-15시간, 주 7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게 된다. 특히 체류기간이 짧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수당을 위해 늦은 밤까지의 야근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에 있어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산업 연수생들보다 자유로운 편인데, 이는 미등록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장시간 노동을 강요당할 경우 퇴사하여 비교적 근로 시간이 적은 일자리를 찾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장 이동이 허락되지 않는 산업 연수생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가 요구하는 노동을 해야만 한다. 만일 연수생들이 회사가 요구하는 잔업이나 특근을 거부할 경우 회사에서는 연수생을 성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강제 출국시거나 1년마다 갱신되는 연수기간의 연장을 거부하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에 강제 귀환 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입국 시 지불하는 거액의 송출 비용과 작업장 이동의 불가로 인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몸이 아프거나 피곤하더라도 참고 회사가 요구하는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작업장 안에서의 상승적인 폭언 폭행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와서 가장 먼저 배운 단어가 "야! 이 새끼야" 와 "빨리 빨리" 란 단어라고 하듯이 외국인 이주 노동들은 일상적인 폭언의 피해자들이다. 처음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그저 나쁜 소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감정이 심하게 상하지 않았는데 한국말을 충분히 이해한 후부터는 한국인들의 말투 하나 하나가 몹시 거슬리며 민족적 반감까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 대한 공장 내의 폭력은 한국인 가해자의 형사 처벌과, 사업주의 관리 감독 하에 있는 작업장내에서의 폭행 사건 대해서 사업주에게 책임을 물어 피해자가 산재보상을 받을 있게 된 이후 많이 감소되었다. 그러나 외국인의 신분적 약점을 이용하여 강제 추방시키겠다는 협박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재해를 당한 외국인이나 밀린 임금을 요구하는 이주 노동자에게 이러한 협박을 가하고 있어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이렇듯 한국 사회와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언과 협박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벽을 넘어설 때야 비로소 개선될 것이다.

체불 임금 지급보다 벌금을 택하는 사업주

지난 1999년까지 일부 악덕업주들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를 고용한 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시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러나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부터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임금 체불은 조금씩 줄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일부 악덕업주는 자신이 지불해야할 체불 임금보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벌금이 더 적은 점을 악용하여 법대로 처벌을 받겠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인 이주 노동자는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데 재판에 승소를 하였다 하더라도 돈을 받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회사나 사업주 이름으로 된 재산이 없어 압류할 부동산이나 금품이 없을 뿐 만 아니라, 설사 기계에 압류 딱지까지 부쳐 놓아도 사업주는 이런 낡은 중고 기계를 살 사람이 없다면서 밀린 월급 대신 기계를 팔든지 마음대로 해 보라면서 끝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이주 노동자들은 긴 재판과 압류 과정에 지쳐 스스로 체불 임금을 포기하고 만다.

또한 한국말이 잘 통한다고 하는 중국교포들의 처지 역시 외국인들과 다를 바 없다. 중국교포들이 근무하고 있는 건설현장의 경우 오야지라고 불리 우는 팀장이 회사로부터 인건비를 받은 후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을 지급하고 중국교포에게는 임금의 절반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체불시키는 상습범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이들 팀장들은 자신 앞으로 되어 있는 재산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주거지도 없어 이들을 상대로 임금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상여금 퇴직금 - 그림의 떡

산업기술 연수생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여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취업 연수생이 되어야만 상여금과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다. 그 동안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퇴직금이 지불되지 인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근로 기준법 적용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연봉제를 운운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퇴직금을 받기란 쉽지 않다. 특히 외국인 이주 노동자 수가 내국인 보다 많은 공장의 경우 사업주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이주 노동자의 퇴직금 진정이 높아지자 일부 사업주는 외국인 노동자를 불러 우리는 퇴직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각서에 강제로 서명하게 하 고, 이를 거부하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는 해고를 시키고 있다. 이주 노동자에게도 근로 기준법이 적용되지만 법 집행에 앞서 외국인도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자로서의 동등한 법적 보호를 해야 한다는 사업주와 국민의 의식이 함께 전환될 때 퇴직금 시비는 사라질 것이다.

아직도 재해 왕국

이주노동자들이 취업하고 있는 사업장의 대부분은 소위 3D라고 불리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이다. 말 그대로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작업을 하는 영세업체 또는 공해 유발업체들이다. 3D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들 사업장은 재해 발생의 위험이 상존한다. 게다가 이주노동자들이 취업하고 있는 업체의 대다수가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의 설치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노력조차도 하고 있지 않으며, 생산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할 안전교육은 언어 소통의 문제로 다섯 살 짜리를 데려다 놓고 안전 교육을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회사 측에서는 프레스의 열 감지기 등의 안전장치를 설치했을 경우 생산성이 대폭 감소된다면서 안전장치를 제거한 채 작업을 시켜 재해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산재처리와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인과 달리 이주 노동자들 대부분은 근로복지 공단에서 지급하는 산재 보상금만 수령하고 있어 이주 노동자들에게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는 그리 큰 손해를 당하지 않아 실제로 재해에 대한 불감증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99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노동부 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의 경우는 1154명이 산재사고를 당했으며 이 중 사망자는 42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산재 보상을 기피하거나 산재 보상 대신 민사 배상으로 대신하고 있는 건설 업체까지 포함한다면 이주 노동자들의 재해 발생 율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인한 피해자 증가

최근에는 이주 노동자들의 한 공장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작업환경으로 야기되는 직업병을 호소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의 많이 근무하는 가구 도색이나 주물 공장 등의 유해한 작업환경은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그러나 사업주는 물론이고 이주노동자 자신들도 직업병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주는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이주노동자도 자신에게 발생한 질병의 원인이 작업장에서의 업무와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질병인지를 구분하지 못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직업병 판정을 위해 의사의 진단을 구한다 해도 소신 있는 의사의 소견을 얻기가 어렵고 설령 의사의 소견을 받아 산재를 신청해도 승인결과를 받기까지는 6-7개월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요양 승인 결정된 때에는 이미 치료 시기가 지나버려 건강 회복이 불능한 상태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작업 환경 개선과 함께 외국인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의료 지원은 시급한 실정이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하면서 겪는 어려움 외에 언어 소통의 문제, 종교, 문화, 음식의 차이, 외국인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차별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잘못된 제도를 전면 수정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야한다. 또한 제도 개선과 아울러 국제화된 사회 속에 타민족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살기 위한 우리의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양혜우 /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 소장, migrant114@migrant114.org
2003/03/10 00:00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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