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수입해 오듯이 사람을 수입해와 주문에 따라 전국으로 납품시키듯이 하고 있는 "사람장사"는 포장을 달리하며 증가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 이주여성들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연수비자로, 예술 흥행 비자로 혹은 단기 비자로 입국하여 전국 곳곳의 공장과 술집 그리고 가정으로 오늘도 배달되고 있다. 유통과 관리를 맡은이들은 폭리를 취하며 성업 중에 있다. 인권은 없고 이윤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인간 사업가들과 그들을 사는 이들, 폭력을 일삼는 이들, 그들 사이에 돈을 벌기 위하여 입국한 이주 여성들이 있다. 이에 대하여 그간의 경험적 관찰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필리핀, 조선족 여성의 상처

한 필리핀 여성이 길을 가다 한국인 남성에 의해 납치된 후 강간을 당하였다. 이 여성은 친구 집에 가려고 퇴근 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가해자는 가정을 가진 사십대초반으로 구속 수감중에 있다. 그런데 이 피해 여성은 2년 전 예술 흥행 비자(E-6)로 입국하여 미군 기지촌의 클럽에서 일하였던 적이 있는 "도망자"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엔 예술 흥행 비자로 입국한 많은 이주여성들이 관광 특구라고 지정된, 미군 캠프들이 있는 "특별촌"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일하고 있다. 이 피해여성은 할당된 쥬스 매상을 못 올리자 평택에서 군산으로 보내져 같은 일을 강요당하다 탈출하여 공장에 취업한 것이다. 성매매에 강간까지...... 누가 이 여성의 영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결혼 알선 업자들의 화려한 소개로 한국인 남성을 만난 지 이틀 만에 마닐라의 한 음식점에서 불법 결혼식을 올린 후 단기 종합 비자(C-3)로 입국하여 전남 신안 앞 바다의 작은 섬으로 남편을 찾아간 두 여인은 결혼 생활이 아닌, 말 그대로 결혼을 빌미로 한 성폭력과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 결혼 신고도 하지 않았고, 비자 변경도 하지 않아 두 사람은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여권은 결혼 알선 업자들이 압류하였고, 남편들의 폭력을 호소하였더니 부로커들은 "결혼 생활을 포기하면 결혼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갚아야 한다. 적어도 5천 불을 내야한다"며 협박하였다. 경찰에 가정폭력을 신고하였으나 소용없었다. 이웃 사람들이 몰래 가르쳐준 필리핀 대사관의 전화번호로 탈출의 길을 찾을 수 있었던 이들은 영어도, 한국어도 잘 구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임신한 여성에게 담배를 피도록 하는 것은 물론 성관계를 거부하자 역시 쓸모가 없어진 "아내"를 "반품"시키려 하는 남편과 브로커의 모의를 알아챈 스물 한 살의 여인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탈출이었다. 임신을 한 채 필리핀으로 떠난 피해여성의 상처는 어쩔 것이며, 아이는 앞으로 어떤 비용으로 양육할 것인가?

한국남자와 결혼하여 입국한 조선족 여성이 가족 전체로부터 신체적 언어적 폭행에 시달리다 강제 이혼을 당한 채 맨손으로 내몰림을 당하여 취업을 하였다. 상담과정에서 알아 챌 수 있었던 점은 남편의 가족들이 이 여성이 기대만큼 크게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자 이혼을 종용하였다는 점이다. 기대란 다른 아닌, 가사 일을 척척해내야 하고, 돈 잘 벌어와 꼬박 바쳐야 하고 성관계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어야 함이었다. 이혼으로 방문동거 비자(F-1)가 효력 상실됨을 틈타 남편의 가족들이 취업중인 피해여성을 경찰에 "불법 체류자이니 잡아가라"고 신고한 것이다.



국제결혼, 신종 성매매?

2002년 10월 30일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국내 전체 이주노동자수는 336,955명으로 이중 약 35%가량인 117,785명이 여성들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들이 대다수이고 연수생 일부분 차지하고 있다. 80%에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인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연수제도로 들어온 이들이 일탈하거나 단기비자로 입국하여 노동하고 있는 이들에 더하여 최근에는 클럽을 탈출한 여성들이 공장에 취업을 하고 있다. 1999년 4,486명 입국에 지난해에는 5,76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결혼을 못한 한국인 남성들의 배우자로 입국하는 여성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01년만 해도 전체 결혼 인구의 4.8%인 15,234명이 국제결혼을 하였다. 국제결혼 가정의 가정폭력사건들이 늘고 있음은 최근의 상담을 통한 경험적 관찰을 통하여 충분히 감지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가정 폭력 피해 여성들도 가출을 하여 불법 노동시장으로 유입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사랑과 신뢰의 결실이어야 할 결혼이 일종의 결혼을 빙자한 신종 성매매의 한 유형으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련자들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요구된다. 여성폭력 관련 국제회의에서는 "메일 오더 브라이드"(Mail-Order-Bride)의 피해 여성들의 문제를 제기해오고 있는데 한국은 특히 인터넷 성매매의 한 변형으로 의심하기 충분할 만큼 결혼 알선 업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 형사정책 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루 35만건의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 건의 성 매매 당 지불 비용 15만원에서 20만원 선이라 한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한달 임금이 60만원정도인데 남성들은 어디서 이런 돈이 나오는 것일까? 연간 16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 성산업의 결과는 그렇게 되도록 조장된 환경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아닌가?

이주여성, 직장내 성희롱 대상

이주여성들이 직장 내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사례를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반화된 이야기이다. 이것은 국내 작장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다만 그 빈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02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한 "국내 거주 외국인노동자 인권 실태조사"에 의하면 여성이주노동자들이 성희롱에 대한 심각성을 나타내었으며 특히 미등록인 여성들이 연수생보다 더 심각하다고 하였다. 피해자가 많든 적든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쉽게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여성들이 깊게 감추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 조사 보다 많은 비율의 여성들이 폭력에 노출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대부분 외국인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 같은 국적 혹은 다른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혼재되어 일하고 있음을 볼 때 가해자가 주로 한국인 남성들이라는 점은 주지할 만하다.



정부기관의 방관

한 필리핀 여성활동가가 적은 활동비로 일하던 중 어느 날 어머니가 지병으로 쓰러져 입원을 하였다.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겠으나 방도가 없다. 이때 부로커들이 다가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한국에 가서 돈벌게 해주겠다 하면서 E-6비자를 주겠다고 한가면 거절하겠는가? 다행히 이 여성은 입국 후 이틀 만에 클럽을 탈출하여 공장에 취업하여 여성운동을 하고 있다. 빈곤과 실업은 여성들을 이주노동을 택하게 하고 있다. 자본의 세계와와 빈곤의 세계화로 인한 아시아 전체의 경제적 불균형은 앞으로도 계속 여성들을, 비혼이던 기혼이던 관계없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하여 국경을 넘게 것이다.

예술·흥행 비자를 받고 한 여성이 입국하기 위하여서는 문광부, 노동부, 법무부, 외교통상부등 정부기관들이 관련되어 있다. 문광부에서는 공연물에 관한 심사를 하여야하고 노동부는 이런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허가를 내주어야 하고 법무부는 출입국에 관련된 업무를 그리고 현지에서 사증 발급에 관련된 심사를 맡은 외교통상부가 알선 업자들과 연결된 것이다. 예술과 흥행을 나란히 놓고 비자를 팔고 있는 정부기관은 여성들이 전국의 환락가로 팔려와 인권유린을 당할 경우 경찰이 개입되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최근의 신문 보도를 보더라도(문화일보2월 14일자) "경찰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할만큼 기능이 정지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결혼으로 입국한 여성들의 폭력도 마찬가지이다. F-1 비자인 상태에서 이혼을 당하거나 가정폭력으로 가출을 하였을 경우 남편들은 곧바로 가출신고를 하고, 배우자 불출석의 법정 이혼을 해놓고는 여성들을 불법체류노동자로 몰고 있다. 이들의 비자를 받는 과정도 E-6비자 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증빙서류를 조작해내고 모든 절차는 알선 업자들이 하므로 여성들은 다만 꿈에 부풀어 올 뿐이다. 갖가지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된 여성들이 불법체류자이기에 참고 견딜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 하루 하루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심각성은 이미 국내 여성들의 가정폭력을 통하여 사회적 문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같은 폭력 구조가 이주여성들에게도 가정에서, 직장에서, 술집에서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이 여성들은 언어능력이 부족하고 다른 문화권에서 왔으며 여성폭력을 호소할 수 있는 기관에의 접근성이 어려우며 정보를 접하는데 있어 소외되고 있기에 심각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다중적 차별의 위기에 놓인 여성들인 것이다. 여성폭력에 관한 국제 협약들을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한국은 이 여성들의 인권침해에 관해 특별히 한 일이 없다. 다만 최근에 여성단체들이 성매매와 관련된 법률안이 마련되도록 촉구하는 활동들을 하고 있고 여성부가 여성1366을 통하여 영어와 러시아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으며 그 피해여성들을 위한 약간의 피난처를 마련한 것이 고작이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성폭력도 그 동안 외노협을 비롯한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들이 비전문적이지만 신고를 받고 상담과 문제 해결을 위하여 거칠게 노력해 온 것이 전부이다.

피해여성에 대한 제도 정비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근본적인 법제정을 통한 제도의 설치이다.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경찰에 신고한 경우, 즉 가해자인 남편이 "경찰이 나의 폭력 행위 사실을 알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그 가해자의 폭력의 정도가 약해졌다는 조사보고서를 참고한다면 이주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경찰의 후진적인 의식과 여성주의적 관점의 부족으로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신고하고 보호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미 만들어진 모성보호관련 법률들이 여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미 헌법은 국내에 있는 모든 외국인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자격이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먼저 이주노동자들을 합법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허가가 실시되어야 한다. 이에 가정폭력이나, 성매매 등 여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그대로 피해를 당한 채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립 자활을 할 수 있는 통로가 합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과 흥행을 동격에 놓고 비자를 발급하는 저급하고도 유치한 발상의 E-6비자를 당장 폐지 시켜야 하며 더 이상 노예 사냥하듯이 여성들을 매매해 오는 성산업 및 유흥 산업의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

여성부가 새해 밝힌 여성권익 증진을 위한 계획에서 여성폭력근절을 위한 상담소와 보호소 그리고 긴급 전화운영에 관한 지침에는 반드시 어떤 기관을 막론하고 인종과 국적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함이 강조되어야 한다. 실행 단체들 또한 지역사회 내 이주여성들이 인권 침해를 당하면 언제든 신고라도 할 수 있고 피신 할 수 있어 적절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이주여성들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만 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각국에서 오고 있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바른 이해를 먼저 할 수 있는 교육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16개 권에서 24시간 연중 무휴로 운영되고 있는 긴급전화 1366의 영어, 러시아어 통역 서비스의 적극적인 홍보 또한 정부와 언론기관등이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을 매매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쾌락과 유흥을 부추기는 사회문화 풍토의 변화를 위한 시도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을 대상화 시켜 아무렇게나 해도 될 그런 존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을 강력한 정신혁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금연 / 안양 전진상복지관장, afi21@hanmail.net
2003/03/10 00:00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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