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발전과 아동·청소년 노동

18-19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과 함께 도래한 자본주의의 발전은 아동·청소년 노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가 노동과정에 도입되어 인간노동이 기계의 보조노동으로 전락함으로써 반숙련, 혹은 미숙련노동이 가능하게 되었고, 따라서 성인여성과 아동·청소년도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당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시달렸던 성인남성만의 노동만으로는 가족의 빈곤을 해결하기 어려웠으므로 성인여성과 아동·청소년은 노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부녀자와 아동·청소년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속에서 병들고 죽어갔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노동력을 사회적으로 재생산하는 과정에 위기를 가져왔으며, 이는 곧 자본축적의 위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해 영국정부는 부인과 아동노동을 보호하는 공장법을 제정하여 근로시간을 제한하고 노동의 최저연령을 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이와 같은 서구사회에서의 경험은 우리사회의 산업화과정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1960-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물결속에 광범위한 아동·청소년 노동이 대도시의 공장에서 발생하였다. 학업을 포기하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든 10대 아동·청소년들은 대부분 공장에서 밤늦도록 일하였고, 번 돈의 대부분을 농촌의 부모님께 보내드렸다. 이들이 바로 "근로청소년"이었으며,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서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다. 당시 정부는 아동·청소년노동을 보호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에 관련조항을 마련하였으나, 실효성은 미미했다.

1980년대 이후 경제적 성장에 따른 절대적 빈곤이 줄어드는 한편, 중등교육이 일반화되고, 고등교육의 대상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학력주의경향이 팽배해지면서 예전과 같이 생계를 위해 전업으로 일하는 근로청소년은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그 대신 용돈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아동·청소년의 노동이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아동·청소년 노동권의 두 가지 의미

현행 우리나라의 법률에서는 아동·청소년들의 "일하면서 보호받을 권리" 와 "일할 권리"를 모두 보장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1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으며, 근로기준법 제62조에 의하면 「15세 미만인 자는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15세 이상인 모든 국민"은 일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러한 권리가 실현되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헌법 제5항에 의하면 「연소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되어있으며,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제70조까지 만18세 미만인자의 노동보호를 위하여 근로시간제한, 야업금지, 휴일근로금지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률에 따르면 "15세 이상 아동·청소년"은 일할 권리를 가질 뿐만 아니라, 일하면서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도 동시에 보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동·청소년 노동권이 두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면, 아동·청소년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의미도 두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아동·청소년의 일할 권리의 측면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동·청소년 노동환경의 변화, 그리고 아동·청소년 욕구의 변화를 고려하여 합법적인 아동·청소년 노동의 테두리를 어디까지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과거 생계를 위해 노동에 내몰렸던 전통적인 근로청소년이 양산되었던 상황에서는 아동·청소년기에 노동으로 혹사당하여 병들거나, 교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급적 노동참여를 규제하고, 아동·청소년 노동시장의 범위를 좁히는 정책이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용돈을 위해 단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아르바이트 취업형태가 주류인 상황에서는 건강한 성장과 교육참여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고도 노동할 수 있는 여건이 과거보다 어느 정도 조성되었으므로 일정 부분 노동참여의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아동·청소년 노동의 보호를 위해 가급적 노동참여를 규제했던 근로기준법의 법률 중에서 이미 그 실효성을 상실하였거나, 현재 아동·청소년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는 법률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않고 과거의 법령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경우 이미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아동·청소년의 아르바이트의 대부분은 불법노동으로 간주되어 법적인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아동·청소년의 "일하면서 보호받을 권리"의 측면이다. 아동·청소년들은 일을 하면서 노동으로 인하여 건강한 성장발육에 지장이 없어야 하며, 학교수업에도 지장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성인보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사회변화의 흐름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노동참여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상황에서는 아동·청소년의 노동착취와 폭력, 학대의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아동·청소년 노동에 대한 감독 및 위반시의 처벌 등과 같은 조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따라서 아동·청소년 노동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처벌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법령들은 아동·청소년 노동권을 침해하는 법령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아동·청소년의 노동참여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그 형태가 다양해질 경우 아동·청소년 노동을 보호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 노동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전환을 유도하면서, 아동·청소년의 유연하고 다양한 노동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노동보호정책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1960-1970년대에는 가족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하여 아동과 청소년이 노동에 내몰려 착취와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므로 가급적이면 아동·청소년들의 노동참여를 억제하고, 어쩔 수 없이 노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에는 제한적인 조건하에서의 노동만을 인정하도록 하는 노동정책이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아르바이트 고용의 형태가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예전과 같이 노동참여 억제를 통한 소극적 노동보호정책보다는 노동참여의 영역을 아동·청소년 노동환경과 아동·청소년의 욕구를 고려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부분까지 확대하되, 그 참여의 영역에서 착취와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적극적 노동보호정책으로 노동정책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요즈음의 아동·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노동참여의 동기와 목표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며, 서구의 경우에서처럼 일의 경험이 가져올 수 있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방향

아동·청소년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이중의 작업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아동·청소년의 노동참여의 범위를 확대시켜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에 참여하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변화되어야 할 관계법령 중 중요한 몇가지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취업의 최저연령을 조정해야 한다. 2002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실시됨에 따라 의무교육 종료연령은 종전의 12세에서 15세로 변하였다.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하면 취업의 최저연령은 의무교육종료연령보다 낮아서는 안되도록 되어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취업할 수 없는 연령은 기존의 "만15세 미만"에서 "만16세 미만"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취업의 최저연령을 높이는 것은 아동·청소년 노동시장의 범위를 오히려 좁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기존의 취직인허증 제도에 대한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취직인허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중학교 교육과정까지 의무교육이 확대됨에 따라 중학교 3학년 학생에 해당되는 만 15세 청소년도 취직인허증이 필요해지게 되었다. 기존에도 이미 취직인허증제도가 실효성이 없어 적지 않은 아동·청소년 불법노동을 낳고 있는데, 만15세 청소년까지 취직인허증 제도의 대상이 된다면 훨씬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직인허증이 필요없는 합법적인 아동·청소년노동의 영역을 만들어주면 된다. 예를 들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들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와 같이 방학기간 법적인 보호자의 동의만으로도 경노동에 한하여 참여하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셋째, 근로감독 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아동·청소년 노동에 있어서 근로감독의 기능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규정되어져 있는 근로감독관 제도는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의 업무를 아동·청소년 인권 관련 기관에서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노동보호의 최고연령을 조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아동·청소년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고연령이 만18세 미만으로 되어있다. 만18세는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되는데, 각종 실태조사에 의하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노동참여율은 고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보다 낮지 않다. 오히려 현재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실행되고 있는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음성적으로 사실상 취업해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므로 이들에 대한 노동보호가 더 필요하다. 따라서 노동보호의 최고연령을 "19세 미만"으로 개정해야 한다.

위와 같이 아동·청소년 노동시장의 범위를 넓혀주는 동시에 아동·청소년노동을 보호해야 하는 두가지 방향으로의 변화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근로감독과 보호기능이 현재보다 강화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노동참여의 확대는 자칫 노동착취와 인권침해를 양산할 수 있으며, 아동·청소년의 노동참여가 없는 근로감독과 보호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박창남, '청소년노동시장에 관한 연구', 한국청소년개발원, 1999

이용교, "청소년 노동권의 보장과 관련 법률의 개정방향", '청소년 노동관련 법률 개정의 방향" 공청회 자료집', 참여연대, 2002

이철위, 박창남, 정혜영, '청소년파트타임 고용실태와 제도적 지원방안연구', 한국청소년개발원, 2000

임성택, "청소년노동관련 법률개정안", '청소년 노동관련 법률 개정의 방향" 공청회 자료집', 참여연대, 2002
박창남 / 동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임강사, jean@donghae.ac.kr
2003/03/10 00:00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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