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의 문제가 '사회 연대성'의 원칙 하에 국가책임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최소한의 생활을 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명문화한 제도이기에, 우리는 2000년 10월 이 법의 올바른 시행여부에 대해서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갖고서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도별로 배포된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신청 및 조사안내"에 따르면 대상자 신청기간이 5월 2일∼20일로 한정되어 이 신청기간 동안에 신청하지 않은 대상자는 10월 이후에나 신청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총선 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실시 예정일인 10월 이전이라도 서민들의 생계문제를 비롯한 빈곤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처를 하겠다던 대통령의 입장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며, 현재로서는 기초생활보장법 내용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절대적으로 미흡하고 새로운 제도실시에 따라 사회복지 전문요원들이 감당해야할 행정적 업무량이 폭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신청기간을 한정한다는 것은 수급자의 권리를 상당한 정도로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기존의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새로운 수급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된 신청기간을 놓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수급 대상자의 규모가 축소되어 계측되면 다음해 예산에도 반영되지 못할 위험이 있으므로, 법 시행 전후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가 있어야 하며 신청기간도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법 제정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법의 최초 시행을 앞두고 우리를 더욱 걱정스럽게 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적은 인원의 사회복지 전문요원만으로는 수백만 명이나 되는 잠재적 수급 대상자들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여야 하고, 조건부 수급자의 경우 가구별 자활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등과 같은 엄청난 행정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커다란 어려움이 있다 못해 자칫 행정력의 마비상태가 초래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에 관한 일선 행정업무를 담당할 전문요원들의 일손이 태부족하다면, 정부는 마땅히 인원확충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업무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 불 보듯 뻔히 예상되는 행정상의 어려움이나 인력상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서 행여 국민들의 수급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자초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또한 현재 수시로 신청이 가능한 생활보호제도를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대상자 선정과 범위에 관한 한 그 대체입법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본 정신에 적극적으로 맞춰 나가 법률 시행 이전이라도 서민들의 생계문제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부의 빈곤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결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는 지금까지 방치되어 온 빈곤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 일각이 드러낸 것과 같이, 법의 취지만 남기고 내용적으로는 생활보호법이 가지고 있던 구빈법적 한계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면,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을 IMF기간동안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가시적 성과의 하나로 선전해 온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2000/04/27 00:00 2000/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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