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 이제 시작이다.
빈곤/분배 :
2000/04/28 00:00
참여연대, 관악사회복지와 경기복지시민연대 공동주최로 복지운동 워크샵 개최
이제 인간다운 삶은 보장되는 것인가.
97년 말, 몰아닥친 IMF위기는 수많은 실업자를 거리로 쏟아지면서 우리사회에 커다란 물음을 던졌다.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갑자기 불어나는 노숙자를 비롯한 이른바 '신 빈곤층'이 형성되고, 경제위기가 극복되고 있다고 소리를 높여내는 지금, 벌어져 가는 빈부의 격차는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성장제일주의에 밀려 열악하기 그지없는 우리나라 사회복지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를 비롯한 60여 개의 단체가 모여 기존의 '생활보호법'의 문제를 제기하고 '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었다.
조용히 일어났던, 그리고 조용히 무너져 가는 희망의 메시지
이는 그동안 '시혜'를 베푸는 차원에서의 복지를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차원으로의 전환을 의미하였다. 이 것이 받아들이는 우리나라 복지 역사의 '전환'은 의외로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다가왔다. 8월 9일 보건복지법안심사소위와 보건복지상임위 통과를 시작으로 8월 12일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와 제 206회 임시국회 전체회의 통과, 법제정이 확정되었던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절박한 상황에서도 일할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일자리가 없어도)전혀 국가의 지원을 못 받던 사람들, 여유가 없어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도 못하면서 자식 때문에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던 홀로 사는 노인들 등 그동안 절망적이었던 수많은 이들에게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 였던 것이다.
전국의 30여 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이다
너무 일찍 찾아온 희망은 본래 허울이었던가. 커다랬던 희망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꾸준히 본래의 대상이 줄어드는 등 빛을 바래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관악사회복지, 경기복지시민연대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전국의 지역운동단체, 사회복지기관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복지운동워크샵'을 개최하였다. 이 워크샵은 지역에서 복지운동, 또는 실업극복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요구로 준비된 행사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보장법) 시행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공동대응을 위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죽어 가는 기초생활보장법에 생명력을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류정순 박사(경원대 행정대학원)는 기초생활 보장대상자의 선정기준이 시행령 등에서 까다롭게 제시되면서 현행제도보다도 오히려 더 넓은 안전망의 구멍(보호의 사각지대)이 생길 우려마저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현실적으로 늘어나는 노숙자, 쪽방 거주자, 무허가주택 거주자 등이 모두 제외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기초생활보장을 위해 수급권 운동을 제안을 한 이찬진 변호사는 현재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제정 과정이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부처의 경제논리에 의해 범위가 제한되고 있으며, 수급권(생활보장을 받을 권리) 신청기간마저 5월 2일부터 20일까지 제한하는 과정 등을 볼 때, 대상자들에게 수급권을 최대한 신청하게 하고, 탈락자들에 대한 법률구제 사업을 시작으로 수급권운동을 벌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이정운 관악사회복지 정책위원장은 지역복지운동을 위한 7가지의 구체적인 제안을 이야기하였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지역단체간의 공동행동
준비된 발표를 마친 후, 송원찬 경기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의 사회로 참가단체들의 소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지역단체 활동가들의 지역활동에 대한 상황과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행동 방안들이 이야기되었다. 전국적으로 보장법과 관련된 수급권의 내용과 신청방법 등에 대한 단일한 홍보내용의 마련과 이후 진행될 상담이나 법률구제사업의 활동가용 매뉴얼 제작, 실업관련 단체들에서 참가한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자활 관련 문제들에 대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 등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짧은 수급권 신청기간과 턱없는 홍보부족에 대한 공동의 항의, 수급권 신청운동을 위한 단일한 홍보내용 마련 등이 즉석에서 제안되었다. 지역복지운동 활동가들의 뜨거운 열정과 진지한 문제제기로 채워졌던 이번 워크샵은 향후 보장법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 활동가들이 공동 모색을 시작하는 자리로서의 의미를 가졌다.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인간다운 사회를 향한 본격적인 행동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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