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복지정책 슬로건이 참여복지로 제시되고 참여복지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복지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우호적인 의미와 수사적 성격으로 인하여 역대정권들도 정권초기에 제각기 새로운 복지의 화두를 만들어냈다. 이미 군사정부였던 전두환 정권 시절에 "복지사회" 건설이 등장하였고,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국민복지" 증진, 지난 DJ정부 시절에는 "생산적 복지"가 슬로건이었다.

국내외의 더 많은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사회복지는 정권의 함수이다. 정권의 성격이 복지정책의 포장과 내용을 규정하며, 정책의 포장은 상징으로 제시된다. 정치학적으로 말하면 상징(symbol)조작이며,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유능하고 효율적인 정부는 이러한 상징조작을 통하여 국민에게 미래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며, 상징은 사회변화를 위한 견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베버리지 보고서에 기초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제2차 대전 이후 복지국가의 발전을 이끌었던 영국의 노동당정부의 상징 조작은 영국뿐 아니라 인접 유럽복지국가들의 복지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상징이 성공하려면 사회변화의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여야 하고, 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영국에서 전후 30년 이상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지속된 것을 보면 당시의 상징조작은 매우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정권이 제시하는 참여정부와 참여복지의 상징은 참여민주주의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30대의 네티즌이 주도한 새로운 정치실험은 참여정부의 출현을 가져온 산실이었고, 이러한 배경이 참여정부와 참여복지라는 정치적 상징을 만들어낸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사회복지분야에서 참여라는 용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민주적 정신과 민주적 과정에 대한 신념은 사회복지의 기본원리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를 표현하고 자기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해야 하며, 타인과 함께 공동체를 구성하여 건설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기본적 가치는 사회복지 실천에서 민주적 참여, 자기결정의 원칙으로 강조되어 왔다. 그런데 참여복지는 정책의 내용이라기보다는 정책의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참여복지를 통하여 사회복지의 기본원리들이 충실하게 적용된다면 사회복지의 내실을 기하는 새로운 발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상징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새 정부의 상징조작에는 상당한 문제가 발견된다. 참여복지 정책의 포장 속에 들어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들어가면, 최근 "참여복지 비전 2007"을 통하여 그 추진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데, 참여복지의 3대 방향은 분배를 통한 성장잠재력의 극대화,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의 강화 및 민간 참여의 확대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방향은 기존의 정책에 비하여 진일보한 것으로 상당한 재정의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다. 2007년까지 5년간 복지부 예산의 3배 이상의 증액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 확보를 위한 국민적 합의를 가져오려면 정책적 실천의지와 아울러 효과적인 상징조작의 전략적 접근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문제점을 지적해본다. 첫째, 참여복지의 상징조직이 이러한 국민적 합의를 가져올만한 대국민 호소력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참여복지를 통하여 구현하고자 하는 미래사회의 비전의 제시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참여복지라는 상징은 사회적 과정에 중점을 둔 개념이기 때문에 상징이 암시하는 사회적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못하다. 참여복지 자체가 정책목표가 될 수는 없다. 목표가 불분명하면 국민적 호소력이 약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과정지향의 참여복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목표지향적 새로운 상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셋째, 참여복지의 방향에서 제시된 세부목표로서 분배와 성장, 국가 책임 강화와 민간 참여 확대 등의 개념은 상호 모순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책목표의 추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넷째, 상징적 정책목표와 구체적인 정책목표와의 연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복지종합대책, 보육시설 확충, 실질적인 양성평등 등 다수의 정책방안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소력이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방안이 참여복지와 어떻게 연계되는지도 알 수 없다. 모처럼 마련한 참여정부의 의욕적인 복지정책이 허술한 상징조작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유야무야 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정수 /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3/04/01 00:00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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