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업무 혹은 보건복지업무는 급여의 전달이라는 경성 서비스(hard service)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전달되는가하는 연성 서비스(soft service)의 성격이 핵심적이다. 보건복지서비스가 본래의 목적에 맞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전달이 아니라 수요자의 상황에 맞추어 욕구를 기반으로 개별화된 서비스를 지향해야 한다. 따라서 그 전달체계의 적절한 구축이 서비스의 성패에 관건이 된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전달체계 구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지 이제 수십년이 되어가지만 부분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러 주체에 의해 보건복지사무소, 혹은 사회복지사무소, 주민복지센터 등의 이름으로 전달체계에 대한 대안적 논의가 여러 가지로 제시되었으나 대개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 측의 여건이나 이해관계와 맞물려 번번이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에서도 보건과 복지는 중요한 화두였으며 건강보험의 통합,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의약분업 등 보건복지 제도에 대한 개혁적(?) 방안이 시도되었다. 또한 지방화의 진전과 함께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적절한 복지서비스 체계의 구성 혹은 전달체계의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평가, 지역복지협의체 시범사업 등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아직까지 국민들이 복지증진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여러 갈등과 부작용을 낳기도 하며 상당 부분 미완의 형태로 남아있다. 이는 현 정부의 "참여복지" 구호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또한 적절한 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구축은 "참여"와 "복지"를 위해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고 할 수 있다.

왜 보건복지전달체계에 대한 논의가 자꾸만 반복되어 제기되는가?

이는 현행 전달체계의 비효과성에서 기인한다. 통상 복지전달체계는 사회보험의 영역, 공공부조의 영역, 사회복지서비스의 영역 및 관련된 서비스의 영역을 모두 포괄해서 보아야 하지만 통상 사회보험제도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전달체계를 감안하여 이를 제외한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및 관련 서비스의 전달체계에 초점을 두곤 한다. 현재 각 지역에 보건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일선 행정조직인 보건소, 시·군·구청 및 읍·면·동사무소, 고용안정센터가 각각 분리된 체계를 가지고 보건복지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보건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사회의 여건을 반영하여 인구 고령화, 소득수준의 향상, 질병 변화의 양상을 감안한 사업내용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보건서비스와 복지서비스의 통합적 제공이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경제위기 이후 기초자치단체에 설치된 고용안정센터는 실업자나 저소득층을 위한 본래의 기능이 거의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의 공공부조와 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복지전담행정조직이 없어 보건복지부-시·도-시·군·구-읍·면·동을 통해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이와 같은 체계 내에 존재함으로 해서 본래의 배치 취지인 전문적 복지서비스의 전달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최일선 단위라고 할 수 있는 동단위에서는 주민자치센터의 설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역할은 매우 불분명하며 체계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공 전달체계 외에 민간 사회복지 전달체계인 각종 사회복지기관과 시설은 지역단위에서 민간기관 간 연계 혹은 공공 전달체계와 적절한 파트너십을 이루지 못하고 지자체의 예산지원에 종속되어 있는 현실이다.

보건복지서비스의 직접적 수요자인 지역 주민의 복지증진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 현행의 관련된 전달체계는 중요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복지-보건-고용 서비스 체계의 분절로 서비스 통합적 활용 저해

-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문성 약화

- 고용안정센터 기능의 취약성

- 주민자치센터의 역할 모호

- 민간과 공공복지자원의 연계부족으로 서비스 누락과 중복의 가능성

이러한 문제점들은 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다음과 같은 개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보건복지 전달체계의 구축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원칙은 수요자 중심의 조직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 전달체계는 서비스 공급자의 효율성과 권한을 위한 것이 아니다. 수요자에게 가장 통합적이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 복지, 고용 등 관련 서비스 제공기관의 연계와 통합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한편으로는 업무의 통합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된다. 현재 보건, 사회복지, 고용 등의 업무가 서로 다른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는 점은 우선적으로 각 지역의 수준에서 연계와 통합을 필요로 한다.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의 전문성 제고 : 사회복지사무소의 설치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의 핵심적 주체가 되고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일반 행정 전달체계에 배치됨으로 해서 그 전문적 역할 수행에 큰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충분한 수가 배치되지 못해 그 업무의 과중함 역시 본래의 기능을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서비스를 전담할 수 있는 전달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며 기존에 여러 번 제기된 바 있는 사회복지사무소의 설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사회복지사무소에 대한 주장도 그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다양한 양상이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시·군·구에 설치하며 보건소와 고용안정센터와의 수평적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 될 수 있으며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이 체계 내에서 역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별 체계적 전달체계 방안 모색

지역의 사회복지, 보건, 고용 등 관련 서비스 전달체계의 완전한 조직적 통합이 이상적이겠으나 현재의 여건에서 관련된 모든 조직의 즉각적 통합이 어렵다면 적어도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는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우선, 각 지역의 시·군·구 수준에서 사회복지사무소를 설치하고 여기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달을 전담하며 관련된 보건서비스, 고용서비스를 포함한 종합적 관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전달체계 상의 가장 말단 혹은 제일선 조직으로 읍·면·동 단위에 주민복지센터를 설치하여 보건·복지·고용 연계서비스의 거점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복지센터에 관한 논의도 기존에 수차례 이루어졌던 바, 현재의 읍·면·동사무소 혹은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농어촌지역의 경우 보건지소, 보건진료소와 연계하여 보건의료서비스를 강화하며, 센터 내에 방문사업을 전담하는 방문보건복지팀(사회복지전담공무원 1인, 방문간호사 1인)을 설치하는 등 주민복지센터는 보건의료서비스를 보다 주민에게 밀착된 형태로 제공하며, 복지행정업무와 사회복지서비스, 사회보험, 고용서비스를 최일선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체계로 기능하도록 한다.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형성

정부의 "참여복지"가 실제로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복지전달체계의 파트너 십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지역에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민간복지자원과 연계되지 않는 공공복지전달체계는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공공과 민간 사회복지기관을 이용하는 단순한 수요자의 역할에 한정되어서는 곤란하고, 지역보건복지계획 수립부터 정책결정 및 실행 그리고 평가단계까지 공공과 그 책임을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사회 단위에서 공공과 민간의 연계구조와 관련된 과제로서 ①사회복지서비스의 투명한 공개와 접근성 제고, ②이를 통한 지역주민의 적극적 참여 보장, ③민-관-학을 연계하는 협의구조의 정착, ④서비스 실무적 수준에서 중복과 누락을 방지하는 지역사회 사례관리적 요소 정착, ⑤현재 유명무실한 각종 보건복지 관련 위원회의 내실화 등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과제와 관련하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어 왔던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시범사업의 평가결과 그 긍정성이 상당부분 인정되어 왔으므로 그 성과에 기반하여 순차적으로 확대하여 공공과 민간의 보건복지자원이 지역의 욕구에 기반하여 효과적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형식적인 "협의기구" 형태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지역단위 사회복지서비스의 네트워킹에 기여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실무협의체를 갖추어 그 실질성을 담보해야 한다.

보건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 개선에 관한 주장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여러 관련 단체들에 의해 약간씩 다른 모습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제는 진부하게까지 들리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은 서비스 공급자 혹은 부처 간의 이해나 영향력에 대한 고려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가장 중요한 점(지역의 보건복지수요자를 중심으로 그 욕구에 기반하여 가장 적절한 전달체계를 모색하는 것)이 간과되고 있다. 지금 이 전달체계 개선의 노력에 게으르다면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가정복지학과
2003/04/01 00:00 200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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