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기관서비스 평가에 대하여
월간 복지동향/2003 :
2003/04/01 00:00
국민의 알 권리와 건강권 실현
의식주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 가장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현대 사회에 올수록 건강에 대한 영역은 계속 확대돼 가고 있으며 이제는 스스로 건강 문제를 책임지기 보다는 의사로 대표되는 의료진에게 건강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 됐다. 즉 의사와 병원이 없는 질병 해결은 상상하기 힘들게 됐다. 아프면 당연히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 때 환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되는 부분은 바로 어느 의사가 또는 병원이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기에 가장 적합한가의 문제다. 그리고 혹 진료나 치료를 받았을 때 그 치료가 자신에게 맞는지도 고민이 된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법의 하나로 현재 보건복지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의료기관서비스 평가"다. 현재 관련된 단체들의 평가 내용과 평가 주체의 선정 문제로 논란이 있어 그 부분에 대해 알아본다.
◇ 의료기관서비스 평가의 시작
올해부터 300병상 이상인 종합병원에 한해서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가 실시돼 진료의 질, 환자 만족도 등이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런 복지부의 평가계획은 지난해 3월 개정된 의료법이 올해 4월부터 의료기관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말께 의료기관별 서비스 수준 차이를 해소하고 병원들의 상호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4월부터 의료기관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법 제정 당시 평가 대상은 100병상 이상의 병원 150여 곳이며, 평가주기는 3년으로 할 예정이었다. 또 의사·간호사·의무기록사·약사·영양사·병원 관리자 등 전문 인력으로 "의료기관평가단"을 만들어 ▲치료·검사 등 진료의 질, ▲인력·시설·장비, ▲환자 만족도 등을 중심으로 세부 기준을 정해 평가해 전체 병원의 평가 결과와 함께 각 병원에 개별 통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이런 정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대한병원협회와 종합병원들은 "의료기관 서열화를 조장해 결국 의료전달 체계의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또 국회는 '보건복지부가 병원을 장악하려 한다'는 병원협회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예산 심의과정에서 의료기관평가 예산 8억4천만 원을 삭감하기도 했다.
◇ 의료기관서비스 평가의 현황
현재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서비스 평가 사업을 예정대로 실시할 예정이나, 예산 확보를 못한 관계로 대상을 좁혀 실시하려고 한다. 그리고 올해 평가된 결과를 바탕으로 점차 의료기관 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평가 기구의 틀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며 지금까지 시범 사업을 해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 내용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에는 의료기관서비스 평가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병원협회는 최근 평가에 주체로 나서기로 해 평가 기구 설립에 있어서 하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과 시민단체들도 평가의 한 주체로서 참가하기를 주장하고 있어 이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당연하게도 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 중심의 평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의료기관서비스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환자가 적정한 수준을 갖춘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의료기관서비스 평가의 의의와 취지
의료기관서비스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는 의료라는 전문 영역에 대해 지식수준이 낮은 일반 소비자에게 의료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동시에 의료의 질 관리와 표준화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첫째 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 의료서비스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의 여부를 평가하고 진료 과정에서 부작용 발생 등 의료사고의 사전 예방의 필요성에서 평가는 필요하다.
둘째 의료서비스 평가는 공급자 즉 의료진 위주에서 수요자 즉 환자 위주로의 보건의료 제공 행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하다.
셋째,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질적 수준으로 바꿔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환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므로 평가를 통해 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장비, 서비스 등의 사후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 의료기관서비스 평가 주관기구 논란
그렇다면 누가 의료기관서비스 평가를 할 것인가?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처럼 국가기구에서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고, 미국과 일본처럼 민간기구에서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평가기구의 주체가 좀 다를 수 있지만 평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성, 공정성, 전문성, 신뢰성 등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사실 의료라는 부분은 환자나 건강한 일반인이 면면을 알기에는 전문적인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따라서 전문적인 진료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도 평가의 한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또 중요한 곳은 바로 이용자, 즉 환자와 잠재적으로 환자가 될 수 있는 시민들이다. 의료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계속 소비자의 권리 의식은 확대돼 가고 이런 흐름은 의료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국가 전체의 의료에 대해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하는 정부도 평가의 주체가 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즉 이들 삼자를 조화롭게 엮어내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평가협의회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 의료기관서비스 평가 결과의 공표와 활용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큰 대의 즉 환자가 받고 있는 의료서비스가 안전한지 또는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하며 비용효과적인 시술인지 그리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평가 결과는 국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결과가 알려짐으로써 의료기관들이 스스로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의료기관들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자연스럽게 정리돼 의료기관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평가와 결과 발표를 통해 표준화된 의료가 만들어질 것이며 국민들은 의사와 병원을 믿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 참고-외국의 의료서비스 평가의 예
현재 미국·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기구를 통해, 그리고 미국·일본·네덜란드·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민간비영리기구를 꾸려 평가해 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자세히 설명하면 미국은 1917년 병원 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외과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의료기관 신임제도를 도입했다. 1950년대에는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독립된 "의료기관 신임합동위원회"를 설립했고, 이 위원회의 조사결과는 1960년대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사업의 각종 허가 및 인정 요건으로 활용한다. 평가 결과는 공표되고 병원별 세부 결과는 인터넷상으로 조회가 가능하다. 또 평가 결과는 정부의료사업의 참여 요건 및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평가 항목은 인력·시설·장비의 적정성을 비롯해 약물사용, 수술과정, 재활치료, 환자 교육 등 40여 가지로 의사의 진료 행위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일본도 95년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의료기능 평가기구를 설립해 97년부터 본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