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인간다운 삶의 권리'를 지키겠다
빈곤/분배 :
2000/05/09 00:00
기초생활수급권찾기운동본부 발족
법을 유린하는 이상한 '안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개의 실무지침 안내서가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5월 9일, 기초생활수급권찾기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법률구조사업단장을 맡은 이찬진 변호사는 이해할 수조차 없는 현재의 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상황에 대해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인간답게 살 권리'를 최초로 명문화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 동시에, IMF등으로 더욱 증가된 빈곤층에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던 기초생활보장법이 '국민기초생활보장안내'라는 실무지침에 의해서 현행제도보다도 더욱 후퇴한 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생활보호대상자보다 되려 30%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정보팀장을 맡은 허선 교수(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는 복지부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일선 실무자인 사회복지전문요원들의 하소연을 예로 들며 "현행 생활보호제도와 한시적 생활보호제도보다도 후퇴한 대상자 선정기준으로 실무자들은 오히려 30%이상 대상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제도로는 경제위기로 더욱 늘어난 최저생계비 이하의 많은 저소득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하였다는 애초의 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허선 교수는 '기존의 3가지에 불과했던 생활보호대상자의 선정 기준이 6가지로 불어났으며 기존의 기준마저 현재 시행중인 한시적 생활보호제도보다도 후퇴하였다'며 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였다.
법적, 합리적 근거도 없는 말도 안 되는 기준들
주거면적 기준은 그 대표적인 예로 자기 집의 경우 15평(전용면적)을 넘어서는 안되고, 임차가구의 경우 20평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기준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중소도시나 농어촌의 경우 그만한 면적에 2,000만원도 채 안되는 주택이 많으며, 강원도 정선의 탄광촌 같은 경우 이 같은 기준에 7~80%가 탈락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말도 안되는, 전혀 합리적 근거가 없는 기준들은 '보장수준이 올라가자 예산을 줄이기 위해 대상을 더 축소하려는 발상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토록 선전하던 생산적 복지를 스스로 발목잡고 있는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임종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한신대 사회복지학과)은 기초생활수급권찾기운동본부 발족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대통령이 100만원 소득보장 등 빈곤층에게 많은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처럼 제도가 시행된다면 그 희망은 절망과 분노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기초생활수급권찾기운동본부를 통하여 수급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규정 철회와 기초생활보장법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한 수급권 신청 캠페인, 다양한 형태의 불복소송을 통해서 빈곤층으로 하여금 '빈곤'의 낙인을 털고 일어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스스로 찾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100조 가까이 쏟아 부으면서 먹고살기 힘든 국민을 위한 2조가 아까운가
'결국 문제는 예산 때문인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김기식 정책실장은 '경제적 위험을 막는다는 명분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64조, 또다시 40조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당장 먹고살기 힘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2조가량의 예산을 두고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예산의 형평성을 생각하면 논할 가치조차 없는 문제'임을 이야기하였다.
현재 국민연금, 의료보험 통합, 의약분업의 경우 엄청난 물량을 들여 텔레비전 방송에까지 수없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최저 생활에서 허덕이는 국민들을 위한 기초생활보장법은 시행준비단계부터 철저하게 소외되고, 유린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구체적으로 진행될 기초생활수급권운동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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