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의료보험 도입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오는 7월, 의료보험조직이 새롭게 재편되고, 산전·후 진료급여 등 급여확대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17일, 현행 공보험을 보완하는 민간의료보험제도를 도입키로 했다는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은 앞으로의 공적 의료보험의 발전에 걸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이미 전경련 등에서 민간의료보험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고, 최근 영리성 민간의료보험이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런 방침을 내놓은 적은 없었다. 이는 영리성 민간보험의 도입이 가져올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영리성 민간보험이 가져올 가장 큰 부작용은 영리성 민간보험의 도입 및 확대가 필연적으로 공적 의료보험의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는 데 있다. 물론 현행 의료보험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본인부담금이 50%를 상회하고, 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이 많아 실제로 의료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체계로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민사회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한 보험급여범위의 확대와 본인부담금 인하 등 공적의료보험제도의 정비 없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할 때 공적의료보험의 개혁은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

민간보험의 비용부담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적정한 의료서비스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비용부담 능력이 있는 고소득계층은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보완적 형태의 의료보험을 구매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적의료보험의 급여확대나 발전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공적의료보험의 발전을 위한 의료보험료 인상에 더욱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공적의료보험은 최소한의 수준만을 유지할 수 밖에 없고, 영리성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계층은 질낮은 의료서비스에 만족해야 한다. 건강과 빈곤의 관련성을 고려할 때, 결국 더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

영리성 민간의료보험은 역의 선택이나 선택적 탈퇴의 문제를 수반하게 된다. 즉, 건강할 때는 민간의료보험적용을 받다가 의료이용이 많아질 것 같으면 보험료를 높이거나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제한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탈퇴를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 아동, 만성질환자 등 꼭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에서 소외될 수 있다. 이때 최소한의 수준만을 유지하고 있는 공적의료보험체계로는 이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 할 수가 없을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건강한 사람만의 의료보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가하는 의료비를 통제할 사회적 수단을 잃게 된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노인인구의 증가, 과잉진료나 의료자원의 낭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해 건강증진사업이나 예방활동, 보험수가, 급여제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의료비 지출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영리성 의료보험의 경우 단기적 효과가 보이지 않는 예방사업 등에 지출을 하기 어렵다. 또 이원화된 보험체계에서는 과잉진료, 중복진료 등을 통제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고 그만큼 사회적 비효율을 야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는 위의 여러 가지 이유로 민간보험의 도입을 강력히 반대한다. 의료는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소득에 따라 의료자원에의 접근성이 차별되어서는 안된다. 국민누구나 적정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저부담-저급여 구조로 짜여져 있어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해서 이를 민간보험의 도입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국민의 건강권 확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올 7월 1일 어려운 산고 끝에 국민건강보험법이 출발한다. 건강보험법은 우리 나라 의료보험제도의 모순을 상당히 극복하고 공적 의료보험제도의 발전 가능성을 열어 놓은 법안이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법안을 정부가 제정하고 시행도 해보지 않은 채 다시 이를 부정하는 정부정책이 도입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민간의료보험 도입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더불어 정부당국은 공적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대한 의지와 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어느 정도 사회복지에 노력을 해왔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최근 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과정, 그리고 이번의 민간의료보험의 도입결정을 보면서 우리는 김대중 정부의 사회복지에 대한 의지를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정부의 사회보장정책 실현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범 시민사회, 노동, 농민, 여성의 힘을 모아 이에 대응할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2000/05/18 00:00 200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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