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벌어지는 전쟁을 살펴보면 상호 대립하는 두 개 이상의 국가 또는 이에 준하는 정치 집단이 자국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강요하기 위하여 군사력을 비롯한 각종 수단을 사용하는 조직적인 무력 행사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능이 억제되지 않는 한 전쟁은 제거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광수 육군사관학교 전사학과 교수가 전쟁의 원인에 대하여 쓴 글을 인용해 본다.

'20세기 후반기에 서구 학자들이 씨름한 문제 중의 하나는 전쟁의 원인에 대한 학문적 탐구와 평화의 조건을 모색한 것이다. 흥미로운 책 중의 하나는 스퇴싱거의 "왜 전쟁은 일어나는가"이다. 저자는 히틀러와 나세르처럼 역사상 전쟁을 결정했던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결정 과정을 추적하여 어떠한 국가의 지도자가 전쟁을 선호하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지도자들의 성격이 전쟁 발발과 큰 관련이 있다는 진단은 우리에게 우울한 질문을 제기하게 한다. 본질적으로 한 사회가 전투적인 세계관과 문화를 가질 때 그러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호전적인 정치가들이 지도자가 되는 것을 막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이라크 전쟁처럼 지도자 중심으로 결정된 전쟁은 현실적으로 어느 누구도 막기는 어렵다고 본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시대가 없었기에 평화의 시대는 요원해 보인다. 전쟁이 갖는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파생된 결과는 관련했던 당사자들이 전부 받아들여야만 한다.

전쟁으로 인한 빈곤

그 중 하나가 전쟁으로 인한 빈곤이다. 오늘날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과거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가 전체를 빈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말리아, 르완다, 코소보,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지금의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현대에서 벌어진 전쟁의 결과는 파괴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내부의 내전이 아닌 외부의 국가도 참여하는 전쟁일수록 그 피해는 더욱 심해진다. 전쟁 이후 빈곤상태가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전쟁으로 인해 사회와 산업 인프라가 파괴되고 인력이 상실되고 토지와 환경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게다가 치안부재라는 불안요소가 남게 되어 산업재건에 상당한 공백을 안겨준다. 게다가 전쟁으로 인한 한 개인의 정신적 상실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 제2,3의 끊이지 않는 비극으로 연결되어 더욱 황폐한 지구촌이 될 것은 자명하다.

이번 이라크 전쟁 역시 상당한 빈곤층을 양산시키고 있다. 현재 전쟁으로 인한 이재민은 약 236,000정도라고 발표되고 있으며 사담후세인 정권이 사라지면서 무정부상태에서 약탈과 방화가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 게다가 4월 말에는 전쟁 전에 이라크 정부가 이라크 주민들에게 분배한 식량이 떨어질 것이라서 심각한 식량난이 예견된다. 게다가 식수가 부족하고 통신이 두절되고 기름이 공급되지 않아 생활의 기본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구호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은 이라크내의 치안문제이다. 구호물자를 반입하는 차량들이 약탈당하고 이라크 내에 NGO 요원들마저 살해당하는 사건을 접하면서 이라크의 구호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전쟁 전부터 경제봉쇄정책으로 어려웠던 이라크의 빈곤상태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추어진 배고픔

전쟁은 이번 이라크처럼 대규모로 벌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압박은 팔레스타인 거의 전부를 절대빈곤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유엔기구와 구호단체들이 130만명(220,000가정)을 상대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고 수많은 아이들이 '감추어진 배고픔'이라고 불리는 만성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 지역에서도 전쟁과 갈등으로 인한 빈곤계층이 양산되고 있다. 모로코가 1975년 침략한 이후 서 사하라사람들은 사막 난민캠프에서 여전히 극심한 빈곤상태에 처해 있으며 콜롬비아는 지난 10년 동안 노조를 만들려는 사람들에 대한 학살로 인해 1500명이 살해되었고 기초적인 식량도 부족한 상태이다. 전쟁 이후 복구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국가 전체를 빈곤상태로 남아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작년 아프칸 전쟁이후 국제사회가 아프칸 전후복구사업에 약속한 45억 달러 중 현재까지 지원액은 그 반도 안 되어, 코소보의 경우 한 명당 326달러가 사용 된데 비해 아프칸의 경우 한 명당 42달러도 안되게 사용되었다는 유엔의 보고도 있다.

현지자원 활용하는 지속적인 전쟁복구 필요

비영리단체의 구호활동에도 문제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여론화시키고 있는 현장에만 달려가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을 뿐, 알려지지 않거나 만성적, 소규모적 분쟁지역에서의 구호활동에는 별로 참여하고 있지 않아 이 지역들에 대한 빈곤퇴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전후의 진정한 복구보다는 생색내기의 구호활동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NGO는 정보의 한계 때문에 재난지역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서 현지인들의 시각으로는 빈곤 격감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해내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사실상 전쟁은 정치지도자들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은 그 국가와 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빈곤이라는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빈곤이 발생하지 않는 전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빈곤을 발생시키는 전쟁을 하도록 유도할 수는 있겠으나 기대한 만큼의 빈곤을 축소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빈곤을 복구시키는 활동도 세심한 계획과 연구가 필요하다. 외부인의 시각과 판단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빈곤제거활동은 오히려 의존의식과 자존감 상실만을 강화시켜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현지인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는 활동이 요구된다. 그리고 외부물자보다는 현지자원들이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애초부터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전쟁 피해복구 시 지원되는 자원들이 잘못 활용되는 것을 감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렇게 진행되어야 진정한 빈곤감소가 도출될 것이다.

이득수 /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사업본부장, dslee@kfhi.or.kr
2003/05/02 00:00 2003/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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