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보장체계로서의 국민연금
월간 복지동향/2003 :
2003/07/06 00:00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는 "노동력의 상품화"이다. 노동자는 이를 통해 생활유지의 기본이 되는 소득을 취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이러한 상품화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지배적인 원리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상품화할 노동력이 상실 또는 저급화되는 노령기에는 어떤 방법으로 소득을 획득할 수 있을까? 농경사회의 가부장제적 전통에 따라 자식들의 봉양에 의지하는 방법과 금융자본이 발달한 시대에 뒤늦게 개발된 저축 방법, 이 두 가지가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들어 서구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미 개인의 능력과 관습에 의지해야 하는 이러한 전형적인 방법들이 더 이상 실효성이 없음을 발견하게 되고 노령기의 소득보장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고안해 낸 것이 오늘날 연금제도의 모태가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로부터 실로 100여 년이 지난 1988년 일반국민들을 위한 연금제도, 이름하여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이를 추진하던 정권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도 않은 채 추진된 국민연금제도는 처음부터 불행의 단초를 배태하고 있었으니 "저부담 - 고급여"라는 일종의 "사탕발림" 구조가 가장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이렇듯 건강치 못한 산모에 의해 불행하게 잉태되고 출산된 "국민연금제"는 이후 몇 번의 수술을 거치지만 태생적 한계를 벗기란 그리 쉽지 않아 출생 15년째인 이 시간까지 세인들에 의해 때론 저주의 대상이, 때론 빈축의 대상이 되는 슬픈 숙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경우에도 태어난 아기의 생명력은 신성한 것이고 보장받아야 하듯이 국민연금제도의 그 의미 자체는 결코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태어난 아기의 성장은 사회의 책임이 되듯 국민연금제도의 건전한 발전의 우리 사회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민연금제도가 아직도 벗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이 제도의 기본적인 의의로 돌아가 그로부터 제도개혁의 단초로 삼는 것이 가장 근간이 되는 일일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기본적 의의는 3가지로 압축된다.
전국민 노후소득보장으로서의 국민연금
첫째, 모두(冒頭)에서 말했듯, 국민연금제도는 사회보험의 강제가입방식을 통해 전국민의 노후에 대한 적절한 소득보장을 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의의이다. 물론 노후소득 보장에는 개인의 저축 및 노후의 자산소득, 가족간의 이전 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이 활용되지만 현대 사회의 불안정성은 공적 소득보장체계를 통해 노후의 기본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상태를 명백하고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420만 명의 실제적인 미가입 사각지대가 형성되어있다는 점과 최저소득구간의 급여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명목적인 소득대체율은 낮지 않은 편이나, 실제적으로는 결코 적정 노후소득보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의 저급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세대내·세대간 재분배효과
둘째, 국민연금제도는 보험료 갹출과 급여지출을 통해 세대내·세대간 재분배효과를 획득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이 또 다른 의의이다. 동일 세대내에서 볼 때 저소득계층은 자신들의 보험료만으로 노후의 최저생계비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기 어려우므로 고소득계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률을 보장받든지 아니면 심지어 자신의 보험료 납입액 중 일부를 포기하도록 설계하여 저소득층이 제대로 노후의 생계를 보장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대내 소득재분배 효과를 꾀하는 것은 정당하다.
또한 미래세대가 현세대의 경제활동과 현재 자산의 투자활동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앞 세대의 노후 소득보장에 일정한 기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은 일정하게 세대간 소득재분배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고 있고 이 역시 정당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고소득층까지도 수익률이 1.0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세대간 소득재분배는 상대적으로 덜하고 이러한 부담을 후세대에 전가시킴으로써 후세대애 과대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기금고갈이 빨리 오도록 설계한 것 자체가 지난친 세대간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증거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반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현세대 자체가 전후 세대로서 한국 사회의 변모과정을 고려했을 때 가족부양의식이 희박해지는 사회추세 속에서 자신들의 부모세대에 대한 부양과 자신 스스로의 노후 모두를 떠 안는 이중 부담의 세대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목할 때 상대적으로 후세대에게 부담이 옮겨가는 것은 정당한 세대간 소득재분배라는 주장이다.
정부·기업·가입자의 사회적 합의
셋째로, 국민연금제도는 제도운영의 주체 간에 이루어지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의의에 해당한다. 이렇게 볼 때 국민연금제도는 사회내의 각 주체들, 정부, 기업, 가입자 자신 등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역할분담을 행하여 사회적 합의틀을 가꾸어나가는 구조여야 한다.
먼저 정부는 효율적이며 형평성이 확보되는 연금제도가 되도록 제도의 기본설계 및 운영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며, 연금재정의 성실한 관리자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재원에 대한 적정 부담을 통해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조율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급여 지불에 대한 최종적인 지급보증인이다.
다음으로 기업은 노동자 복지 증진 방안의 일환으로 연금제도를 이해함으로써 제도에 대한 기업측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가입자와 함께 제도 및 기금 운영에 대한 성실한 감시자 역할을 행함은 물론이다.
가입자 일반은 우선 보험료에 대한 성실한 납부 의무를 인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또한 이 제도가 지닌 소득재분배효과를 통한 사회적 연대 정신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제도와 기금운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통해 연금제도가 자신들의 노후생활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정부의 역할이 단순한 제도운영자의 역할만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가입자의 실질적 참여가 미약한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물로서의 연금제도라는 인식이 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연금제도는 또 한번의 수술대 위에 올라있다. 올해 마무리되는 재정재계산작업에 따라 제도개선을 행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부터가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에 대한 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의 3대 의의가 어떻게 투영되느냐 하는 것이다. 재정의 안정성은 이러한 3대 의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 점검해보아야 하는 요소이다. 불행하지만 현재의 논의는 거꾸로 되어 재정의 안정성을 제1의 기치로 내걸고 본래의의들은 이에 철저히 종속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원칙에 입각한 정책. 이를 위한 발상의 대전환은 여기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우리 나라에서는 그로부터 실로 100여 년이 지난 1988년 일반국민들을 위한 연금제도, 이름하여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성숙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이를 추진하던 정권의 정당성과 도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도 않은 채 추진된 국민연금제도는 처음부터 불행의 단초를 배태하고 있었으니 "저부담 - 고급여"라는 일종의 "사탕발림" 구조가 가장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이렇듯 건강치 못한 산모에 의해 불행하게 잉태되고 출산된 "국민연금제"는 이후 몇 번의 수술을 거치지만 태생적 한계를 벗기란 그리 쉽지 않아 출생 15년째인 이 시간까지 세인들에 의해 때론 저주의 대상이, 때론 빈축의 대상이 되는 슬픈 숙명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어떤 경우에도 태어난 아기의 생명력은 신성한 것이고 보장받아야 하듯이 국민연금제도의 그 의미 자체는 결코 나무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태어난 아기의 성장은 사회의 책임이 되듯 국민연금제도의 건전한 발전의 우리 사회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국민연금제도가 아직도 벗지 못한 태생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이 제도의 기본적인 의의로 돌아가 그로부터 제도개혁의 단초로 삼는 것이 가장 근간이 되는 일일 것이다. 국민연금제도의 기본적 의의는 3가지로 압축된다.
전국민 노후소득보장으로서의 국민연금
첫째, 모두(冒頭)에서 말했듯, 국민연금제도는 사회보험의 강제가입방식을 통해 전국민의 노후에 대한 적절한 소득보장을 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의의이다. 물론 노후소득 보장에는 개인의 저축 및 노후의 자산소득, 가족간의 이전 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이 활용되지만 현대 사회의 불안정성은 공적 소득보장체계를 통해 노후의 기본소득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상태를 명백하고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420만 명의 실제적인 미가입 사각지대가 형성되어있다는 점과 최저소득구간의 급여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명목적인 소득대체율은 낮지 않은 편이나, 실제적으로는 결코 적정 노후소득보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의 저급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것이다.
세대내·세대간 재분배효과
둘째, 국민연금제도는 보험료 갹출과 급여지출을 통해 세대내·세대간 재분배효과를 획득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이 또 다른 의의이다. 동일 세대내에서 볼 때 저소득계층은 자신들의 보험료만으로 노후의 최저생계비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기 어려우므로 고소득계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률을 보장받든지 아니면 심지어 자신의 보험료 납입액 중 일부를 포기하도록 설계하여 저소득층이 제대로 노후의 생계를 보장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세대내 소득재분배 효과를 꾀하는 것은 정당하다.
또한 미래세대가 현세대의 경제활동과 현재 자산의 투자활동으로 인해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린다는 점에서 앞 세대의 노후 소득보장에 일정한 기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은 일정하게 세대간 소득재분배효과를 발휘하도록 하고 있고 이 역시 정당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고소득층까지도 수익률이 1.0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세대간 소득재분배는 상대적으로 덜하고 이러한 부담을 후세대에 전가시킴으로써 후세대애 과대한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기금고갈이 빨리 오도록 설계한 것 자체가 지난친 세대간 소득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증거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반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국민연금보험료를 내고 있는 현세대 자체가 전후 세대로서 한국 사회의 변모과정을 고려했을 때 가족부양의식이 희박해지는 사회추세 속에서 자신들의 부모세대에 대한 부양과 자신 스스로의 노후 모두를 떠 안는 이중 부담의 세대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목할 때 상대적으로 후세대에게 부담이 옮겨가는 것은 정당한 세대간 소득재분배라는 주장이다.
정부·기업·가입자의 사회적 합의
셋째로, 국민연금제도는 제도운영의 주체 간에 이루어지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의의에 해당한다. 이렇게 볼 때 국민연금제도는 사회내의 각 주체들, 정부, 기업, 가입자 자신 등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역할분담을 행하여 사회적 합의틀을 가꾸어나가는 구조여야 한다.
먼저 정부는 효율적이며 형평성이 확보되는 연금제도가 되도록 제도의 기본설계 및 운영을 일차적으로 책임지며, 연금재정의 성실한 관리자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재원에 대한 적정 부담을 통해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 부담의 형평성을 조율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급여 지불에 대한 최종적인 지급보증인이다.
다음으로 기업은 노동자 복지 증진 방안의 일환으로 연금제도를 이해함으로써 제도에 대한 기업측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가입자와 함께 제도 및 기금 운영에 대한 성실한 감시자 역할을 행함은 물론이다.
가입자 일반은 우선 보험료에 대한 성실한 납부 의무를 인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또한 이 제도가 지닌 소득재분배효과를 통한 사회적 연대 정신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초로 제도와 기금운용에 대한 철저한 감시자 역할을 통해 연금제도가 자신들의 노후생활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정부의 역할이 단순한 제도운영자의 역할만에 그치는 한계를 보이고 있으며 가입자의 실질적 참여가 미약한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물로서의 연금제도라는 인식이 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의 연금제도는 또 한번의 수술대 위에 올라있다. 올해 마무리되는 재정재계산작업에 따라 제도개선을 행할 수 있는 여지가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부터가 보험료율과 급여수준에 대한 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의 3대 의의가 어떻게 투영되느냐 하는 것이다. 재정의 안정성은 이러한 3대 의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실현가능성의 측면에서 점검해보아야 하는 요소이다. 불행하지만 현재의 논의는 거꾸로 되어 재정의 안정성을 제1의 기치로 내걸고 본래의의들은 이에 철저히 종속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원칙에 입각한 정책. 이를 위한 발상의 대전환은 여기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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