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국민연금은 조세를 재원으로 하여 연금을 주는 것이 아니고 기여금을 납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회보험방식이기 때문에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국민연금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는 사람들은 노후생활의 불안정에 노출되는 연금의 사각지대가 된다. 전체 국민연금 대상자 중에서 절반만 기여금을 납부하고, 나머지 절반의 인구는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은 절반의 노인은 연금을 받아 안정된 노후생활을 할수 있는 반면, 절반의 노인은 심각한 노후빈곤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규모 사각지대의 존재는 노후생활의 부익부, 빈익빈을 가져오고 이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규모 사각지대의 존재는 국민연금의 정당성마저 근본적으로 뒤흔들게 된다. 절반의 사람들이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불행히도 가정이 아니라 우리 나라 국민연금에서 실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나라 국민연금의 전체 가입자는 <표 1>에서 보는 것처럼 1천6백45만명이다. 이중 38.2%에 해당되는 6백28만명은 직장가입자로 이들은 월급에서 국민연금기여금을 원천징수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기여금을 납부하고 있다. 따라서 직장인들에게서 연금의 사각지대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문제는 지역가입자이다. 아래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도시지역 국민연금 가입자 7백 97만명 중 기여금을 납부하고 있는 계층은 3백 41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0.8%에 불과하며 보험료 미납자와 납부예외자를 합치면 약 27.6%의 인구에 해당되는 455만명이 연금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농어촌지역에서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 90만명을 합치면 약 546만명, 즉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1/3에 해당하는 33.2%가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아무리 낮게 잡아도 우리 나라 노인의 1/3인은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대규모 사각지대 규모가 전해 축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99년 도시지역연금이 확대된 이후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표1>국민연금의 사각지대 규모(2002년 11월)

*표빠짐

비고 : 보험료 미납자는 징수 건수(도시 77.9%, 농촌 83.3%)를 적용하여 추정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등 서민계층이 제외

그렇다면 이러한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만약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비교적 소득이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희망의 빛은 있다. 왜냐하면 비교적 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연금이나 기타 부동산 등의 자산을 축적하여 노후생활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나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은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등 근로자 중에서 저소득근로자, 그리고 자영자 중에서도 영세한 자영업에 종사하거나 실업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계층 등 우리사회의 서민계층이라는 점에 국민연금 사각지대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이 있다.

전술한 것처럼 5인이상을 근로자를 고용하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연금 보험료가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도시지역 가입자 중 기여금을 납부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국세청에 의해 어느 정도 소득이 파악되거나 일정한 재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자들 그리고 사업자등록을 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기여금 납부를 거부하지 않는 이상 국세청의 소득자료가 파악되어 자동적으로 연금 기여금을 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발송된다. 따라서 많은 고소득 자영자들은 연금에 가입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사업자 등록을 했어도 수입이 일정기준 이하여서 국세청 과세소득자에서 제외된 사람들은 보험료 납부 통지를 받을 확률이 적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소득을 추정하고 보험료를 고지한다 하더라도 기여금을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 사각지대에 존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행상이나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자영자의 경우는 대부분 본인이 적극적으로 기여금을 납부하지 않는 한 연금의 적용에서 제외된다.

지역가입자 중의 상당수는 순수한 자영자가아닌 5인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이거나 아니면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그러나 미숙한 정부의 행정, 그리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장 국민연금가입자에서 제외하는 규정 때문에 이들은 직장가입자가 되지 않고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상당수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들어와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 현황조사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2002년 통계청조사에 의하면 정규직 근로자은 92.2%가 국민연금의 적용을 받는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21.5%만이 국민연금의 강제적용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과 함께 근로자의 노후생활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퇴직금의 경우도 정규직은 근로자는 93.2%가 퇴직금을 받는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13.8%만이 퇴직금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소득능력이 약하고 노후를 위해 충분한 준비를 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서민계층에 해당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 나라 국민연금은 모든 가입자에게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돈의 연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만약 60세까지 내는 돈의 총액이 100원이라면 60세에서 평균수명인 74세까지 받는 연금액을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약 260원에 해당된다. 이것은 160원의 돈을 우리의 후손이 부담한다는 것을 의미하여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국민연금가입자들은 모두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아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된 있는 사람들은 대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자영자 중에서 비교적 일정한 소득을 갖고 있는 부유한 자영자들이다. 이들은 계속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므로 나중에 연금을 타게 될 것이고, 결국 현재 부유한 층은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저소득 서민들은 연금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한 역설이며, 대규모의 사각지대의 존재가 왜 국민연금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보험표 부과징수 기능 국세청 이관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할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사각지대의 해소는 계층에 따라 다른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는 계층은 첫째, 실제소득이 없는 계층과 둘째,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자료가 노출되지 않고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계층에 대해서는 정부의 소득파악 능력을 강화시켜 보험료 징수를 높여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유소득 계층의 보험료 징수, 특히 자영자의 사각지대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을 연금관리공단에서 국세청으로 이관시킬 필요가 있다.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의 발굴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사각지대 규모 축소에 기여할 수 있으며, 또한 여러 가지 소득관련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영국 등은 사회보험료를 국세청에서 일괄 징수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직장 가입자로 전환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혹은 실업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일정 수준 이하의 계층에 대해서는 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이 필요하며, 출산이나 실업을 당할 경우 일정 기간동안 납부를 인정하는 credit 제도 도입, 혹은 실업자의 경우 고용보험 기금에서 일정기간 동안 연금보험료를 대납하는 등의 보완적 조치가 시행되어야 저소득층의 사각지대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최근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를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 적극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지역가입자에서 직장가입자로의 전환은 보험료를 50%이상 경감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징수의 효율성을 높여 영세사업장 근로자의 연금가입을 상당부분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비정규직의 직장가입자 편입도 마찬가지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 해도 최근의 고용구조의 변화를 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보험방식은 보험료 납부를 전제로 연금을 지급하게 되므로 일정한 규모의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각지대의 규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금재원을 조세로 충당하는 방식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연금재원의 일정부분을 조세로 조달할 경우 최소한의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으며, 보험방식에서 나타나는 사각지대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연명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ymkim@cau.ac.kr
2003/07/06 00:00 200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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