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도 노동조합이? 약국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
월간 복지동향/2003 :
2003/07/06 00:00
최근 서울 시내 모 약국에서는 진기한(아직까지는 그렇다) 풍경이 벌어졌다. 약국노조 준비위원회에서 주최한 규탄 집회가 지역에 있는 한 약국을 상대로 열린 것이다. 그 약국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도 퇴직금은 물론, 그 동안 미처 쓰지 못했던 연·월차 수당과 시간외 근무 수당을 하나도 받지 못했기에, 모든 약국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약국노조(준)에서 연대하여 규탄 집회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약사 사회 내에서, 그리고 약국 노동자들 사이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게 되었다. 비로소 약국이라는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정적인 시각들도 많이 있었다. 약사회에서는 당연히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을 굳이 물리적인 힘을 써가면서 폭력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왔고, 약사들(약국을 개업한) 사이에서는 "정말 너무 한다", "약국 관행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등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노동계에서조차 약국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아직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약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직 괜찮은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까.
약국장의 권위적인 약국 경영
약국이라는 공간은 굉장히 특수한 사업장이다. 분명히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전제적인 약국장의 권위 아래 노동자들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국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이직과 해고가 특히 많은 사업장인데, 대부분의 해고가 단순히 약국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해지고 있다. 또 약국에서는 근로계약서를 거의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근무 시간을 약국장의 마음대로 조정하여 통보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약국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것도 대부분 약국장이 원하는 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을 경우에도 약국 노동자들은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싸워서 권리를 되찾는 방식보다는, 다른 약국을 찾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는 또 이직을 쉽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한국 사회의 극도로 유연화된 노동 시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업장이 바로 약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기에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약국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저 수준의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약국노조 이야기를 하면 또 한가지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고임금의 약사들이 무슨 노조를 만드냐"는 것이다. 하지만 약국 노동자들은 약사만이 아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약국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고용된 노동자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해서 요즘 약국에는 대부분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있고, 조제보조 업무, 그 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등이 있게 마련이다. 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야말로 최저 수준밖에 되질 않는다.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도 80∼90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으며, 아무리 오래 약국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약국의 운영체계가 분업 이후에 빠른 속도로 급하게 바뀌는 바람에,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약사들의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약국에 고용되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당연히 준수하여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약국을 현재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근로기준법에 분명히 금지되어 있는 "주 57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전체 약국 노동자의 35%를 넘는다. 또한 반드시 주어져야 하는 월차, 생리휴가가 적용되고 있는 약국은 전체의 5% 미만이다. 특히 약국 노동자의 90%가 여성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생리휴가가 주어지는 약국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지만, 약국 내에서는 지금도 당연한 듯이 생각되고 있는 관행 중 하나이다. 또 90%가 넘는 약국 노동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주 휴일은 유급으로 반드시 쉬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의 근무약사와 90%의 전산직 노동자가 휴일 보상 없이 일요일 근무를 하고 있다. 4대 보험 역시 사각지대이다. 약국 노동자의 25% 정도만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4대 보험 가입(연금 제외)을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약국들이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근무조건은 다른 어떤 사업장과 비교하여 보아도 열악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관계로 파업을 할 수도 없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노동 기본권을 힘없이 빼앗기고만 있다.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약국 내 비리
또 하나 약국 노동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약국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을 그냥 묵인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약국 내 소위 카운터라 하는 약국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비 약사의 일반약 판매 행위(심지어 전문의약품까지), 반드시 약사가 관리하게 되어 있는 향정신성 약품의 관리를 비 약사에게 맡기는 일, 각종 약 끼워 팔기 등 많은 불법 행위들이 약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약국장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약국 내의 비리들을 근절하고 참된 의료 서비스를 약국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약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문제의 "가족적인 노사관계" 논리
최근의 한 약국을 상대로 벌였던 투쟁에서도 드러났지만, 근본적으로 "약국도 하나의 사업장이며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약국장들에게 없다는 것이 정말 큰 문제다. 하여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의의를 제기했을 때 관행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자신은 정말 직원들에게 잘해준다는 식의 말들을 하며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약국은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라는 언명 아래 많은 궂은 일들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의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마치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가족처럼)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당연한 듯 느끼고 있는 약국장이 많아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약국노조(준)으로 들어온 상담 내용 가운데도 이러한 예가 있는데, 한 약국 노동자는 "약국에서 무슨 퇴직금이냐", "퇴직금 받으려면 그 동안 가져간 거(?) 다 내놔라", "그렇게 잘 해줬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냐"하는 등의 말들을 주인 약사에게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주들의 인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하나의 투쟁들을 통해 사업주들에게 근로기준법 준수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약국 노조가 필요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통적인 방법은 약국 노조를 하루 빨리 출범시키고 약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끌어내는 것이다. 권위적인 약국 경영을 자유롭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꾸어 내고, 최저 수준의 임금을 생활 가능한 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하며, 침해되고 있는 노동 기본권을 되찾고, 약국 내의 비리를 척결하여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환자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약국노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형태와 과정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정식 노조로 출범하는 것이 5만 약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노동자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약국 노동자들이 약국장의 처우에 대해서 많은 불만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지금 빼앗기고 있는 권리들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약국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약국노조가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약국 앞에서 벌어졌던 집회 등을 보면서 "꼭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야 했나"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회는 최후의 방법이었을 뿐 그 이전에 많은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국 측에서 대화의 의지를 크게 보이지도 않았고, 합의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개개의 약국 노동자들은 절대적인 힘의 열세에 놓여있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기에 약국 노조의 투쟁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는 식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개개인의 약국 노동자와 사업주의 대화로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에게 유리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많은 사례들에서 그러한 결과를 낳아왔기 때문이다. 약국 노조의 투쟁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임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알아줄 때 5만 약국 노동자들은 진정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부정적인 시각들도 많이 있었다. 약사회에서는 당연히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을 굳이 물리적인 힘을 써가면서 폭력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왔고, 약사들(약국을 개업한) 사이에서는 "정말 너무 한다", "약국 관행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등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노동계에서조차 약국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아직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약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직 괜찮은 노동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까.
약국장의 권위적인 약국 경영
약국이라는 공간은 굉장히 특수한 사업장이다. 분명히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전제적인 약국장의 권위 아래 노동자들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국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이직과 해고가 특히 많은 사업장인데, 대부분의 해고가 단순히 약국장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해지고 있다. 또 약국에서는 근로계약서를 거의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근무 시간을 약국장의 마음대로 조정하여 통보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약국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것도 대부분 약국장이 원하는 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부당하게 해고를 당했을 경우에도 약국 노동자들은 그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싸워서 권리를 되찾는 방식보다는, 다른 약국을 찾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는 또 이직을 쉽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한국 사회의 극도로 유연화된 노동 시장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업장이 바로 약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기에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약국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저 수준의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약국노조 이야기를 하면 또 한가지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고임금의 약사들이 무슨 노조를 만드냐"는 것이다. 하지만 약국 노동자들은 약사만이 아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서 약국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고용된 노동자들도 많아지게 되었다. 해서 요즘 약국에는 대부분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있고, 조제보조 업무, 그 외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등이 있게 마련이다. 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야말로 최저 수준밖에 되질 않는다. 하루 10시간씩 일하면서도 80∼90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으며, 아무리 오래 약국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약국의 운영체계가 분업 이후에 빠른 속도로 급하게 바뀌는 바람에, 약국을 경영하고 있는 약사들의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약국에 고용되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당연히 준수하여야 하는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약국을 현재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근로기준법에 분명히 금지되어 있는 "주 57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전체 약국 노동자의 35%를 넘는다. 또한 반드시 주어져야 하는 월차, 생리휴가가 적용되고 있는 약국은 전체의 5% 미만이다. 특히 약국 노동자의 90%가 여성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생리휴가가 주어지는 약국은 전체의 1%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지만, 약국 내에서는 지금도 당연한 듯이 생각되고 있는 관행 중 하나이다. 또 90%가 넘는 약국 노동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주 휴일은 유급으로 반드시 쉬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의 근무약사와 90%의 전산직 노동자가 휴일 보상 없이 일요일 근무를 하고 있다. 4대 보험 역시 사각지대이다. 약국 노동자의 25% 정도만이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4대 보험 가입(연금 제외)을 의무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약국들이 이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근무조건은 다른 어떤 사업장과 비교하여 보아도 열악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노동자들은 대부분이 소규모 사업장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관계로 파업을 할 수도 없어서, 인간답게 살아갈 노동 기본권을 힘없이 빼앗기고만 있다.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약국 내 비리
또 하나 약국 노동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약국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을 그냥 묵인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약국 내 소위 카운터라 하는 약국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비 약사의 일반약 판매 행위(심지어 전문의약품까지), 반드시 약사가 관리하게 되어 있는 향정신성 약품의 관리를 비 약사에게 맡기는 일, 각종 약 끼워 팔기 등 많은 불법 행위들이 약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약국장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는 이를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약국 내의 비리들을 근절하고 참된 의료 서비스를 약국에서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약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문제의 "가족적인 노사관계" 논리
최근의 한 약국을 상대로 벌였던 투쟁에서도 드러났지만, 근본적으로 "약국도 하나의 사업장이며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약국장들에게 없다는 것이 정말 큰 문제다. 하여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의의를 제기했을 때 관행이라는 이유로, 아니면 자신은 정말 직원들에게 잘해준다는 식의 말들을 하며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약국은 정말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라는 언명 아래 많은 궂은 일들을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의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마치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가족처럼)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당연한 듯 느끼고 있는 약국장이 많아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 약국노조(준)으로 들어온 상담 내용 가운데도 이러한 예가 있는데, 한 약국 노동자는 "약국에서 무슨 퇴직금이냐", "퇴직금 받으려면 그 동안 가져간 거(?) 다 내놔라", "그렇게 잘 해줬는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냐"하는 등의 말들을 주인 약사에게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업주들의 인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하나의 투쟁들을 통해 사업주들에게 근로기준법 준수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약국 노조가 필요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공통적인 방법은 약국 노조를 하루 빨리 출범시키고 약국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끌어내는 것이다. 권위적인 약국 경영을 자유롭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바꾸어 내고, 최저 수준의 임금을 생활 가능한 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하며, 침해되고 있는 노동 기본권을 되찾고, 약국 내의 비리를 척결하여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한국 사회의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환자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약국노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형태와 과정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정식 노조로 출범하는 것이 5만 약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노동자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약국 노동자들이 약국장의 처우에 대해서 많은 불만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지금 빼앗기고 있는 권리들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약국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약국노조가 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약국 앞에서 벌어졌던 집회 등을 보면서 "꼭 물리적인 힘을 사용해야 했나"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집회는 최후의 방법이었을 뿐 그 이전에 많은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약국 측에서 대화의 의지를 크게 보이지도 않았고, 합의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개개의 약국 노동자들은 절대적인 힘의 열세에 놓여있기 때문에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기에 약국 노조의 투쟁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는 식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개개인의 약국 노동자와 사업주의 대화로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에게 유리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많은 사례들에서 그러한 결과를 낳아왔기 때문이다. 약국 노조의 투쟁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 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임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알아줄 때 5만 약국 노동자들은 진정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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