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이야기
월간 복지동향/2003 :
2003/08/12 00:00
모델 이야기 좀 할까 한다. 광고나 패션 모델 이야기가 아니다. 네덜란드 모델, 미국 모델 그런 것 말이다. 이런 모델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유형이라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모범, 전범을 의미한다.
요새 보니 신문마다 네덜란드 모델 기사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른바 네덜란드 병을 이기고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적 성과를 올린 나라로 알려져 왔다. 거기에다 관대한 복지국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적"이라고도 한다. 클린턴조차도 네덜란드를 성공 사례로 치켜올린 바 있다. 유럽 각국도 네덜란드 모델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 정도면 닮고 싶은 모범,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리라.
네덜란드 모델을 조금 공부해 본 사회복지학도로서 신문에 네덜란드 모델 기사가 넘쳐나니 참새가 방앗간 모른 척 할 수 없듯이 나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그런데 맹랑한 것은 이 신문들이 기사 카르텔이라도 맺은 듯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더욱 맹랑한 일은 네덜란드 모델이 우리 나라에 맞지 않는다는 그 신속한 확정 판결이었다. 특히, 몇 몇 큰 신문은 거길 닮으면 나라가 결단이라도 날 듯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 나라 신문기자들이 그렇게 사회경제 모델에 정통했던가?
나는 어렵지 않게 그 배후를 읽었다. 재계가 한결같이 네덜란드 모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의 몇 몇 큰 신문은 철저히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니 부적합 확정 판결은 어쩌면 당연할 터. 그런데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재계는 왜 그리 심하게 반대하는가? 더구나 네덜란드는 '세계 유일의 시간제 경제(the only part-time economy in the world)'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말이다. 자나깨나 유연화 타령하는 기업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아하, 문제는 노동자 경영 참여에 있었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합의 모델이 노동자 경영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류에 가까운 내용이 재계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에 유달리 게거품을 무는 대한민국 재계로서는 충분히 그럴 만하리라. 그러니까 이들의 속내는 네덜란드 모델이 우리한테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 것을!
나는 여기서 네덜란드 모델 자체에 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네덜란드 노동시장이 아직도 경직되어 있다는 국제기구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재계가 현재의 노동시장 상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장황히 늘어놓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내가 바라는 바는 신문이나 기업이나 연구자들이나 모두 최소한의 "일관성"을 보였으면 한다. 네덜란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속내에는 미국이 들어앉아 있다는 걸 누가 모르랴. 그렇다면 그 미국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에 잘 맞는 옷인가?
잘라 말하건대, 미국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되어서도 안 된다. 미국은 한 마디로 예외의 나라다. 나라로 형성된 과정에서부터 여느 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미국과 비슷한 나라조차 찾기 어렵다. 물론, 미국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상찬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차없는 해고 제도와 수많은 근로 빈민(working poor) 그리고 열악한 사회보장제도가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미국을 닮기로 말하자면, 유럽이 우리보다는 한결 가까운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 사람들은 미국식 모델을 경멸하고 비판한다. 하물며, 손톱만큼도 미국과 닮은 구석이 없는 나라에서 밤낮 미국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이 아니고 무엇인가. 거기야말로 우리 나라와는 맞지 않는 모델 아닌가? 어이 큰 신문들, 대답 한번 해보시오.
이번 네덜란드 모델 소동에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미국병은 참으로 심각하다. 여러 가지 증상을 보건대 가히 난치병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막대한 영향 아래 살다보니 미국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최근의 국제 정세와 관련해서도 미국식 논리를 따르는 게 국익이라는 소리가 거침없이 나오는 판국이다. 그러나 사회복지학도로서, 또한 거기서 10년 가까이 살아본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하건대, 미국은 결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그건 우리의 희망이 아니다.
요새 보니 신문마다 네덜란드 모델 기사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이른바 네덜란드 병을 이기고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적 성과를 올린 나라로 알려져 왔다. 거기에다 관대한 복지국가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적"이라고도 한다. 클린턴조차도 네덜란드를 성공 사례로 치켜올린 바 있다. 유럽 각국도 네덜란드 모델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 정도면 닮고 싶은 모범,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리라.
네덜란드 모델을 조금 공부해 본 사회복지학도로서 신문에 네덜란드 모델 기사가 넘쳐나니 참새가 방앗간 모른 척 할 수 없듯이 나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그런데 맹랑한 것은 이 신문들이 기사 카르텔이라도 맺은 듯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이다. 더욱 맹랑한 일은 네덜란드 모델이 우리 나라에 맞지 않는다는 그 신속한 확정 판결이었다. 특히, 몇 몇 큰 신문은 거길 닮으면 나라가 결단이라도 날 듯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 나라 신문기자들이 그렇게 사회경제 모델에 정통했던가?
나는 어렵지 않게 그 배후를 읽었다. 재계가 한결같이 네덜란드 모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대한민국의 몇 몇 큰 신문은 철저히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니 부적합 확정 판결은 어쩌면 당연할 터. 그런데 이런 의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재계는 왜 그리 심하게 반대하는가? 더구나 네덜란드는 '세계 유일의 시간제 경제(the only part-time economy in the world)'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말이다. 자나깨나 유연화 타령하는 기업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아하, 문제는 노동자 경영 참여에 있었다. 네덜란드의 노사정 합의 모델이 노동자 경영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오류에 가까운 내용이 재계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에 유달리 게거품을 무는 대한민국 재계로서는 충분히 그럴 만하리라. 그러니까 이들의 속내는 네덜란드 모델이 우리한테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 것을!
나는 여기서 네덜란드 모델 자체에 관해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네덜란드 노동시장이 아직도 경직되어 있다는 국제기구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재계가 현재의 노동시장 상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장황히 늘어놓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내가 바라는 바는 신문이나 기업이나 연구자들이나 모두 최소한의 "일관성"을 보였으면 한다. 네덜란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의 속내에는 미국이 들어앉아 있다는 걸 누가 모르랴. 그렇다면 그 미국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에 잘 맞는 옷인가?
잘라 말하건대, 미국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되어서도 안 된다. 미국은 한 마디로 예외의 나라다. 나라로 형성된 과정에서부터 여느 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미국과 비슷한 나라조차 찾기 어렵다. 물론, 미국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상찬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차없는 해고 제도와 수많은 근로 빈민(working poor) 그리고 열악한 사회보장제도가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미국을 닮기로 말하자면, 유럽이 우리보다는 한결 가까운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 사람들은 미국식 모델을 경멸하고 비판한다. 하물며, 손톱만큼도 미국과 닮은 구석이 없는 나라에서 밤낮 미국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이 아니고 무엇인가. 거기야말로 우리 나라와는 맞지 않는 모델 아닌가? 어이 큰 신문들, 대답 한번 해보시오.
이번 네덜란드 모델 소동에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미국병은 참으로 심각하다. 여러 가지 증상을 보건대 가히 난치병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막대한 영향 아래 살다보니 미국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최근의 국제 정세와 관련해서도 미국식 논리를 따르는 게 국익이라는 소리가 거침없이 나오는 판국이다. 그러나 사회복지학도로서, 또한 거기서 10년 가까이 살아본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하건대, 미국은 결코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 그건 우리의 희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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